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기기 시장의 양웅(兩雄)이라 할 애플과 삼성의 특허소송이 점입가경이다. 지난 3월 1차 소송과 달리, 5월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지원의 2차 특허소송 배심원단은 “양측 모두 상대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요지의 평결을 내렸다. 삼성전자가 애플에 약 1.2억달러(약1200억원), 애플이 삼성전자에 약15.8만달러(약 1억6000만원)를 배상하라는 평결이 확정됐다. 물론 평결불복심리(JMOL) 등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삼성전자로서는 ‘판정승’ 내지는 최소한 분위기 전환에는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양기업의 소송전에서 많이 회자된 단어 중의 하나가 표준특허다. 특히 1심에서 표준특허 위주로 전략을 짠 것이 삼성 측 고전의 주된 이유로 지목되기도 했다. 애플이 삼성의 표준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국제무역위원회(ITC)가 내린 애플의 미국수입 금지령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표준특허, 혹은 필수특허(Standard Essential Patent, SEP; EP)란 국가나 협회에서 인정하는 표준이 특허된 것을 말한다. 국제표준화기구(International Standardization Organization, ISO),  국제전기통신동맹(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ITU),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European Telecommunications Standards Institute, ETSI) 등의 표준화 관련 국제기구가 정한 표준규격을 포함한 특허로 이해해도 된다.

이 표준특허를 침해하지 않고(회피해서) 표준에 부합되는 기기 등을 제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표준기술을 구현할 수도 없다. 특허와 표준을 연계한 표준특허 확보는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건으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2009년에서 2012년 사이 표준특허가 40% 늘 동안 특허괴물(NPEs)의 표준특허 보유는 60% 증가했다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자료도 나온 바 있다.

표준특허와 일반특허의 차이점

<자료=특허청 표준특허센터>

특허청 표준특허센터는 표준특허가 일반특허에 비해 다른 점으로  ▲특허의 권리범위를 침해하고 있다는 것만 증명하면 되기 때문에 침해주장이 매우 용이하며 ▲표준 사용 대상이 포괄적이어서 침해범위가 상당히 넓고 ▲회피설계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표준특허 보유가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담보하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이 애플 수입금지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애플에 일방적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심지어 애플은 무단으로 삼성전자의 특허를 이용하며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프랜드 원칙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삼성의 의견이다. 프랜드(FRAND)는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Fair, Reasonable And- Non Criminatory)의 머릿글자에서 온 것으로, 국제표준에 지정된 표준특허는 다른 기업에게 ‘합리적 수준의 로열티’를 받고 이용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표준특허의 중요성은 날로 강조되고 있다. 특허청은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표준특허역량 키우기에 들어간다고 발표했고, 5월1일 표준특허 전문지 ‘에스이피 인사이드(SEP Inside)’를 창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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