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차등적용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소상공인연합회가 바쁘게 움직인다. 지난달 24일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 출범식’을 갖고 5인미만 사업장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요구하면서 최저임금 불복종 운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이틀뒤 26일에는 최저임금고시에 대한 이의제기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 지난 9일에는 광화문에서 ‘소상공인 119민원센터 개소식’을 열고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또다시 요구했다. 오는 29일 ‘최저임금 제도 개선 촉구 국민대회(총궐기대회)’도 개최한다고 한다.

지난달 11일 최저임금 차등적용안 부결을 이유로 사용자위원 전원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 불참할 때만해도, 차등적용 요구는 낮은 수준의 인상을 위한 지렛대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실현가능성이 없는 요구이기 때문이다. 차등적용은 최저임금법 취지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논리적으로도 무리가 있다. 무엇보다 소상공인 경영악화 주범이 대기업과 땅부자의 갑질이라는 본질에도 한참 벗어난다.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 사용자측이 제시안 차등적용 방안은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하는 비율, 종업원 1인당 영업이익, 종업원 1인당 부가가치가 모두 전산업 평균이상인 업종에 별도인상률을 적용하는 내용이다. 현재 소상공인연합회는 5인미만 사업장에 차등적용할 것을 주장한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들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최저임금 재심의 거부 규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소상공인, 경제단체 등의 내년도 최저임금 재심의 요청을 거부했다. 이로써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10.9% 오른 시급 8350원으로 확정됐다. 이에 소상공인연합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오는 8월29일에 ‘전국 소상공인 총궐기’에 나서는 등 직접 행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노동자에게 최저수준의 임금을 보장함으로써 생활안정과 노동력 향상을 꾀하기 위한 제도다. 사람을 데려다 일을 시키려면 적어도 먹고 살만큼은 챙겨주라는 얘기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최소한’을 의미하기 때문에 노동자가 소속된 사업체의 업종과 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 없다. 

여전히 최저임금은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한다. 내년부터 적용하는 시간당 최저임금 8350원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주 40시간기준 주휴수당 포함 174만5150원이다. 반면 최저임금위원회가 한국통계학회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 평균은 193만3957원이다. 실태생계비는 식료품, 의류, 주거 등 소비지출과 조세 등 비소비지출로 구성된다. 2년연속 두자릿수 인상이라지만, 최저임금만으로는 생계유지도 곤란한게 현실이다.

최저임금 핵심이 ‘최소한’이라는 점을 되새겨보면, 정부가 제시한 차등지원이 보다 설득력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타격을 많이 받는 소상공인에게 일자리 안정자금을 더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차등지원도 한계가 있다. 일자리 안정자금이 3조원으로 묶여있으며, 정부자금으로 임금을 보전하는 방식은 지속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최저임금 문제는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민생경제연구소 안진걸 소장은 개혁대상으로 ‘가카임’을 지목한다. 소상공인 지출구조를 왜곡하는 주범은 ‘가’맹수수료, ‘카’드수수료, ‘임’대료 등 대기업과 땅부자 배만 불리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싸워야 할 대상은 소상공인의 주요 고객인 저임금노동자가 아니라는 얘기다. 

구조적 문제를 손보는 일은 지난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기에 소상공인연합회가 선택하기 쉽지 않은 전술임을 잘 안다. 그렇더라도 600만 소상공인을 대표한다고 자임하는 법정단체가 소상공인연합회다. 소상공인보다 더 취약하거나 유사한 형편인 저임금노동자를 타깃삼아 싸우겠다는 소상공인연합회 행태는 옹색하다 못해 치졸하다. 

노동계도 최저임금 인상에만 목을 맬 일이 아니라, 인상된 최저임금 연착륙에도 역할을 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 홍종학 장관은 지난달 최저임금 결정이후 소상공인연합회와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소상공인을 위해 온누리상품권과 지역사랑상품권을 이용하고, 구내식당 휴무일을 늘려 근처 식당 매출을 늘리는 등 소상공인 물건 팔아주기 운동을 전개해 줄 것을 노동계에 당부했다. 홍 장관의 요구가 실현가능한가 여부와 무관하게 노동계도 조직력을 임금인상뿐 아니라 소상공인과 노동자 간 상생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전향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 최저임금 문제 해결을 위해 을-병간 대립으로 치닫는 상황을 타개하고, 단결과 연대를 통해 갑에 대항하는 현명한 전략을 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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