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서버를 둔 불법사이트로 웹툰 작가와 플랫폼 등 지식재산권 피해가 계속되는 가운데 외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회선을 차단하기 위한 절차를 간소화하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콘텐츠가 불법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배포되면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불법사이트 제재에서 핵심은 접속차단 대응속도다. 해당사이트에 접속차단 조치를 취해도, 곧바로 대체사이트를 만들기 때문에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해서다. 외국 불법사이트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현행법상 심의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접속차단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의 법개정을 주장하는 이유다.

연재 웹툰↑, 웹툰 플랫폼 수익↓

30일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우상호, 유은혜 의원이 주최한 ‘웹툰 해외 불법사이트 근절과 한국 웹툰의 미래’ 토론회에서 웹툰가이드 강태진 대표는 “웹툰시장이 활황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데, 객관적 수치로 본 실상은 다르다. 네이버웹툰 등 주요 웹툰플랫폼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웹툰시장이 발전을 거듭해왔다는 평가가 전혀 틀린건 아니다. 웹툰가이드 분석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누적 웹툰은 2013년 1389편에서 2017년 7065편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같은기간 신규작품도 390편에서 1928편으로 증가했다.

<자료=웹툰가이드 통계분석 서비스>

그러나 연재 웹툰이 늘었다는 이유만으로 산업성장을 판단할 순 없다. 2017년기준 전체 웝툰플랫폼 페이지뷰에서 93%를 차지하는 네이버웹툰, 포드트리(현재는 카카오페이지), 레진엔터테인먼트, 투믹스, 탑툰, 투니드, 키다리스튜디오 등 7개 플랫폼의 총 누적적자는 621억원에 달한다. 수익을 올린 곳은 포드트리가 유일하다.

불법사이트 차단 이후 풍선효과, 웹툰 저작권자 피해 지속

웹툰산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외국 불법사이트가 무료로 웹툰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밤토끼’다. 밤토끼는 2016년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국내 웹툰 8만3347건을 불법으로 게시하고 배너광고료로 9억5000만원을 챙겼다. 밤토끼 운영자는 지난 5월말 검거됐고, 최근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문제는 밤토끼가 폐쇄돼도 정식 플랫폼 페이지뷰가 이전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또 다른 불법사이트로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불법으로 웹툰을 배포하는 H사이트 페이지뷰는 밤토끼 운영자 검거 직전인 지난 4월 2560만 수준이었으나, 지난 7월 2억5315만으로 10배가까이 증가했다. 이른바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밤토끼 검거에도 불법사이트가 근절되지 않는 상황에서, 발빠르게 사이트 접속차단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법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중복심사로 지연되는 접속차단 조치, 법개정해야

현행 저작권법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정보통신망을 통해 저작권을 침해하는 불법복제물 등이 전송된 경우,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경고하거나 불법복제물 등 삭제, 전송중단을 요구할 수 있다. 접속차단은 문체부장관이 명령할 수 있는 조치에 포함되지 않는다.

외국에 서버를 둔 경우 KT, SK, LG 등 ISP(인터넷 회선 서비스 사업자)가 해당사이트로 연결되는 회선을 차단해야 접속을 막을 수 있다. 정부가 ISP를 통해 접속을 차단할 수 있는 법적근거는 정보통신망법에 규정돼 있는데, 절차가 복잡해 차단까지 약 2개월이 걸린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한국저작권보호원이 운영하는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에서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같은 사안에 대한 중복 심의로 인해 조치가 지연돼 대응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기존 불법사이트가 폐쇄되고 대체사이트가 생성되는 주기를 따라잡기에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접속차단 절차 간소화, 정보기본권 제한이란 지적도 있어

30일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우상호, 유은혜 의원은 ‘웹툰 해외 불법 사이트 근절과 한국 웹툰의 미래’ 토론회를 주최했다.   ©중기이코노미

김 의원 발의안에 대한 반대의견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용자 정보접근권과 표현의 자유 등 정보기본권을 위협한다는 우려를 표한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은 저작권 보호를 주목적으로 하기에 저작권자 이익에 편향돼 과잉 차단 위험성도 제기된다.

이같은 반대의견에 대해 만화가로서도 활동하는 이영욱 변호사는 “인터넷상 저작권 침해가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저작권제도는 저작권자 권리를 보호하는 결과, 어느정도 이용자 정보접근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측면이 있다”며 “개정안에는 사이트 운영자가 문체부 조치에 대해 의견을 제출하고 법원에서 다툴 수 있는 등 권리구제조치가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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