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개편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부당내부거래를 통한 사익편취 규제를 강화하는 쪽에 무게가 쏠린다. 상장사에 대한 규제 적용 기준을 낮추는 방안이 유력하다. 총수일가 지분율을 산정할 때 간접지분율을 포함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사익편취 규제, 사각지대를 양산하며 미미한 개선효과 

민·관합동위원장과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공정거래법제 개선 특별위원회’는 사익편취 규제대상을 확대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최근 열린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 방향을 논하다’ 토론회에서 공정위 김재신 경쟁정책국장은 공정위가 아닌 특위입장이라는 전제하에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2014년 2월부터 시행했으나 규제회피 행위가 발생하는 등 규제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지속됐다. 규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적용대상 확대가 필요하다는게 일치된 의견”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6월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사익편취 규제는 사각지대를 양산하며 미미한 개선효과만 있었다. 규제를 시행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전체 규모와 비중은 각각 7조9000억원에서 14조원, 11.4%에서 14.1%로 오히려 증가했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29%이상~30%미만인 비규제대상 상장사의 내부거래 규모와 비중은 규제도입 이후에도 각각 3조원이상, 20%이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특위, 상장·비상장 구분없이 지분율 20%로 통일

공정위는 이에 대해 “규제도입 전후 다수의 규제대상 회사들이 규제를 회피한 후 사각지대에서 이전과 동일하게 내부거래를 계속해오고 있다”며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의 실효성과 정합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도개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규제강화 방안으로 지분율 기준 변경이 확실시된다. 현행 공정거래법 시행령은 사익편취규제 적용기준을 상장사의 경우 총수일가 지분율 30%이상, 비상장사는 20%이상으로 제한한다. 상장사 총수일가 지분율이 30%미만이면 계열사에 얼마든지 물량을 몰아줘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특위는 지분율 기준을 상장, 비상장 구분없이 20%로 통일하는 방안에 의견을 모았다. 김재신 국장은 “규제목적상 상장사와 비상장사간 지분율 기준에 차이를 둘 이유가 없고, 규제격차에 따른 규제회피 사례가 발생한다는 점 등이 지분율 기준 인하에 대한 주된 근거”라고 설명했다.

특위, 지분율 산정시 자회사 지분율 50%초과하면 규제

지분율 산정시 간접지분율을 포함하는 것도 규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떠올랐다. 특위위원들은 총수일가 지분율 20%이상으로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50%초과해 보유한 경우에는 자회사 역시 규제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사회에서는 상반된 반응이 나온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김종보 변호사는 “규제대상 회사의 자회사까지 적용을 확대한건 타당하나, ‘50%초과 자회사’로 한정하면 또 다시 사각지대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상속증여세법상 일감몰아주기 과세의 경우, 간접지분까지도 고려하고 , 수년간 이를 기준으로 집행하고 있는 사정을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령 총수일가 지분율이 21%인 A사는 사익편취 규제대상 기업이다. 그러나 A사가 45% 지분을 가진 자회사 B사는 사익편취 규제대상이 아니다. 특위 안에 따르면 간접지분 규제기준을 자회사의 경우 50%초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총수일가가 B사 지분율 15% 보유했더라도, B사는 사익편취 규제대상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픽=조한무 기자>   ©중기이코노미

간접지분 모두 규제 vs 50%초과시 규제 vs 간접지분 규제 반대  

그러나 ‘50%초과’ 꼬리표를 떼어내고, 자회사 간접지분 모두를 규제한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B사에 대한 총수일가 직접지분율(15%)이 규제대상 기준(20%)에 미치지 못하지만, 간접지분율(9.45%)을 더하면 24.45%가 돼 규제대상에 포함된다. 

반면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홍대식 교수는 간접지분율까지 포함하는건 과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사익편취는 총수일가가 많은 지분을 갖는 계열회사에 대한 경제적 이익 귀속으로 지분비례에 따른 사익을 얻게 될 가능성을 겨냥한 것이므로, 지분이 희석화되는 간접지분을 단순 합산하는건 적절하지 않다”며 “총수일가 지분율이 20%인 규제대상 회사에 비해 총수 일가와의 동일시 정도에서 훨씬 못 미치는 자회사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하게 돼 일관성 없는 규제가 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위논의 과정에서 총수일가 간접지분을 모두 포함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기됐으나 법집행 가능성이 낮아 공감을 얻지는 못했다. 규제대상이 너무 넓어져 오히려 규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게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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