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을 앞두고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규제 완화를 둘러싼 논의가 뜨겁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요건을 조정하고, 시장지배력 입증책임 주체를 전환하자는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 의견에 대한 반론이 만만찮은 것이다.

현행법은 1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CR1)이 50%이상이거나, 3개이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CR3)가 75%이상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한다. 여기서 3개이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을 계산할 때 시장점유율 10%미만인 사업자는 제외한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상품가격을 부당하게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 ▲상품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을 부당하게 조절하는 행위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 ▲새로운 경쟁사업자의 참가를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해 거래하거나 소비자 이익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 등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가 금지된다.

특위, CR1 규제 강화하고 CR3(3개 사업자) 고삐는 풀어주고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는 1개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점유율 기준을 기존 50%에서 40%로 낮추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래픽=조한무 기자>   ©중기이코노미

그러나 규제를 강화한 1개 사업자와 달리 3개이하 사업자의 고삐는 느슨하게 풀었다. 3개이하 사업자의 시장지배력 추정 기준에 ‘공동 시장지배력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한정’하는 추가요건을 부가하자는데 특위위원 다수가 동의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3개이하 사업자간 실질적인 경쟁이 없어야 한다’는 요건이 검토된다. 현재는 3사 합산점유율이 75%이상인 경우에 공동 시장지배력과 무관하게 각각의 사업자가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한다. 공정위와 법원의 이같은 판단기준이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을 수용했다.

특위, 실질적 경쟁 없다는 입증책임 주체도 공정위로 전환

특위는 또 3개이하 사업자간 실질적 경쟁이 없다는 입증책임도 사업자가 아닌 공정위가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정보가 제한된 상황에서 공정위가 이를 입증하기는 어려운 만큼 사업자가 입증하도록 하자는 소수의견도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요건을 완화하자는 특위 다수의견에 대해 시민사회의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 김종보 변호사는 “이미 75%이상을 점유하는 3개이하 사업자중 하나라는건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관련시장 획정이 전제된 것이기 때문에 ‘공동의 시장지배력이 인정되는 경우’를 추가하는건 불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질적 경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을 사업자에서 공정위로 전환하자는 특위 다수의견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김 변호사는 “추정규정을 두는건 입증책임을 사업자로 전환하기 위함인데, 이를 번복해 공정위에 입증책임을 넘기는건 추정규정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래픽=조한무 기자>   ©중기이코노미

특위, 새로운 경쟁제한행위 규율위해 포괄적 금지규정 도입

이와함께 공정거래법에 명시된 경쟁제한행위 이외 새로운 형태의 경쟁제한행위를 어떤 방식으로 규율할 것인가도 특위 과제다. 특위는 시장에서 새롭게 나타나는 경쟁제한행위를 탄력적으로 규율하기 위해 포괄적인 금지규정을 도입하고, 대표적인 행위유형을 예시하는 방안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현행법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 금지된 행위를 각 호에서 열거하고, 열거된 행위만을 규제한다. 반면 특위가 검토중인 안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을 금지하는 포괄적 규정과 함께 각 호를 통해 금지행위를 예시하는 방식이다. 이 안에 따르면 각 호에 예시된 금지행위 이외 새로운 형태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도 규제가 가능하다.

이 안과 관련,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는 형벌대상인 만큼 현행법처럼 행위유형을 한정적으로 열거해야 한다는 반대의견도 있다.

중소기업계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대한 규제방식과 관련해 특위의 다수의견을 지지한다.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 김경만 본부장은 “최근 5년간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관련사건은 연평균 15.4건으로 극히 미미하고, 과징금 부과 역시 연평균 1건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사업자 추정요건이 너무 엄격하고, 열거식 금지행위가 여타 위반행위를 포괄하지 못하기 때문이며, 포괄적 금지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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