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과 관련해 근로기준법을 위반할 경우 대부분 시정지시로만 끝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법처리까지 이어진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특히 노동시간 위반사건 상당수는 근로감독에 의해 적발됐으며, 노동자가 직접 이를 신고하는 비율은 낮았다.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위반 사업장에 대한 책임을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참여연대가 29일 발표한 ‘노동시간 근로감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4~2017년 노동시간 관련 근로기준법 전체 위반건수(8872건) 가운데 시정지시 비율은 97.3%(8630건)이며, 사법처리된 비율은 2.7%(242건)다. 참여연대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법정 초과 노동시간은 제한됐으나, 실제 현장에서 법이 준수되지 않는다면 연장근로 수당 체불 규모만 더 커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근로감독사건 대비 신고사건 비중은 3:1 정도로 노동자가 직접 신고하는 경우는 비교적 낮았다. 근로감독 위반건수는 8872건이고, 신고건수는 총 2876건이다.

참여연대는 “최저임금법의 경우 근로감독 건수와 피해 노동자가 직접 신고하는 신고사건 건수가 비슷한 반면, 노동시간 관련 신고사건은 근로감독으로 적발한 사건이 훨씬 많았다”며, “노동시간을 위반한 경우 노동자가 적극적으로 신고하지 않는 특성이 드러났다. 사용자뿐만 아니라 노동자, 근로감독관 모두 노동시간 위반이 범죄라는 점에 대해 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와함께 장시간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사전적인 예방정책인 근로감독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자료=참여연대>

지난 2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1주당 근로시간이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었다. 300인이상 사업장은 지난 7월부터 시행중이며, 50∼299인 사업장과 5∼49인 사업장은 각각 2020년 1월, 2021년 7월부터 적용한다.

주당 최장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관련해 경제계 반발이 있자, 고용노동부는 지난 6월 근로감독관 집무규정 일부개정을 통해 시정기간을 7일에서 3개월로 연장했다.

이와관련 참여연대는 “노동자가 신고하는 경우가 적은 노동시간 위반 사건 특성상 장시간 노동을 근절하기 위해 근로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음에도, 오히려 시정기간을 늘린 건 장시간 노동 근절이라는 근로기준법 개정 의의와 상충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노동시간 위반 사업장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노동시간 측정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는 대안이 제시된다. 

참여연대는 “노동시간 위반에 대한 근로감독이 대부분 시정지시로만 끝나는 상황에서 노동시간 단축이 정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노동시간 관련 근로기준법 위반 사업장에 법적, 경제적 책임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노동시간 관련 근로기준법 준수율을 높여야 한다”며, “노동시간 측정과 임금대장 기재에 대한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을 노동부가 제시할 필요가 있다. 노동시간을 측정하지 않는 사업주에 대해 어떤 방식의 법적, 경제적 책임을 부과할지에 대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5인미만 사업장에도 노동시간 관련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5인미만 사업장에 1주, 1일 최대 허용 노동시간을 규정하는 제50조, 연장 근로시간 제한 등을 규정하는 제53조, 연장·야간 및 휴일근로 수당을 규정하는 제56조, 연차 유급휴가를 규정하는 제60조를 적용하지 않는다.

참여연대는 “국가인권위와 법제처는 5인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근로기준법 개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5인미만 사업장에 대한 노동시간 관련 근로기준법 적용이 필요하다. 최소한 연장·야간 및 휴일근로 수당을 규정하는 근로기준법 제56조라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이조은 간사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영세소상공인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을 확대하자는 건, 위반시 범죄자로 몰아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노동시간 위반 사업장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동시간 위반에 대한 경각심이 없으면 법적으로 노동시간을 제한해도 현장에서 위반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법적 제재는 범죄자를 늘리기 위한 게 아니라, 법을 지키게 하기 위한 일종의 예방적 성격을 갖는다. 법준수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단계적 적용이 중요하다. 노동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가 구체적, 현실적 대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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