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전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동시에 구속됐다. 기업 채용업무 방해, 공직자윤리법 위반, 뇌물수수 등의 혐의다.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부당한 공동행위, 기타 각종 불공정거래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질서를 확립토록 하는 것이 공정위의 주요기능이다. 공정위를 가리켜 ‘경제검찰’이라고 부르는 이유인데, 공정위는 그 권력을 엉뚱한 데 휘둘렀다.

공정위가 조직적으로 기업들을 압박해 퇴직 간부들을 특혜 채용시킨 정황을 보자니 기가 막힌다. 공정위는 운영지원과를 통해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위한 퇴직자 관리방안’이라는 문건을 생산했다. 이 문건에는 ‘불필요한 인력을 기업으로 빼내 내부 인사적체 해결’이라는 목적으로 기업을 압박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국장급(2급) 퇴직자’는 고문, ‘과장급(3~4급) 퇴직자’는 임원, ‘무보직 서기관(4급)’은 부장이라는 직급 매뉴얼과, 고시 출신은 2억5000만원, 비고시출신은 1억5000만원이라는 연봉 가이드라인도 마련했으며, 그대로 실행이 됐다.

검찰이 지난 2009년부터 2018년 5월말까지 공정위 퇴직 후 재취업을 위해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받은 47명의 취업처를 확인한 결과, 삼성과 SK, GS, 기아차 등 재벌기업에서 3~5년의 임기를 공정위 출신 전임자가 후임자에게 넘겨주는 형태로 반복돼 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공정위와 기업들 간의 검은 유착관계 속에서 기업의 불공정행위가 제대로 감독됐을리 만무하다. 공정위 퇴직간부의 은퇴 후 수입을 보장해 주기 위해 일부 기업들의 불법과 부도덕을 눈 감아줬을 공산이 크다.  

정부는 퇴직공직자 취업제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퇴직공직자와 업체 간의 유착관계를 차단하고 퇴직 전 근무했던 기간에 영향력 행사 방지를 통해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공직윤리를 확립하기 위한 제도다.

퇴직공직자의 직무관련업체로의 재취업은 공직에서 오랫동안 축적한 개인의 전문성을 민간부분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재직 중의 인맥을 통해 청탁알선, 로비활동에 주력함으로써 이해충돌 야기는 물론, 부패의 연결고리로 활용될 부정적인 측면도 크다.

때문에 누구보다 자기 스스로에게 엄격해야 하는 곳이 공정위다. 그러나 공정위는 지난 십수년간 그렇게 하지 못했다. 공정위는 기업들에게, 일부 기업들로 인해 피해를 당한 당사자들에게, 국민들에게, 또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 공정위 직원들에게 부끄러운 낯을 드러냈다. 이제 수술이 필요한 곳을 적극적으로 도려내고 과거의 과오를 떨쳐내고 본연의 역할을 할 때, 공정위의 이름은 다시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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