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만에 폭염에 휩싸였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국 팔도를 가리지 않는다. 급기야 경북 영천의 낮 최고 기온이 40도를 넘어섰다고 한다. 얼마나 더운지 모기마저 활동을 못하고 있단다. 너무 더워 여름잠에 든다는 것이다. 그래도 사람은 먹고 살기 위해 내리쬐는 태양빛 아래를 누비고 다녀야 한다. 그중에서도 소상인들의 폭염 속 일상은 처절하다.

역시 더웠던 지난 주말, 장을 보기 위해 집을 나섰다. 이날은 차로 30분은 족히 걸리는 재래시장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오후 2시가 조금 넘은 시간. 하루 중에서 가장 더운 때인지라 오가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나마 있는 손님도 대형업체가 운영하는 상점으로 몰리고 있었다. 재래시장으로 오는 길목에 새롭게 만들어진 중소규모의 판매업체들은 얼마 되지 않은 손님들 마저 속속 챙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래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의 입에서는 더위보다 뜨거운 한숨이 밀려나왔다. 재래시장에서 생선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하루종일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소비하는 얼음 값도 못 버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단다. 20년째 모자를 팔고 있는 또 다른 상인 역시 평소 대비 절반도 안 팔린단다. 그나마 상점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더위라도 피할 수 있지만, 노점상들은 뙤약볕이 만드는 열기를 온몸으로 고스란히 흡수하고 있었다. 게다가 목 좋은 상권에서는 한창 밀려나, 큰길에 가깝다보니 열섬현상에 따른 고온에 숨이 가쁘다.

정부는 폭염으로 전국이 끓어오르자 자연재해 수준으로 대처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조치다. 자연재해 수준이라면 분명 안전 즉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니, 예방에 만전을 다하란 의미가 될 것이다.

행정상 자연재해가 발생할 경우 가장 챙겨야 하는 대상자는 취약계층이다. 실제 정부 뿐 아니라 자치단체는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홀몸 노인 등 취약계층에 가장 먼저 연락을 취한다. 더해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도우미에게도 연락을 취한다. 이 역시 당연하다. 다음으로 챙기는 분야는 피해가 우려되는 산업이다. 야외 활동이 많은 농업, 축산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여기서 아쉬운 점이 있다. 상업 특히 노점에 나선 상인들의 관리에는 소홀하다. 물론 복지 차원에서 노점에 나서는 고령인을 관리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작 기자가 재래시장을 찾은 지난 주말은 사실상 전국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날이었다. 그런 날에 노점을 펼친 상인 중 상당수는 고령이었다. 폭염에 노출된 취약계층 관리에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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