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세에 취업한 청년이 수도권에서 내 집 하나 장만하는데 왜 15년에서 25년이나 걸리는지, 왜 그 기간은 점점 늘어만 가는지 의문이다. 우리사회 뿌리깊은 불평등의 구조는 어디서 기인하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경기도민이 맡겨주신 권한으로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겠다.”

오는 9월1일부터 경기도 및 소속기관이 시행하는 계약금액 10억원이상 건설공사의 원가를 공개하겠다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스스로 묻고 답했다. 청년이 아니고 경기도에 살지 않아도, 부동산투기로 재미본 일부 투기꾼을 제외하면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가졌던 의문이다. 그리고 국가의 존재이유고, 헌법이 명한 ‘국민 주거권 보장’ 책무를 이행해야 할 정부라면, 당연히 했어야 할 응답이다. 섭섭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국토교통부 등 관련부처는 지금까지 해결방안을 내지 않았다. 반면 이재명 도지사는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겠다”고 했다.  

10억원이상 관급공사 원가공개는 시작일 뿐이다. 경기도가 100억원미만 공공건설공사 예정가격 산정시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 개정’을 행정안전부에 건의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100억원미만 공공건설공사 예정가격을 산정할 때, 행정안전부 예규에 따라 적용했던 ‘표준품셈’을 ‘표준시장단가’로 바꿔달라는게 경기도 요구다.  

표준품셈이란 국토교통부가 정한 항목별 단가((재료, 노무, 경비 등)를 기준으로 공사예정가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반면 표준시장단가 방식에 따르면 과거 공사 계약·입찰·시공 단가에서 확인된 공정별 단가를 바탕으로 시장상황,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공사예정가를 정한다.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면 이미 투입된 공사비를 기준으로 공사예정가를 산정하기 때문에, 사전에 정해진 단가를 적용하는 표준품셈보다 공사예정가가 낮은게 상례다. 

실제 경기도가 최근 2년간 계약금액 10억원이상 경기도 발주 공공건설공사 32건을 대상으로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해 공사예정가를 산정했더니 표준품셈보다 평균 4.5%(35억원) 낮았다. 이를 근거로 이재명 도지사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지난해 경기도청에서 발주한 100억미만 공사는 1661건에 공사비는 2098억원”이라며 “표준품셈이 아니라 표준시장단가로 공사예정가를 산출했다면 적게는 81억(3.9%)에서 많게는 211억(10.1%)까지 공사비를 아낄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적었다. 이어 이재명 도지사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1000원 주고 사던 물건을 900원에 살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고, “셈법만 바꾸면 간단히 절감되는데 안 할 이유가 없다”며 표준시장단가 도입 의지를 분명히 했다.

‘안 할 이유가 없다’는 단호한 표현에, 예산절감이란 말도 좋았다. 특히 가슴에 와닿았던 대목은 “누군가의 부당한 이익은 누군가의 손해로 귀결된다”는 이재명 도지사의 발언이다. 정부의 존립근거를 ‘억강부약’으로 설명하는 이재명 도지사에게 강자는 토건자본이고, 약자는 세금을 내는 국민이다. 억제해야 할 대상은 건설자본이고, 도와야 할 대상은 집한칸 없는 서민이다. 

우리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수준까지 이른 극단적인 사회양극화를 ‘해소’, 아니 ‘완화’라도 하자면서 보유세 좀 올리자고 했다. 이재명 도지사가 추진하듯 토건세력의 밥줄까지 건들라 하지도 않았다. 이렇듯 사소한 요구에도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땅부자·빌딩주인 눈치만 보면서, 응답한 결과가 최근 보유세 개편안이다. 오늘(27일)도 국토교통부는 서울 등 수도권지역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자,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추진 및 투기지역 지정’ 등 부동산대책을 내놨다. 

또다시 땜질처방이다. 토건세력 이해를 대변하는 대다수 언론 또한 정부의 이번 대책이 부동산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고 평가절하했다. 공급물량 부족을 거론하며 투기지역을 지정해봐야 헛일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의 요구는 ‘이명박근혜’가 했던 부수고 짓고, 사고팔고를 반복하는 ‘부동산투기 공화국’이기에 단호하게 배척해한다. 이들의 바람대로 ‘헛일’이 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이재명’식 해법이다. 곁가지가 아닌 뿌리를 통째로 뽑은 다음, 땅을 다시 고르고 새로운 나무를 심는 방법뿐이다. 

아파트 원가를 공개해 거품을 빼내면, 아파트는 투기대상이 될 수 없다. 공시가를 실거래가 수준에 맞추면, 매매차익을 노린 투기수요를 줄일 수 있다. 주거목적이 아닌 주택에 페널티성 보유세를 부과한다면, 27살 청년이 내 집 마련에 25년동안 허리띠를 졸라맬 일도 없다. 공급물량이 부족한게 아니고, 공급물량이 투기꾼에게 편중된게 문제다. 잊을만하면 반복해서 정부가 부동산대책을 발표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불로소득을 근절시킬 대안이 없기 때문이 아니고 부동산투기를 잡겠다는 의지가 없어서다.

이재명 도지사는 성남시장 재직시절 시장권한으로 성남시 발주공사 세부내역과 공사원가를 공개했다. 그리고 이제는 도지사 권한으로 경기도 발주 공사원가를 공개하려 한다. 또 도지사 권한을 넘어서는 표준시장단가 적용문제 해결을 위해 행정안전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앞서 이재명 도지사는 관련조례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공사원가 공개와 표준시장단가 도입을 반대하는 토건세력의 저항이 거세지만, 이재명 도지사는 억강부약을 명분으로 적폐세력과의 싸움을 피하지 않았다. 

이재명 도지사가 할 수 있다면, 보다 큰 권한 그리고 보다 많은 지지자를 확보한 문재인 정부가 하지 못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부동산투기 발본색원이란 목표달성을 위해, 정부는 이재명 도지사의 정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토건세력 척결을 위한 싸움을 전국단위로 확산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실행해야만 한다. 부동산투기에 따른 불로소득이 아닌 땀흘린 노동이 존중되는 나라, 문재인 정부가 그 초석을 깔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