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미국영어에서 널리 쓰이는 돈을 뜻하는 여러 표현을 익히고, 그것과 연관된 ‘돈의 은유(money metaphor)’ 표현을 알아본다. 

◇ bucks=필자가 유학생활중 어느 날 캐나다에서 유학 온 한 친구의 가방이 좋아 보여 가격을 물었더니,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50 dollars라는 표현대신 처음 이 표현을 들었을 때는 잘 몰랐지만, 화맥(context) 상황이 너무 명백해 bucks라는 표현이 dollar를 대신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bucks라는 표현은 친근한 사이나 비공식적인 장소에서만 사용돼야지, 의례적이고 점잖은 자리에서 쓰면 안된다는 점이다. 예를들어 어떤 공식 회의에서 발표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하는건 부적절하다. 

언어를 배울 때 어떤 표현이 의례적 상황(formal context)에 적합한 것인지, 비의례적 상황(informal context)에서 사용하는 속어(slang)인지를 구분하는 화용론적(pragmatic) 지식은 매우 중요하다.  

원래 buck이란 명사는 사슴과의 동물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18C 초기 미국 식민시대 국경지역에서 buckskin무역이 성행했는데, 사냥꾼들 간 buckskin 거래가 반복되면서 buckskin이 돈이란 개념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후 buckskin무역이 쇠퇴했음에도 ‘buckskin=돈’이라는 관념이 강하게 남아, 현대까지도 bucks가 돈을 뜻하는 속어표현으로 남았다고 한다.  

◇cash=cash는 미국영어에서 돈을 뜻하는 단어로 아마도 money 이상으로 많이 쓰이는 표현이다. 대부분의 영한사전에서 cash의 뜻을 ‘현금’이라는 한국어 단어로 소개한다. cash가 들어간 돈의 은유(money metaphor) 표현으로 반드시 알아야 할 표현은 ‘cash in’이다. 이 역시 미국의 도박문화에서 파생된 표현이다. casino에 가서 table game(blackjack, baccarat 등)을 하려면, 현금을 그 casino에서만 통용되는 chip으로 바꿔야 한다. 게임을 마친 이후 cashier에게 자신의 chip을 현금으로 바꿔야 하는데, 이때 cashier에게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카지노에서 딴 chip을 현금화한다는 뜻이었던 ‘cash in’은, 미국영어에서 어떤 좋은 기회 때 이득을 봤다는 의미로 확장돼 널리 사용된다. 예컨대 농구경기에서 상대수비의 실책으로 결정적인 찬스(fast-break chance)를 얻었을 때, 흔히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기서 우리는 상대방의 실수로 쉽게 득점할 수 있게 된 상황을,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으로 은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cash in’대신 좀 더 의례적인 상황에서는 거의 같은 뜻으로 ‘capitalize on’이란 표현도 널리 쓰인다. 예를들어 회사에서 회의중 환차익을 통해 수익을 챙기자는 주장을 할 때,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We have to capitalize on this unusually favorable exchange rate situation. The U.S dollar is too strong. (우리는 이상할 정도로 환율이 유리한 상황에서 이득을 봐야 해요. 미국 달러가 지나치게 평가절상되어 있어요~)

◇credit=credit라는 표현은 본래 은행계좌나 신용카드계좌에 넣어 주는 돈을 뜻한다. 미국영어에서는 의미가 확장돼, 남으로부터 인정이나 칭찬(approval or praise)을 은유하는 표현으로 널리 사용한다. 특히 관용적으로 흔히 쓰는 표현이 ‘give ~ credit for ---’다. 예를들어 뛰어난 leadership을 발휘해 회사를 발전시킨 상사를 다음과 같이 칭찬할 수 있다. 

I admire his leadership and work ethic. (우리는 그가 우리 회사를 위해 한 것을 정말 칭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의 리더십과 성실성에 경의를 표한다)

우리는 이 표현이 미국영어권에서 주로 널리 통용되는 문화에 민감한(culture sensitive or culture specific) 은유적 표현임을 알 수 있다. 이 표현을 한국어로 직역하면(돈=칭찬), 어색한 표현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문화권에서는 뿌리 깊은 자본주의 전통으로 인해 누군가로부터 돈을 받는게, 자신의 존재와 역할을 인정받고 칭찬받는 것과 동일시돼, 이같은 은유적 표현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언어는 이렇듯 그 사회의 역사와 문화, 가치관을 그대로 반영하는 거울이다. 거꾸로 언어는 그 언어 사용자의 의식에 투영돼, 종국적으로 그 사회의 역사와 문화, 가치관을 바꾸기도 한다. 미국사람들은 매일 일상에서 돈과 자본주의 기조가 깔린 은유표현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자본주의 가치관과 신념을 체내화했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