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 시장구조를 가진 분야에서 과도한 가격인상으로 인한 소비자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담합을 계획·실행한 개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기업에 부과하는 과징금은 담합으로 얻는 이익에 비해 미미하고, 개인에 대한 제재효과도 없다는 설명이 따른다. 담합을 실행한 개인처벌을 강화하면, 기업도 개인에게 담합을 지시하기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기업대상 과징금은 국가로 귀속되기 때문에 소비자를 구제하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징금 일부를 활용해 소비자구제기금을 마련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이유다.

독과점기업 인위적 가격인상, 소비자 후생 침해

17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주최한 ‘소비자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김미경 팀장은 “독과점시장은 경쟁제한 주도권을 가진 기업이 가격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 완전경쟁시장과 달리 가격을 인위적으로 인상할 수 있어 소비자 후생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소비자는 물품을 구매할 때 여러가지 판단기준을 고려하지만,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은 가격이다. 독과점기업은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경쟁가격이 아닌 기업이 결정하는 관리가격 성격을 띠지만, 소비자는 수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과점가격은 지배적 기업간 동일수준을 유지하려는 특징이 있다. 김미경 팀장은 “독과점 기업들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근거로 가격을 인상할 뿐 아니라, 인상금액까지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생활필수품 간장시장을 분석한 결과, 샘표·대상·몽고식품 등 상위 3개사 간장시장점유율은 86.9%로 독과점시장구조였다. 과점가격 특징인 가격동조현상도 나타났다. 2013년 2월 샘표식품이 간장가격을 7.0% 올리자, 같은달 대상도 8.3% 인상했다. 이같은 현상이 반복된 결과 올해 간장가격은 2015년대비 12.5% 올랐다.

가격동조현상은 상위 3개업체 점유율이 각각 85.3%, 73.%로 독과점시장인 라면과 소주에서도 발생했다.

<그래픽=조한무 기자>   ©중기이코노미

개인처벌 강화, 과징금 일부 소비자구제에 활용해야

담합유인을 차단하기 위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기업에 대한 제재강화는 실효성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법인 세한 박영동 변호사는 “과징금은 기업제재일뿐 담합에 가담한 개인에게 효과가 거의 없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인대상 고발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4년 7월까지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담합사건 117건중 개인고발은 13건(11.1%)에 불과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개인처벌이 이뤄진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게 되면, 직원들이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 행위를 주저하게 될 것”이라며 “기업경영자도 직원 인생을 담보로 해야 하기에 함부로 담합을 지시하기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공정위, 지난 3월 개인고발 기준 체계화 

공정위 또한 기업제재만으론 담합 예방 및 근절이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 지난 3월 공정거래법 고발지침을 개정해 개인고발 기준을 체계화했다. 기존에는 사업자의 위법행위 중대성을 평가하는 세부기준표만 있었으며, 개인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었다. 공정위 고발지침 개정은 개인에 대한 고발업무를 보다 엄밀히 처리해 법위반행위 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그래픽=조한무 기자>   ©중기이코노미

담합 추정요건 완화하는 법개정 필요

박 변호사는 담합에 대한 제재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담합 추정요건을 완화하는 법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정거래법은 2개이상 사업자가 ▲가격 결정·유지·변경 ▲상품의 생산·출고·수송·거래 제한 ▲거래지역·거래상대방 제한하는 부당한 행위를 행하고, 이들 사업자가 합의한 경우에만 부당한 공동행위(담합)으로 인정한다. 

다만 공정거래법은 제19조제5항을 통해 2개이상 사업자가 합의없이 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담합을 추정하는 요건을 규정했다. 그러나 담합 추정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거래분야 또는 상품·용역 특성 ▲해당행위의 경제적 이유 및 파급효과 ▲사업자간 접촉 횟수·양태 등 제반사정을 고려해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상당한 개연성이 존재해야 한다. 

박영동 변호사는 “2007년 추정요건을 매우 어렵게 개정했다. 종전에는 행위가 발생하고 경쟁을 제한한다고 보이면 다른 사정이 없어도 공동행위를 추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강화된 담합 추정 요건이 불필요했고, 부당한 행위가 존재하면 2개이상 사업자간 합의가 없는 경우에도 담합이 인정될 수 있었다는 말이다. 

박 변호사는 이어 “현행법과 같이 공동행위 추정을 위해 제반정황을 밝혀 상당한 개연성을 입증해야 한다면, 합의추정 규정이 가진 의미가 퇴색한다. 합의추정을 너무 쉽게 하는 것도 문제지만, 현재보다는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합의 추정에 해당하지 않도록 보다 주의를 기울이게 돼 사전 예방적인 효과도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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