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신용공여 허용금지’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용공여는 담보제공, 어음배서 등 신용위험이 따르는 거래를 말한다. 현행 상법은 상장사에 한해 주요주주와 그의 특수관계인, 이사, 감사에 대한 신용공여를 금지했다. 내부거래를 자율에 맡기면 재정 건전성을 담보할 수 없고, 회사재산 유출에 악용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행법은 경영상 목적에 필요한 경우 적법한 절차를 거치면 신용공여를 허용한다. 검찰이 신용공여 금지 조항 적용에 소극적이라는 문제제기와 함께, 상법 시행령을 개정해 허용 요건를 구체화하자는 개선방안이 제시된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해 5월 ‘금호그룹의 계열회사간 자금거래 등의 적절성 검토’ 보고서에서, 2016년 금호홀딩스가 계열사로부터 966억원을 차입한 사실에 대해 상법상 신용공여 위반소지를 지적했다.

신용공여 금지규정 취지, 건전한 경영 도모와 투자자 보호 

경제개혁연대는 신용공여 금지조항에 대해 “상장법인은 비상장법인과 달리 다수 일반 투자자가 증권거래에 참가하고 있다. 내부거래를 자율에만 맡길 경우 건전한 재정상태를 위태롭게 하고 일반 투자자 이익을 해할 위험이 있다. 신용공여 금지규정 취지는 건전한 경영을 도모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에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상법 제542조의9는 상장사가 주요주주 등에 신용공여를 하면 안된다고 규정하면서 예외적인 허용조건을 시행령에 위임했다. 동법 시행령 제35조에 따르면 주요주주 등에 대한 신용공여라 하더라도,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행하면 가능하다.

경제개혁연대는 금호그룹 내부거래에 대해 적법한 절차 여부를 문제 삼았다. 보고서는 “금호산업은 이사회 결의를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공정거래법 역시 위반 가능성이 있어 ‘적법한 절차’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이자율 5~6.75%…금호홀딩스, 계열사로부터 2~3.7%에 돈 빌려

여기서 경제개혁연대가 제기한 공정거래법 위반 사안은 부당지원과 관련이 있다. 공정거래법은 제23조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저리의 자금대여를 비롯한 부당지원을 금지한다. 금호홀딩스가 대신증권과 케이프투자증권으로부터 돈을 빌리면서 적용받은 이자율은 5~6.75%에 달한다. 반면, 금호홀딩스 계열사들로부터는 2~3.7%의 낮은 이자율을 적용받았다. 계열사의 낮은 이자율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신용공여 금지 조항의 중요성과 절차위반의 중대성 등을 고려하면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신용공여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주장했다.

<그래픽=조한무 기자>   ©중기이코노미

검찰, 신용공여 금지에 미온적…시행령 개정해 허용조건 구체화해야

경제개혁연대는 “검찰은 상법상 신용공여 금지 조항의 적용에 소극적이다. 경제개혁연대가 계열회사에 대한 자금대여 등을 상법상 신용공여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한 사건중 신용공여로 인정한 경우가 없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한라그룹 정몽원 회장이 이끄는 만도와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를 신용공여 금지 위반으로 고발한 바 있다.

규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신용공여 허용 조건을 구체화해서 법에 명시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해 발표한 ‘시행령 등 하위규정 개정을 통한 경제민주화 실천 방안’ 보고서를 통해 상법 시행령 개정을 제안했다. 신용공여 허용 조건을 명시한 상법 시행령 제35조의 3항에 자금지원의 목적이 없어야 하며, 신용공여로 인한 손실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경우에 한해 신용공여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하자는 것이다. 

또한 단순한 자금운용을 목적으로 하는 신용공여는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경우로 볼 수 없다고 명시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주요주주 등 계열회사에 대한 신용공여 금지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설명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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