오는 17일과 10월로 예정된 ‘하도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실효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도급법 개정을 통해 기술유용 금지유형을 추가로 명시하고, 조사시효 기간을 연장했지만, 피해사실 입증이 어려워 피해기업이 구제받지 못하는 상황을 개선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기술유용행위를 단죄할 법원조차 징벌적손배제도 적용을 꺼려해 기술유용행위를 멈추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래픽=조한무 기자>   ©중기이코노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하도급거래 공정화 종합대책’을 발표해, 원사업자의 기술유용행위를 억제하고, 수급사업자의 기술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내놨다. 공정위 대책 발표 이후 국회는 하도급법을 개정,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없이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 수출을 제한하거나, 기술수출을 했다는 이유로 거래를 제한하는 행위를 위법행위로 금지했고, 이 규정은 오는 17일부터 시행된다. 

입증책임 어려워…인용률 낮고, 인용액도 청구액의 10%

또 오는 10월18일부터 시행되는 하도급 개정안은 원사업자가 수급업자로부터 취득한 기술자료를 제3자에게 유출하는 행위도 기술자료 탈취행위 유형으로 추가했다. 이외 기술자료를 요구하거나 유용한 경우에는 조사시효 기간을 현행 거래종료후 ‘3년’에서 ‘7년’으로 늘였다. 

하도급법 개정안 발효에도 기술유용행위 금지를 위한 실질적인 효과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정연덕 교수는 “하도급업체 기술자료에 대한 보호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법개정을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기술유출행위 관련 손배제의 문제점으로 침해사실 입증이 어렵다는 점이 언급된다”며 피해업체 구제책에 대한 실효성을 지적했다.

정연덕 교수에 따르면 2000년에서 2009년까지 선고된 국내 특허권침해 및 손해배상 관련민사사건에서 손해배상 인용액이 5000만원이하인 경우가 전체사건의 절반을 차지했고, 인용액 또한 청구액의 10%에 불과하다. 또 1심에서 인용판결을 받은 사건은 전체의 26.8%에 그쳤다. 기술탈취행위에 대해 징벌적손배제가 있음에도, 입증책임 곤란 등으로 법원이 징벌적손배제를 적용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통계다.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징벌적손배제는 희망고문”

정연덕 교수는 “소송배상액을 늘려야 중소기업이 현재보다 더 많은 특허를 출원하고, 자신들의 기술이 특허에 의해 보호받도록 함으로써 기술탈취에 대해서도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한편, 기술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김남주 변호사 역시 징벌적손배제가 유명무실하다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하도급업체가 패소하는 경우가 다반사로 벌어진다”며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징벌적손배제는 희망고문”이라며 정부에 대해 징벌적손배제 적용 확대를 위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조사시효 3년→7년, 그 사이 피해기업은 망한다

조사시효를 확대한 조치 역시 피해업체 구제차원에서 효과가 미흡할 것이라는 지적도 했다. 정연덕 교수는 “조사시효를 확대한다고 해서 기술유용을 막고 피해업체를 보호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가령 2008년 폴더폰 디자인을 유용당한 하도급업체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조사시효가 3년에서 7년으로 늘어나도 이미 기업은 망했을 수 있다. 게다가 2008년에서 7년이 지난 2015년이 되면, 폴더폰 디자인은 쓸모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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