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 정은미 산업경쟁력연구본부장은 한국노동연구원이 2일 주최한 ‘고용진단과 전망에 관한 세미나’에서 “중소기업이 산업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한국이 강세를 보여 온 제조업 분야에서도 도태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산업연구원 정은미 산업경쟁력연구본부장은 한국노동연구원이 2일 주최한 ‘고용진단과 전망에 관한 세미나’에서 “과거 35년보다 향후 35년간 변화가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4차 산업혁명이 현실화해 산업구조가 바뀐다고 가정할 때, 중소기업이 이에 적응하지 못하면 한국이 강세를 보여 온 제조업 분야에서도 도태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당장 하반기 수출시장부터 낙관하기 어렵다. 중국이 가전과 정보통신기기, 디스플레이 등 분야에서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공급과잉으로 한국이 세계시장에서 설 자리가 좁아지는 것이다. 게다가 미중 통상마찰이 심화되면서 대(對)중국 수출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정은미 본부장에 따르면, 올해 수출증가율은 상반기 5.4%에 이어 하반기 3.2%로 증가세를 유지하겠지만 미중 무역분쟁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 세계시장 경쟁심화, 해외생산공장 확대로 증가세는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반도체 등 고사양 중간재 수요가 증가하고 신흥국과 선진국 대부분이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한국수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는 향후 위협요소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정 본부장은 “중국 성장으로 한국수출이 위협받을 우려가 있다. 독일 등 선진국은 신산업 수출이 증가한 반면, 한국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새로운 시장을 열지 못하고 있다. 수입한 기계로 제조·공정해 수출하는 방식이 한계에 직면한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기술과 시장을 잃어가고 있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정 본부장은 중소기업이 신산업 분야에 얼마나 잘 적응하는지가 중장기 경제지표를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화로 생산과 소비방식이 모두 달라지면 제조업도 변할 수밖에 없다. 산업연구원 조사결과, 대기업은 생산방식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 반면, 중소기업은 3D프린터 등을 적극도입하겠다고 응답했다. 그만큼 중소기업이 느끼는 위기감이 크다는 얘기다. 앞으로 10년~15년후 중소기업이 변화하지 않으면 향후 전망을 낙관할 수 없다”고 했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수출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게 정은미 본부장의 진단이다. “ICT융합과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시장정보와 컨설팅 제공, 자금지원 등을 확대해야 한다”며 “친환경 국제규정이 강화됨에 따라 창출되는 시장에 중소 조선·기자재업체가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과거에는 설비를 들여 생산하고 시장에 내놓으면 됐지만, 지금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며 “또한 정부정책을 통해 신산업 관련 인력양성이 필수적이다. 가령 자동차 분야의 경우 자율자동차 도입으로 시스템 관련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데, 능력을 갖춘 인력이 없으면 고용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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