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존의 가맹점인 골프존 파크. 위 매장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중기이코노미

공정위 심의보고서…“골프존, 수익원 확보위해 가맹전환”

공정거래위원회 ‘제8회 전원회의 심의속기록(3월11일 1차 전원회의, ㈜골프존의 거래행위에 대한 건)’에 따르면, 2018년 3월11일 현재 전국에는 4900여 골프존 사업장이 있다. 이 중 가맹사업자로 전환하거나 새로 가맹사업을 창업한 가맹점은 630여개다. 

공정위 심사관이 1차 전원회의에 제출한 심의보고서는 630여개의 특정한 사업장이 가맹점인 ‘골프존 파크’로 바뀌게 돼도, 기존에 밀집해 있던 4900여개 매장은 그대로라고 지적했다. 골프존이 가맹점 전환사업을 추진하면서 내세웠던 목표, 과밀화된 골프존사업자의 상권보호와 가맹점 전환 사이에는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는 얘기다. 심의보고서 역시 가맹점 전환의 목적을 “골프존이 수익원 확보를 위해 가맹전환을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전국골프존사업자협동조합(전골협) 송경화 이사장은 “과거 사업자들이 영업지역 보호를 위해 가맹점으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골프존은 ‘기계를 판매하는 회사일 뿐’이라며 가맹점으로 인정해주지 않았다”며, “당시 가맹점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한 것은 가맹사업법 테두리 안에서 영업지역을 보호해달라는 얘기였지, 기존 4900여개 매장이 포화된 상태를 그대로 둔 채 가맹점 전환을 위해 새로 업그레이드 비용을 지불하고 가맹비·기타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골프존이 가맹사업 추진하면서 설문조사 결과까지 왜곡

골프존이 가맹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골프존사업자를 대상으로 실시했던 설문조사 결과를 왜곡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심의보고서는 설문조사의 원본 데이터 분석 결과를 제시하며, 골프존이 해당설문조사에 대한 합리적인 분석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골프존은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전골협의 응답을 누락했고, 가맹반대를 이유로 응답하지 않은 359개 사례 역시 제외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설문조사 당시 골프존은 최하 1점에서 5점 만점으로 척도기준을 정했다. 그런데 발표시 골프존은 10점 만점으로 척도기준을 임의로 변경했다. 1차 전원회의 당시 공정위의 한 위원은 “일반적인 설문조사는 최하 0점에서 5점 만점으로 평균이 2.5점이 나오도록 하지만, 골프존의 설문조사 방식은 평균이 3점이 된다. 이걸 10점으로 전환하면 6점이 되고, 받아보는 입장에서는 설문조사 결과를 오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3점이 안되는 2.9점이 나온 설문결과를 ‘다소 기대하는 편’으로 해석한 것은 통계조작”이라고 꼬집었다. 

골프존이 수익확대를 위해 가맹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골프존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했던 설문조사 결과를 왜곡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자료=전골협>

심의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7월 설문조사업체를 통해 공정위가 자체 조사한 결과 가맹반대 비율은 약 82%였다. 골프존사업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골프존이 일방적으로 가맹사업을 추진했다는 전골협의 주장이 사실이라는게 설문조사 결과다. 

골프존사업자들의 가맹사업 반대가 거세지자, 골프존은 가맹사업 추진과정에서 가맹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골프존사업자에게 공정거래법이 금지한 불공정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골프존 내부자료를 근거로 작성된 심의보고서에 따르면, 골프존이 2500개 가맹사업장을 확보하기 위해 가맹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골프존사업자에게 신제품인 투비전 공급을 거절하는 불법적인 수단을 사용했다. 

심의보고서에 따르면 골프존은 ‘2017년 가맹사업 추진전략’에서 “(1분기 중) 기존 점 프로모션 종료를 압박해서 가맹전환을 극대화하겠다”, “(4분기에는) 기존 점 프로모션 종료를 공표로 가맹전환을 유도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워, 가맹점에 참여하지 않은 점주들을 압박했다는 전골협 주장이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체불가한 투비전 공급거절은 비가맹점에 대한 불공정행위 

심의보고서는 “골프존이 신규로 개발한 시스템인 투비전의 공급을 거절하는 것이 (공정거래법이 금지한 불공정행위 유형중 하나인) ‘기타의 거래거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불공정행위로 판단한 근거로 심의보고서는 “투비전이 비가맹점 사업에 필수적이고 대체거래선이 존재하지 않고,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불리한 가맹점 전환을 강요하는 것으로, 다른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가맹점으로 전환하지 않은 골프존사업자에게 대체불가능한 투비전을 공급하지 않음으로써 골프존사업자의 영업의 자유를 침해했고, 그 같은 행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이란 결론이다.

심의보고서는 또 골프존의 신규 시뮬레이터가 출시되면, 거의 예외없이 기존의 시뮬레이터가 도태되었기 때문에 골프존의 투비전 공급거절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신제품 출시에 따른 기존 시뮬레이터 도태 사례로 심사보고서는 2012년 비전시스템 출시 사례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비전시스템 출시 이후 4년만에 비전의 기기대수는 84대에서 2만여대로 200배 가까이 늘어난 반면, 구형 시스템 리얼은 1만7000여대에서 2000여대로 6분의 1로 크게 감소했다. 

골프존…특정사업자 거래거절 없어 ‘기타의 거래거절 아니다’

전국 골프존 사업자들이 16일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공정위의 늑장행정과 골프존의 불공정행위를 규탄하는 1인 시위 등을 했다.   ©중기이코노미

투비전 공급 거절이 ‘기타의 거래거절’에 해당한다는 심의보고서에 대해, 1차 전원회의 당시 골프존은 공정거래법상 ‘기타의 거래거절’ 성립요건인 ‘특정사업자에 대한 거래거절’이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 불공정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가맹계약 체결여부에 따라 가맹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사업자에게 투비전을 공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항변이다. 

그러나 1차 전원회의에서 심사관은 골프존이 GLM사이트를 통해 투비전 공급을 요청한 415개 비가맹점주의 요구를 다 거절했기 때문에 ‘특정사업자’에 대한 거래거절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경쟁사 시스템 구입, “매장 정리하고 전 재산 다 버리라는 것”

골프존이 아니더라도 경쟁시스템 판매사업자로부터 시스템을 구입해 다른 브랜드의 스크린골프사업을 할 수 있다는 골프존의 주장에 대해서도 심사관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골프존사업자가 보유한 기기는 골프존의 온라인서비스에 연결해야만 구동이 가능하고, 다른 사업자의 기기로는 골프존의 온라인시스템에 연결이 안된다는 설명이 따랐다. 

전골협 송경화 이사장도 중기이코노미와 통화에서 “다른 시스템을 구입하라는 얘기는 이미 수억원을 들여 창업한 현 매장을 정리한다는 것이고, 전 재산을 다 버리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송 이사장은 “신제품이 출시되면 제품의 성능이 구형보다 개선되고 하드웨어부분에서도 스윙플레이트나 센서 등이 개선되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호도가 옮겨간다”며, “골프존 가맹점이 업그레이드된 기기로 영업을 하고, 골프존 본사가 쿠폰·이벤트 등으로 가맹점을 차별해 지원하는 이상 기존 사업자들은 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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