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익편취 등 재벌기업의 위법행위를 조사할 때 공정거래위원회에 강제조사권을 부여하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준사법기관으로서 공정위가 조사기능을 수행하지만 조사대상자에게 자료제출을 강제할 권한은 없다. 조사대상자 선의에 의존해야하기에 재벌개혁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공정위 출신 직원의 전관예우 문제해결을 위해 퇴직공무원의 전문역량을 중소기업을 위해 활용하자는 방안도 나온다. 한정된 전문인력을 재벌·대기업 등 소수 경제주체가 독점한데 따른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 따른다.

30대재벌이 보유한 자산은 2010년 GDP와 동일한 수준까지 치솟았다. 재벌을 중심으로 한 경제권력화 현상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자료=경제개혁연구소>

공정위 조사, 피조사자가 제출한 자료·정보에 의존

한국부패방지법학회가 12일 주최한 ‘공정한 사회를 위한 재벌개혁의 법적 과제’ 토론회에서 명지대학교 홍명수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준사법기관이란 특성도 갖지만, 행정기관으로 성격도 유지한다. 법위반행위에 대한 조사업무는 직권조사가 원칙이고, 사건 양당사자가 출석해 대심구조로 제도화된 심의·의결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위법행위를 조사하는 과정은 피조사자와 직접 연결되며, 조사과정에서 공무원 부패행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조사는 기본적으로 피조사자 동의를 전제한 임의조사다. 조사를 거부해도 체포·구금, 압수수색 등 강제조사가 불가능하다. 홍명수 교수는 “현실적으로 법위반행위 조사는 피조사자가 제출한 자료나 정보에 의존한다”며 “공정위가 처리하는 사건수가 늘고, 담당공무원 업무량이 증가해 피조사자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강제조사권 부여, 공무원 부패행위 막고 규제 실효성도 제고

지난해 공정위가 발간한 공정거래백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법위반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자진시정 혹은 경고이상으로 처리한 사건이 매년 2000건을 상회했다. 

김상조 위원장은 한국부패방지법학회가 주최한 ‘공정한 사회를 위한 재벌개혁의 법적 과제’ 토론회에서 축사를 통해 “재벌은 독점적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현행법의 엄정한 집행과 재벌의 자발적 개선 촉구, 법제도 개선 등 수단을 통해 재벌개혁을 이루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미국과 일본, EU는 경쟁법 집행기관에 부분적인 강제조사권을 부여한다. 한국경제연구원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제도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미국은 경쟁법 위반이 중대하면 형사사건으로, 중대하지 않으면 민사사건으로 처리한다. 형사사건으로 취급하는 경우 강제조사 형식의 조사단계를 거친다. 일본도 일부 위중한 사안에 대해 강제조사권을 부여해, 행정조사인 임의조사와 구분해 집행한다. EU 역시 필요한 경우 강제조사를 인정하고, 현장조사는 임의조사와 강제조사를 명확히 구분해 시행한다. 

퇴직공무원, 공적영역에서 균등하게 활용할 방안 모색해야 

전관예우 관행 근절을 위해 퇴직공무원이 공적영역에서 활동할 기반을 만들자는 제안도 나왔다. 홍명수 교수는 “경쟁정책을 담당하는 공정위에서 다년간 업무를 수행한 경험은 해당공무원이 전문가로 성장하는 토양이 된다. 퇴직자 취업제한제는 전문역량이 재벌 등 소수 경제주체에게 활용되는 문제를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한시적 취업제한만으론 전관예우, 나아가 정경유책 문제를 해소하기에 무리가 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공정위 고위공직자 전관예우 의혹은 현행 제도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며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경쟁법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인적자원이 희소해 재벌·대기업으로 편중된다는 얘기다.

홍 교수는 “한정된 자원을 공적영역에서 균등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한다”며  “중소기업에게 공정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등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퇴직공무원의 공적활동을 제도화한다면 재벌과 연관돼 나타나는 부패행위나 정경유착을 억제하는데도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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