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북관계 발전에 합의했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남북한 경제협력은 공동조사와 연구에 머물고 있다. 최근 우리 경제가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오며 정부는 남북경협이 우리경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지만, 대북제재와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국민들의 이중적인 인식, 북한의 낙후된 산업시설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남북경협이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정책 변화와 시장을 중심으로 한 시장경제 촉진은 남북경협의 가능성을 가늠하게 한다.

2014년 나사의 위성에서 찍은 한반도 야경. 어두운 북측의 상황이 전력난을 보여준다. <자료=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통일연구원 임강택 선임연구위원은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이 28일 개최한 ‘신경제 지도의 구상과 남북경협 해법’ 세미나에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가 여전히 냉혹하게 북한 경제발전 발목을 잡고 있고, 북한은 우리나라에 대한 불만과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신경제구상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공조가 필수인 만큼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협력)체계를 유지하면서, 남북관계 발전 동력을 유지시켜 나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신경제구상…철도·도로 올해 안 착공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돼야 본격적인 경제협력이 이뤄질 수 있으며, 평화경제와 경제공동체의 꿈을 실현시킬 때 우리 경제는 새롭게 도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반도 신경제 구상의 주요 내용

<자료=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또,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철도, 도로 연결은 올해 안에 착공식을 갖는 것이 목표이며,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 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했다. 이 공동체는 우리의 경제지평을 북방대륙까지 넓히고 동북아 상생번영의 대동맥이 돼 동아시아 에너지공동체와 경제공동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정부는 환동해경제협력벨트·환황해경제협력벨트·접경지역평화협력벨트 등 3대 경제협력벨트를 구축하고 한반도를 하나의 시장으로 형성하는 남북경제공동체를 목표로 한 한반도 신경제구상을 제시하고 있다.

“남북경협 신성장동력, 민간이 핵심역할 해야”

임 연구위원은 “남북경협을 중심으로 하는 신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민간이 핵심역할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민간자본이 참여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는 것이 임 연구위원의 견해다. 

기업들의 투자협력 환경조성을 위해서는 기존의 남북합의 이행을 통해 제도를 개선하고 산업기반시설(SOC)의 개선, 통신·물류 연계, 금융거래 구축, 대북사업 관련 정보자료의 제공 등 물적 기반조성이 선행돼야 한다.

한반도 신경제구상의 추진 배경

<자료=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임 연구위원은 2014년 NASA가 위성에서 찍은 한반도의 야경을 공개하며, “북한의 SOC 기반, 특히 전력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남북경협이 추진되더라도 상당한 규모의 시간과 자본을 투자해 북한의 산업기반을 준비해야 우리가 꿈꾸는 신성장동력으로서의 경제발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남북경협은 길게 보고 체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민간 주도의 남북경협을 성공시키는 관건이 된다. 임 연구위원은 “국내에서도 남북경협에 대한 유보적이고 부정적인 인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놓쳐서는 안된다”며, “리스크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뒷받침과 국제사회와의 협력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경제 활동 인정…북한경제 의미있는 변화

임 연구위원은 북한의 경제발전 계획과 대외경제협력 수요가 우리의 신경제구상과 큰 그림에서 겹쳐진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최근 변화의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북한 경제발전 목표를 세밀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김정은 시대 북한은 김정일 시대의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실용주의적 산업정책이나 국산화 정책, 과학기술 및 인력양성 등을 통한 경제성장 전략으로의 전환 등 산업정책 측면에서 적지 않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시장을 용인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정책기조를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관리체계 개혁을 통해 국영기업의 시장경제 활동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이를 법제화했다. 이는 향후 북한이 남북경협을 통해 산업발전을 완성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임 연구위원은 “남북 경제협력 추진목표는 우리 경제의 신성장동력과 동북아 경제협력의 길을 찾기 위한 것임을 생각해야한다”며, “현재상황에서 경제협력 전망이 그리 밝지 않지만, 남북협력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남과 북이 서로 협조적이고 의존적인 관계를 만들지 않으면 한계에 직면할 것이고 목표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경제의 신경제구상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공조가 필수인 만큼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협력)체계를 유지하면서, 남북관계 발전의 동력을 유지시켜 나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임 연구위원은 특히 국회의 비준절차를 걸쳐 남북 정상간 합의사항 이행을 위한 법적 기반을 확보하는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또 기업들의 대북투자 보장을 위해 국회차원의 남북합의를 추진하고, 남북경협의 절차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대북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보장해 대북투자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대북투자협력사업에 대한 정치권의 합의된 원칙과 방향성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북측과 협의를 통해 남북 당국 간 종합적인 경제협력 틀을 마련하고, 다양한 경제협력 분야에 대해 남북한간 협의하고 세부협력방안을 도출함으로써 북한과의 파트너십 구축도 필수다.

이와함께 북미간 비핵화 협상 진전 상황에 맞춰 남북경협을 추진함으로써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 노력을 지원하는 한편, 남북경협의 중요성과 잠재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재평가를 유도하고 남북경협사업에 대한 주변국과의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는 국내외 공감대 형성 또한 주요한 추진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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