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이 상한가다. 맥락도 없고, 뜬금없기도 하다. 금융개혁만으로 한정해도, 중소기업 대출 확대 등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는 금융 본래 기능을 회복하는게 우선 과제다. 서민상대 이자놀이에 혈안이 된 금융의 공공성 회복을 위한 금융통합감독체계 구축도 혁신과제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뭐길래, 금융당국 수장은 물론 정치권까지 나서 이 난리인지 모르겠다. 

금융당국 수장격인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열린 ‘핀테크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현장간담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핀테크 생태계 구심점으로 금융산업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며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규제당국이 최소한 걸림돌은 되지 않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증자가 용이하도록 인터넷은행에 대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금융계 검찰격인 금융감독원도 인터넷전문은행에 목을 매긴 마찬가지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현 시점에 은산분리 완화를 통한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는 국가적 과제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산분리 완화를 ‘국가적 과제’로까지 부풀린 윤 원장 발언은 뜻밖이다. 금융감독원장 취임 직전, 윤 원장은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수장으로서 금융위에 제출한 권고안에서 은산분리 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윤 원장은 혁신위원회 권고안에서 “케이뱅크 스스로 국민이 납득할 만한 발전방안 제시가 절실”하다며 “은산분리 완화에 기댐없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성과를 국민들에게 보여 주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원장이 금감원장 취임 전과 지금, 금융환경에 특별한 변화는 없었고, 케이뱅크 영업환경 또한 달라진게 없다. 윤 원장 스스로 입장을 바꾼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시류에 따라 처신을 달리했던 그저그런 학자, 관료로 기억될 수밖에 없다.  

“인터넷전문은행이 핀테크 생태계 구심점이고 금융산업 변화를 주도한다”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전제는 틀렸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이미 금융위에 제출한 혁신위원회 권고안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를 동일시하지 말고, 양자를 연결하는 데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혁신위원회 수장 시절에 했던 윤석헌 금감원장의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행보를 보면,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서다. 잘못된 진단에 따라 처방된 인터넷전문은행 키우기와 그 전제로서 은산분리 완화 시도가 중단돼야 하는 이유중 하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핀테크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현장간담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협업사례로서 ▲카카오뱅크의 ‘상담챗봇’ ▲케이뱅크의 ‘앱투앱결제’ ▲케이뱅크의 ‘신(新)코어뱅킹’ ▲공인인증서 없는 은행거래 ▲24시간 은행거래를 꼽았다, 

‘공인인증서 없는 은행거래’, ‘24시간 은행거래’는 핀테크산업 육성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비대면거래 중심 후발주자인 인터넷전문은행이 영업력 강화차원에서 시행한 거래조건일 뿐이다. 이들 거래조건은 시중은행이 경영상 결정으로 시행하면 될 일이었다. 아무리 좋게 해석해도 또하나의 은행이 생김으로써 크든 작든 초기에 발생하는 메기효과에 불과할 뿐이다.  

‘상담챗봇’이란 것도 허상이다. 이미 시중은행과 증권사는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해 고객을 상대로 한 투자자문서비스를 제공한다. ‘상담챗봇’이든 ‘로보어드바이저’든 소프트웨어 발전 속도에 따라 활용범위가 늘어날 뿐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도입한 상담챗봇이 로보어드바이저가 할 수 없는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지도 않는다. 설사 다른 기능이 있더라도, 이는 소프트웨어 수준에서 비롯된 작은 차이에 불과할 뿐이다.  

앱투앱 결제도 사정은 똑 같다. 사업주체가 인터넷전문은행이어야 핀테크산업과 결합도가 높아진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앱투앱 결제시스템의 사업화는 시장선점으로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한 시중은행이 주도하는게 보다 효율적이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서울페이에 시중은행 11개가 참여한 것도 같은 이유다.  

최종구 위원장이 협업사례로 지목한 마지막이 신코아뱅킹인데, 이는 케이뱅크 IT환경을 구축하는 방식의 문제다. 은행별 필요에 따라 전산망 구축방법이 다른데, 이를 근거로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산업이 조화를 이뤘다고 평가하는 것은 무리다.

은산분리 원칙이 지고지선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재벌기업이 은행을 사금고할 수 없는 제도적인 장치가 완벽하다면, 은산분리 원칙을 폐기하는게 당연하다. 그런데 금융당국은 여전히 은산분리 원칙 폐기 또는 완화에 따른 사후보완을 말하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뭐가 급해선지 인터넷전문은행에만 규제를 완화하는 사실상 편법을 동원하는 이유 또한 궁색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일자리를 늘린다는 주장까지 한다. 100% 거짓말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1명 채용하면, 시중은행에서 2명이 퇴출된다고 보는게 맞다. 핀테크산업에서 일자리가 나온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없기는 마찬가지다. 앞으론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인터넷전문은행 발전과 핀테크산업 발전은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 심지어 경제활성화까지 얘기하던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대출을 늘린다고 경기가 좋아지지 않는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으로 다소간 고객편의가 증진됐고, 메기효과가 작동한건 사실이다. 이 정도 성과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덩치를 키워야 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건 자명하다. 중금리 대출 시장을 창출해 서민금융기관이 되겠다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약속은 공염불이란게 드러났다. 그렇다고 이들 인터넷전문은행이 혁신적 금융기법을 보인 것도 아니다. 금융취약계층의 부채만 늘리는 기존 은행의 영업행태와 전혀 다를 바 없다는게 지난 1년의 평가다. 

인터넷전문은행을 키우겠다면, 그 이유를 금융당국이 제시해야 한다. 그에 앞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기존은행과 다른 사업전망과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까진 금융당국과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모두 국민을 설득하지 못했다. 또 은산분리 원칙을 폐기하거나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예외를 두겠다면, 금융당국과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모두 합당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시민사회가 은산분리 완화조차도 반대하는 이유는 카카오뱅크·케이뱅크가 지난 1년간 보여줬던 구태의연한 영업관행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덩치를 키우고 싶으면 기존 은행과 다르다는걸 먼저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