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성시 골프존 사업자가 골프존의 직영점 운영에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설치했다. <사진=전골협>

경기도 안성시에서 골프존 스크린골프장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골프존이 안성지역에 대규모 직영점 2개를 신규로 운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밤잠을 설친다. A씨는 “인구 20만도 안되는 소도시에 벌써 골프존 스크린골프 사업장이 12개이상 있다”며 “티업이나 에스지 골프 등 시내 중심가에 다른 브랜드 스크린골프장 6개를 포함하면 안성지역은 이미 포화상태”라고 말했다.

스크린골프장업계 ‘독과점적’ 지위를 보유한 골프존이 신제품과 이벤트로 공격적인 영업을 하면 기존 사업장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A씨는 “신제품을 쓰는 가맹점으로 전환하려면 비용도 많이 들고, 손님들도 가맹점용 신제품을 크게 찾지 않아 안성에서는 다들 구형 모델로 운영하고 있다”며 “사업장으로부터 자동차로 불과 5분 남짓한 거리에 대형 신규매장이 들어서면 빚을 내서라도 가맹점을 전환해야하나 막막한 심정”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시장 과밀화와 불공정한 거래방식으로 수년째 골프존 스크린사업자들과 분쟁을 계속중인 골프존이 최근에는 직영점을 출점해 점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전국골프존사업자협동조합(이하 전골협)과 소속 조합원 1127명은 지난 3일 골프존의 불공정행위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신고내용은 ▲GL이용료(R캐시)를 점주로부터 선충전하는 이른바 통행세 징수 부당행위 ▲비가맹점에 대한 직영점 보복출점 부당행위 등이다.  

GL이용료(R캐시)를 점주로부터 선충전하는 부당행위

골프존 사업자가 R캐시 충전을 하고 발급받은 현금영수증 <자료=전골협>

그러나 골프존은 GL이용료는 고객에게 징수하는 것이고, 스크린사업자는 징수를 대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골협은 공정위에 제출한 신고서를 통해 골프존과 스크린사업자 간 거래계약서에 GL이용료가 고객과금이라는 내용이 없고, 점주에게 비용을 전가하거나 선충전으로 징수대행을 한다는 어떠한 동의나 합의사항이 없다고 주장했다. 골프존이 장비를 판매한 회사로서 고객에게 받아야할 GL이용료를 점주에게 선충전하도록 강제할 어떠한 법적관계도 성립하지 않으며, 코스이용료를 고객에게 받으려면 당연히 골프존이 직접 징수해야 했다는 얘기다.

전골협은 “골프존이 아무런 법적근거없이 점주들에게 GL이용료 선충전을 강요하며, 실질적으로 GL이용료를 징수한 행위는 시장지배적지위를 남용한 위법행위”라며 “이와같은 행위를 중단하고 이로인한 점주들의 손해를 배상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전골협은 GL이용료를 점주가 부담해왔다는 사실확인서를 점주 369명과 고객 2만8518명으로부터 받아 공정위에 제출했다.

골프존 직영점 출점…기존 사업자 고사시키려는 행위

골프존 사업자들은 전국에서 골프존 직영점을 반대하는 캠페인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사진=전골협>

또 지난 7월 전골협이 골프존에 직영점 출점 반대 입장을 담은 상생한 관련 질의를 보냈는데, 그에 대한 답변으로 골프존은 “회사는 시스템 매입 정책과 가맹점 퇴로 등으로 얻게 된 시스템을 활용해, 기존 사업주의 상권을 침해하지 않는 곳에 직영점을 출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권의 중복, 즉 상권과밀 문제에 대해 골프존도 그 심각성을 모르지 않는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주재로 열린 골프존 간담회에서 골프존 박기원 사장은 “지금 현재 저희가 조사를 해보니 200m내에 사업주, 가맹 비가맹을 포함해서 1700여개 매장이 있고, 그 매장이 평균 5대 정도로 8800 시스템 정도가 과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골프존은 간담회 당시 과밀해소를 위해 5000시스템을 이전 또는 폐업할 수 있도록 향후 5년간 250억원을 지원해 회수하겠다는 상생안도 제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골프존이 직영점 확대에 나서자, 전골협은 과밀해소를 위해 사들인 시스템을 활용해 골프존이 직영점을 출점하는 꼼수를 쓴다고 비난했다. 

전골협, 직영점은 가맹전환하지 않은 점주들에 대한 ‘보복출점’

전골협 송경화 이사장은 중기이코노미와 통화에서 “골프존은 이미 시장이 과포화돼 골프존 기기를 판매할 수 없게 되자, 2016년부터 대다수 점주들이 반대하는 가맹사업을 강행해왔다”며 “가맹전환 비용과 부당한 조건의 가맹전환을 점주들이 거부하자, 골프존은 가맹점 전용 쿠폰 및 상품권을 남발해 비가맹점의 고객을 유인해 점주들을 고사위기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골프존 비가맹사업자들은 골프존이 가맹점에만 제공하는 쿠폰 및 이벤트를 통해 기존 사업자들을 고사위기에 처하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료=전골협>

이어 송 이사장은 “그럼에도 골프존이 또다시 대형의 최신시설을 갖춘 직영점을 출점한다면 자신들이 기계를 판매했음에도, 돈이 없어 가맹사업으로 전환하지 못하거나 가맹점 전환을 거부하는 점주들에 대한 ‘보복출점’이라고 밖에 설명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용인지역에서 골프존 스크린골프를 운영하는 한 사업자는 중기이코노미와 통화에서 “전국에 5000여개 골프존 점포가 있는데 가맹점·비가맹점으로 차별하고, 그것도 모자라 직영점으로 어렵게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점주들을 사지로 내모는 처사”라며 “골프존이 기존 매장 200m이내에 출점을 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10km 떨어져 있어도 자동차로 10분이내에 갈 수 있는 거리”라며 반발했다.

16일 ‘골프존 차별적 취급행위’ 공정위 전원회의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골프존 스크린사업자들이 2016년 11월 신고한 ‘㈜골프존의 차별적 취급행위’와 관련, 16일 전원회의를 개최한다. 가맹사업자로 전환한 골프존이 비가맹사업자에게 가맹사업용 신제품인 ‘투비전’ 공급을 부당하게 거절했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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