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 후보자가 피감기관으로부터 지원받아 해외출장을 간 사실로 낙마한 사건을 계기로 국민권익위원회가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회의원 38명은 적절성이 의심되는 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는 ‘안 걸린 사람이 걸린 사람을 욕하는 일’이라는 말에 새삼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대목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6일 공공기관 ‘해외출장 지원 실태 점검 결과 및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과 공무원 행동강령을 모두 적용받는 1483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2016년 9월28일부터 올해 4월말까지 있었던 해외출장 지원실태를 점검했다.

점검결과 지원대상자 선정의 객관적 기준과 선정절차 적정성 등이 불명확해 공식행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거나, 법령에 근거없이 피감·산하기관이 감사·감독기관 공직자의 해외출장을 지원한 사례는 22개 기관, 51건이며, 지원받은 공직자는 96명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원받은 공직자의 소속기관별로는 상급기관 공직자 11명, 국회의원 38명, 보좌진·입법조사관 16명, 지방의원 31명으로 파악됐다.

유형별로 보면, 공식행사로 인정하기 어려운 해외출장에 예산을 부당하게 지원한 소지가 있는 사례는 18개 기관, 37건이었다. 일례로 피감기관인 A재단이 소관 상임위 국회의원과 입법조사관 등을 지원한 해외출장에서 교류협력 강화를 위한 관계자 면담 또는 재단업무와 관련없는 해외공관 운영실태 점검 등을 수행한 사례가 있었다.

법령·기준 또는 사회상규에 따른 지원으로 보기 어려운 사례는 4개 기관, 14건이다. 예산은 편성돼 있지만 지원근거가 되는 법령·기준이 없는 경우다. 가령 B부처가 법령·기준에 근거하지 않고 매년 관행적으로 소관 상임위 국회의원, 입법조사관 등에게 정책 설명 명목의 단순 면담·간담회 참석을 지원한 경우가 해당한다.

한편 공직자가 밀접한 직무관련이 있는 민간 기관·단체 등으로부터 부당한 출장지원을 받은 소지가 있는 사례는 28개 기관, 86건이며, 지원받은 공직자는 165명에 이른다. C공사는 마케팅 차원에서 해외 공동설명회를 실시하면서 계약 및 감독업무 관계에 있는 여러 민간항공사들로부터 항공권을 지원받았다.

점검단은 해외출장 부당지원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부당지원 소지가 있는 사례는 추가 조사를 거쳐 제재조치를 취한다. 청탁금지법 해석기준을 보완하고, 해외출장 지원을 투명화하기 위해 지원 범위와 절차를 명확히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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