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18일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전략을 위한 반도체산업발전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 주최로 18일 열린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전략을 위한 반도체산업발전 대토론회’에서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장은 “한국 반도체산업은 30년간 잘 해왔고, 4차산업혁명은 반도체산업의 새로운 시장이 될 것”이라며 “과거 우리나라는 디스플레이분야에서 세계 1위였지만, 이미 중국에 추월당했고, 2020년경이면 반도체도 중국의 추월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중국정부 반도체 자급률 70% 목표…시장 장악 시나리오

박 회장이 이렇게 주장하는 데는 반도체산업을 대하는 중국과 한국 정부의 의지 차이 때문이다.

중국은 2014년 6월 ‘IC산업 발전 요강’을 발표, 현재 15%에 불과한 반도체 자급률을 2020년까지 40%, 2025년까지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모바일, 테블릿, PC, TV 등 전세계 전자제품 생산공장인 중국은 원유보다 많은 양의 반도체를 수입하는 반도체 최대 소비국이다. 중국의 자급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결국 한국 반도체의 중국판로가 막힌다는 의미다.

중국이 반도체 자급률 향상을 위해 2014년 조성한 IC산업 국부펀드는 200억달러 규모다. 현재 지방정부 펀드와 사모기금과 합쳐 290억달러로 증가했고, 2020년까지 560억달러 조성이 목표다.

현재 우리나라와 중국의 기술격차는 NAND 분야에서 2년, DRAM 분야에서 3년 남짓이다. 2020년 이후에는 중국 반도체산업 성장으로 반도체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이 불가피하다는게 박 회장 전망이다. 중국은 반도체산업의 세계시장을 재편하고 시장을 장악하는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반도체 기술 수준을 따라잡히고 시장을 빼앗기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중국으로 인력유출도 심각하다. 량몽송 전 삼성전자 부사장은 중국의 SMIC 최고운영책임자로 자리를 옮겼다. 중국은 국내와 비교해 3~4배에 달하는 연봉, 주택제공·자녀교육지원 등을 앞세워 반도체인력 스카우트에 나섰다. 은퇴 후를 고민하는 국내 50대 기술인력이 중국기업으로 이직하는사례가 늘어나는 이유다.  

후퇴하는 국내 반도체산업 지원정책

반면 우리나라 반도체산업 지원정책은 후퇴하고 있다.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산업통상자원부 반도체분야 R&D사업 지원예산은 해마다 감소, 급기야 2016년 신규과제 지원예산은 제로(0)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반도체 미세화를 위한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재료 기반의 반도체 공정·장비·소재·부품이 필수다. 또 모바일제품의 고사양화와 경량화로 새로운 패키징 공정·장비·소재·부품 개발도 필요하다. 문제는 국내에 이같은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R&D 여력이 부족하다는데 있다. 

박 회장은 산·학·연 활동에 대한 정부의 R&D예산 증액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또 중소기업 개발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과감한 정부예산 투입이 절실하다고 했다.

서울대 반도체 석·박사 10년만에 77% 감소…구인난 심각

반도체 구인난도 심각하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16년 산업기술인력수급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49%가 관련전공인력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서울대학교 반도체 석·박사 인력은 2006년 97명에서 2016년 23명으로 10년만에 77% 감소했다. 이 추이는 정부의 반도체 R&D예산 감소추세와 맞아떨어진다. 정부의 R&D예산없이는 대학연구소 연구실적도 초라해 질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박 회장은 “반도체는 대기업이 세계 최고수준이어서, 국가 R&D사업 지원이 필요없다는 정부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도체에 대한 국가 R&D지원이 없으면 4차산업혁명 성장동력도 소실된다는 얘기다.

글로벌 수준의 장기적 반도체 R&D프로그램 집중해야

국산화 관점이 아닌 글로벌 수준의 반도체 장비·소재·부품을 육성하기 위한 R&D 프로그램을 집중 지원하라는게 박 회장 조언이다. 차세대 초집적도, 초고속, 초저전력 구현을 위한 신소재·부품·공정 R&D발굴과 친환경 반도체 신소재·부품·공정 R&D 발굴도 주문했다.

백운규 산업통상부 장관은 “반도체는 지난해 수출 5370억 달러 중 970억달러를 차지하는 우리의 주력산업이고 미래산업”이라며, “중국에 비해 우리 정부에서는 반도체 산업에 소홀하지 않았나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반도체 장비·소재·부품 육성을 위한 국가 R&D와 연계한 고급 R&D인력 양성과 기업체에 특화된 엔지니어 양성이라는 이원화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국가 R&D사업으로 연구인력을 양성하고, 반도체기업 인근 대학을 중심으로 엔지니어 양성 프로그램을 각각 추진하자는 주장이다. 

한편 토론회에 참석한 백운규 산업통상부 장관은 “반도체는 지난해 수출 5370억달러중 970억달러를 차지하는 우리의 주력산업이고 미래산업”이라며 “중국에 비해 우리 정부에서 반도체산업에 소홀하지 않았나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세계 1등에서 중국과의 격차를 더 내는 1등이 되도록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또 “차세대 반도체 설계 및 제조 기술 확보와 우수 인력양성을 위한 대형 국책사업을 범정부 차원에서 기획중이며, 올해 하반기 예비타당성 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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