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산 박현숙 대표는 고등학교 졸업 후 함양농협과의 인연이 22년이지만 집도 사업장도 다 잃은 현재 함양농협과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사진=록산>

농업법인록산(이하 록산) 박현숙 대표는 함양땅에서 나고 자라 함양농산물을 판매하고 알리는데 청춘을 다 보냈다. 고등학교 졸업후 함양농협과 인연이 20년이상이었지만, 집도 사업장도 모두 잃은 박 대표. 지금은 함양농협과 힘겨운 법정싸움을 이어간다. 

22년 거래관계, 전화 한통으로 계약해지 통보

2016년 11월18일 박 대표는 함양농협으로부터 위탁판매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함양농협의 재고산정방식이 부당하다고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접수한지 3일째되는 날이었다. 그리고 또 4일째되는 날 21일, 함양농협은 녹산에 내용증명을 보내 대리점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지했다. 함양농협으로부터 받은 농산물식품 공급가액이 위탁판매한도 2억5000만원을 초과했다며(10월말기준), 초과분을 정리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이었다. 함양농협으로부터 녹산으로 물품공급은 계약해지 통보에 앞서 18일부터 중단됐다.  

계약해지예고 통지 시점, 함양농협으로부터 통보받은 공급가액은 3억1986만원이었다. 이후 정산절차 과정에서 함양농협은 재고물건을 회수하고, 수수료를 등을 상계한 후 록산에 통보한 재고부족금액은 1억8617만원이었다(12월12일기준). 록산이 갚아야할 빚이었다. 함양농협은 담보로 설정됐던 록산 소유 창고부지(창원)에 대한 강제집행, 경매절차를 통해 나머지 빚을 모두 회수했다.  

박현숙 대표의 자필 호소내용 <자료=록산>

함양농협과 거래하는 전국 18개 대리점중 록산의 매출액은 늘 1등이었다. 박 대표 부부는 남들에게 독하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죽어라 일했다. 직원이 40여명, 20년넘게 정성으로 확보한 거래처만 100여곳이다. 록산이 판매한 잡곡매출액만 누적 1000억원 이상이다. 

재고산정 기준, 매입가에서 시중가로 변경…1만원짜리가 창고에 가면 2만원 

함양농협과 녹산 간 갈등의 시작은 2005년 함양농협이 재고자산 산정방식을 바꾸면서부터다. 장부상 매입단가를 적용했던 재고자산 산정방식을 변경해 판매시점 시중단가로 변경했다. 이후 매출이 증가하면 할수록 녹산의 재고부족금액은 현저하게 늘었다.  

농산물가공식품은 날씨, 작황 등 원가에 민감해 수시로 가격이 변동된다. 박 대표는 “재고물품 가격을 산정할 때, 입고시점 매입가격을 적용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함양농협은 최근 시중가격을 적용해 재고가격을 부풀려 산정했다”고 주장했다. 

함양농협으로부터 5000원(매입가)에 들어온 잡곡상품이 녹산 창고에 입고돼, 시중가격이 오르면 1만원짜리 재고(시중가)가 됐다. 시중가를 적용하면서 특히 문제가 됐던 부분은 녹산을 포함 함양농협과 거래하는 전국 18개 대리점 모두 재고를 털어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는 점이다. 

위탁판매한도를 맟추기 위해 반복되는 장부상 재고처리 

18개 대리점 각각 위탁판매한도가 있어, 재고가 일정량을 넘어서면 함양농협으로부터 제품을 추가로 공급받을 수 없다. 녹산은 이 경우 판매되지 않은 제품의 위탁수수료를 시중단가로 적용해 함양농협에 입금하는 방식으로 재고를 처리했다. 돈이 부족한 경우에는 함양농협이 녹산에 지급해야할 수수료에서 차감하기도 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실제는 판매하지 않고 장부상으로 이뤄지는 재고처리 방식은 모든 대리점에서 동일하게 발생했다.   

시중가 적용이 특히 문제가 된 시점은 2010년 이후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다. 또 농산물은 생물이기에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유통중 훼손·분실 등 망실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록산 역시 함양농협과 22년간 거래하면서 누적된 망실양이 상당했다는게 박 대표 말이다. 

하나로마트 무상지원분도 제대로 보전 못받아 

거래처에 영업지원을 한 명세서 <자료=록산>

하나로마트에 무상지원 이후 녹산은 함양농협에 이 사실을 보고했고, 함양농협 담당자는 보전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럼에도 해지시점까지 무상지원에 대한 보전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게 박 대표 말이다. 함양농협으로부터 3000원에 입고된 찹쌀 1kg를 하나로마트에 망실분으로 지원하면, 함양농협에는 시중가 5000원을 현금으로 입금해야했다. 이렇게 누적된 무상 지원 금액도 상당했다.

지속된 경영압박을 겪으며, 박 대표는 2016년 10월경부터 다른 대리점들과 함께 함양농협에 시중가 적용의 부당함과 무상지원에 따른 재고부족분 보전을 요청했다. 함양농협이 정당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기에, 박 대표는 국민권익위원회에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시중가 적용 부당성 제기하자 계약해지 

부당한 거래를 바로잡아달라는 민원을 제기한 대가는 혹독했다. 국민권익위 민원접수 4일만에 계약해지를 통보한 것은 보복성 갑질이라고 박 대표는 주장했다. 막대한 금전적 손실과 정신적인 충격으로 박 대표 부부는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날 수조차 없었다고 했다. 

지금도 부산에서 함양농협 대리점을 운영하는 A씨는 중기이코노미와 취재과정에서 “재고 및 신규 공급량을 합해 위탁판매 및 공급한도를 초과해 물품을 공급받은 경우가 많았지만, 함양농협으로부터 해지통보를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다른 대리점의 경우에도 그런 사례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록산에 대한 계약해지가 국민권익위에 민원제기에 대한 보복이란 주장에 힘이 실리는 증언이다.  

위탁판매한도초과는 계약해지사유가 안된다

박현숙 대표는 땀흘려 일군 사업장도 잃어야 했다. <사진=록산>

계약서 제4조에는 ‘위탁판매한도 및 공급한도’를 정해놓았을 뿐, 이 한도를 초과하면 계약해지한다는 내용은 없다. 설사 계약해지 사유에 해당한다해도, 위탁판매한도를 초과해 공급한 함양농협 역시 ‘위반행위’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게 황 변호사 설명이다. 

시중가 적용, 대리점에게 불리한 처우 vs “1심재판, 정당하단 판결 받았다”

황 변호사는 또 재고분에 대해 시중가를 적용하는 방식은 대리점들에게 매우 불리한 처우로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계약서에 따르면 시중가 적용방식은 망실 등 재고손실이 발생했을 때 사용하는 배상액 산정방식이다. 따라서 위탁판매거래 한도 및 공급한도를 정하는 기준으로 시중가를 적용해서는 안된다게 이유다.

특히 황 변호사는 농산물 공급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추세에서 시중가를 적용할수록 위탁거래한도를 초과할 가능성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각 대리점은 실제 공급받은 물품가격보다 재고자산이 높게 평가될 수밖에 없어 거래현실과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녹산에 대한 계약해지가 국민권익위에 민원에 대한 보복이란 박 대표 주장과 관련 함양농협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 통화에서 “1심재판에서 계약해지는 정당했다는 판결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시중가 적용방식이 부당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지금 재판중이기 때문에 따로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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