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의꿈’은 서울 신촌을 근거지로 공유형 주거사업을 하는 사회적기업이다. 부동산을 임차해 한집에 있는 방을 1~4인실로 쪼개서 다시 임대한다. 제한된 공간에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입주자 입장에서는 부담을 덜 수 있고, 만인의꿈은 수익을 낼 수 있다. 4인실 기준 월세는 20만원 수준이다.

다양한 사람과 어울릴 수 있는 ‘둥지’…값싼 월세는 덤

만인의꿈은 이 주거공간을 ‘둥지’라고 부른다. 현재 신촌에서는 둥지가 약 20곳 정도 있으며, 총 입주민은 160명 정도다. 입주자 대부분이 20대 청년이다. 월세가 저렴하다보니 경제적 여건이 풍족하지 않은 청년들이 많이 찾는다. 특히 취업과 학업을 위해 타지에서 상경한 경우가 상당수다. 교수 그리고 동기·선배·후배 등 인적 네트워크를 가진 인근 대학교 학생과 달리, 심리적으로 기댈 언덕이 변변치 않은 외지인들이 적잖이 찾는 것이다.

<자료=만인의꿈>

그래서 공간을 활용해 사업을 하는 만인의꿈은 ‘주거’ 자체만큼이나 ‘네트워크’를 중시한다. 매월 둥지원(입주자)이 참여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두달에 한번은 모든 둥지 입주자들이 모이는 자리를 만든다. 관심사가 비슷하거나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둥아리’를 구성하면, 활동비를 지원하기도 한다. 현재 친목, 독서, 운동, 외국어 등 다양한 둥아리가 활동중이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만인의꿈 김동찬 대표는 “둥지에 들어오면 우선 주거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해결된다. 그러나 단지 월세가 싸다는 이유로 찾는 서비스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며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주거에 필요한 비용을 줄여 꿈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 있는 곳으로 성장하고 있다. 둥지에 산다는 사실이 부끄럽지 않고 오히려 자부심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개했다.

낮 ‘카페’ 저녁 ‘술집’ 주말 ‘파티룸’…공간 활용 공유점포

만인의꿈은 점포도 임대한다. 현재 만인의꿈은 4개의 공간을 카페 2개, 샐러드카페 1개, 파티룸 1개, 식당 1개 등 총 5개 업체에 임대해주고 있다. 공간 활용시간을 늘려 임대료를 낮춘다. 파티룸 업체는 요일과 시간에 따라 4개 공간 모두를 사용한다. 가령 낮에는 식당을 운영하던 공간을 저녁에는 파티룸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샐러드를 파는 카페는 파티룸과 공간을 공유하다가 손님이 늘어 현재는 단독으로 매장을 사용한다.

김동찬 대표는 “만인의 반찬의 경우 평일 오전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운영하며 가정식 뷔페, 도시락, 반찬 등을 판매한다. 나머지 시간은 술집처럼 저녁을 활용할 수 있는 업종에 임대할 계획이다. 주말에는 파티룸으로 활용한다”고 소개했다.   ©중기이코노미

김 대표는 “공간이 비는 시간을 채우기 위해 지원자를 모집하고 있다”며 “가게 매출이 많다고 할 순 없지만, 청년이 자신의 꿈에 도전하고 실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에 있는 모든 사업장마다 생애주기가 조금씩 다르지만 종국에는 망하는 형태로 귀결된다. 인건비와 임대료는 오르고 상권이 좋아지는 상황도 아니다. 비용대비 수익이 늘지 않는다”며 “상권이 유지가 돼야 개인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정부지원이 개별점포에 국한되는 경향이 있는데, 지속가능한 성장보다는 연명을 도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신촌을 다시 살리는 방안을 나름 고민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제살깎기식 경쟁보다는 ‘함께’ 거리를 활성화하는 구상이다.

만인의꿈은 주거과 점포외에 공유 오피스 사업도 한다. 방식은 공간을 나눠 임대하는 방식으로 주거사업과 비슷하다.

“지원방식, 사업구상 단계에서 사회적기업 참여 폭 넓혀야”

사회적기업이라도 수익구조에 대한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김 대표는 “수익비중은 주거가 가장 높고, 마진은 점포가 많다. 주거는 낮지만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고, 사업장에서 높은 수익을 낸다. 오피스는 그 중간을 차지하고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특히 “사회적기업으로서 만인의꿈은 수익보다 사회공헌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회적 가치와 수익의 간격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지원을 하지만 한계가 있다. 보다 고차원적인 수익모델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만인의꿈>

김 대표는 정부의 시회적기업 지원방식이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구상 단계에서 수요자인 사회적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지금보다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면서 용처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관리하는 등 공급자 중심으로 지원하고 있어 한계가 있으니, 자금을 지원하되 기업의 지원금 활용을 폭넓게 해야 한다고 했다.

만인의꿈은 더 많은 청년과 함께 하고 싶어 한다. 김 대표는 “더 많은 공간에서 더 많은 청년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 당초 사업지역을 신촌 밖으로 넓히려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신촌에서 규모를 키우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며 청년들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도록 균형잡힌 정책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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