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 자율에 의한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하는 정책을 펴고 있지만, 현행 규제로는 지주회사가 경제력 집중해소라는 소기 목적을 달성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 조사결과, 지주회사 체제내 내부거래 비중은 55%에 달하며, 지주회사가 직접 출자해야 하는 자회사보다 손자회사를 집중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부채로 계열사를 확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주회사 부채비율 제한을 내리고, 손자회사 보유금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과 공정위, 법무부가 28일 주최한 ‘문재인 정부의 경제민주화를 바라본다’ 토론회.   ©중기이코노미

그러나 “지주회사가 재벌개혁 체제라고 할 수 있느냐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지주회사는 순환출자구조 대안으로 제시됐으나, 지난 20년간 기업측 요구를 들어주면서 손자회사를 허용하고 자회사 보유비율을 완화하면서 경제력 집중을 해소한다는 애초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누더기가 된 지주회사 규제=모회사로도 불리는 지주회사는 다른 회사 주식을 소유함으로써 합병에 의하지 않고 자회사에 대해 경영권을 가지고 지휘·감독하는 회사를 의미한다. 경제력 집중 우려로 당초 설립자체를 금지했으나, 1999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허용하기 시작했다. IMF 경제위기 당시 재벌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를 단순화·투명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지주회사 허용이후 경제계 요구사항을 들어주면서, 지주회사가 경제력 집중 해소라는 소기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김남근 변호사는 “손자회사를 허용하다보니 자회사가 아닌 손자회사를 통해 계열사가 늘어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자회사에 대한 의무보유비율도 완화했다. 내부거래구조를 막지 못한다. 이러한 추가적인 규제완화가 없었다면 대기업집단 구조가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단순하게 변했을 텐데, 본래 목적이 흐릿해졌다”고 설명했다.

◇지주회사 체제…내부거래 계속=지난달 공정위가 발표한 ‘지주회사의 수익 구조 및 출자 현황 분석 결과’에도 김 변호사가 지적한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기업집단 전체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된 18개 대기업집단을 조사한 결과, 소속회사 수가 2006년 15.8개에서 2015년 29.5개로 크게 늘었다. 2017년 기준 전환집단 지주회사 체제내 소속회사와의 내부거래 비중은 55%에 달한다. 전체 대기업집단 소속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의 평균 내부거래 비중인 14.1%를 크게 웃돈다. 지주회사 매출액에서 배당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40.8%에 불과한데 브랜드 수수료, 부동산 임대료, 경영컨설팅 수수료 등 배당외 수익 비중은 43.4%다. 배당수익보다 오히려 높은 것이다. 내부거래를 통해 이처럼 과도한 배당외 수익을 챙기는 한편, 지주회사가 직접 출자해야 하는 자회사 보다 손자회사를 집중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김 변호사는 “대다수 재벌기업집단이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지만, 주력회사를 중심으로 한 투명한 소유지배구조를 갖추고 무분별한 계열사 확장을 방지해 경제력 집중을 억제한다는 재벌개혁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오히려 지주회사를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 또는 내부거래를 통한 과도한 이익 수취 수단으로 활용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완화 이전 수준으로 규제 복구해야=따라서 지주회사 규제를 완화이전으로 복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 변호사는 “지주회사가 부채를 얻어 계열사를 확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주회사 부채비율을 기존 200%에서 100%로 낮춰야 한다. 무분별한 수직적 계열사의 확대를 막기 위해 손자회사 보유를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적은 지분만으로 계열사를 확장하는 행태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자회사와 손자회사 의무보유 지분율을 상장회사 20%, 비상장회사 40%에서 각각 30%, 50%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공정위는 최근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에서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 요건을 새로 설립되는 지주회사에 한해 상장 30%, 비상장 50% 상향하는 방안을 담았다.

공정위 기업집단국 신봉삼 국장은 “대기업의 규모 자체를 규제하는 건 맞지 않다. 공정위가 문제 삼는 것은 부당한 방식으로 크거나 시장지배력을 남용하는 행위다. 한편, 경제계에서는 지배구조가 아닌 개별시장 독과점만 규제하면 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현재 대기업지배구조는 분명 문제가 있다. 기업집단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대기업의 자발적 개혁만 의존한다는 비판도 나오는데, 재벌개혁 성패는 지속성과 일관성에 달렸다. 입법실적이 아니라 재벌의 실질적 변화가 의미있다. 변화가 최종지향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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