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임시국회에서 금융혁신지원특별법 통과가 무산됐다. 다른 규제법안과 묶어 일괄처리하는 방향으로 흐르면서 9월 정기국회로 넘어왔다. 여야가 큰 틀에 합의했지만, 정의당과 시민사회는 반대 목소리를 높인다. 규제와 상관없이 금융위원회가 사업허용 특례을 허용해 법치주의에 반하고, 금융제도 안정성을 해칠 우려도 있다는게 반대이유다. 특례대상을 신생·중소 기업으로 제한하지 않아, 오히려 대기업에 유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혁신금융서비스’, 관련법상 인허가 불가해도 일단 허용하겠다

현재 여야가 ‘합의’한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은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발의했다. 골자는 핀테크 분야에서 시장테스트를 기회를 넓히기 위해, 현행 금융관련법상 인허가가 불가능해도 시범인가와 규제제외 특례를 부여한다.

민의원 발의안에는 ‘혁신금융서비스제도’ 도입방안이 담겼다. 혁신금융서비스는 기존 금융서비스와 내용·방식·형태 측면에서 차별성이 인정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발의안에 따르면 혁신금융서비스에 적용되는 기준이 없거나 허용여부가 불명확 또는 불합리한 경우에도, 지정받은 범위에서 해당서비스를 영위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혁신금융서비스 심사·평가를 위해 혁신금융심사위원회를 두며, 위원회는 기술·금융·법률·소비자보호 전문가 등으로 구성한다. 심사시 서비스 혁신성·소비자 편익·금융소비자 보호방안을 고려하고, 혁신금융서비스 시행에 따라 소비자 재산과 개인정보 등에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예상되거나 금융시장 및 금융질서 안정성이 현저히 저해될 우려가 없어야 한다. 유효기간은 2년이며 1회에 한해 연장가능하다.

<그래픽=조한무 기자>   ©중기이코노미

민 의원 발의안은 다른 관련법에 저촉돼도 사업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해, 금융제도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참여연대는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혁신지원법은 혁신적 금융서비스 출현을 유도하겠다며 기존 금융규제를 면제하겠다는 내용인데, 개별규제에 대한 특례인정 또는 불인정을 금융위원회 의결로 정하도록 한다. 법률에 의한 규제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법치주의 관점과 정책의 일관성, 예측가능성에 기초한 금융제도 운영의 법적 안정성 관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행정부 재량권을 무분별하게 확대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테스트기간…한국 4년 vs 영국·호주 6개월

사업허용 기간도 주요쟁점이다. 영국과 호주 등 이미 규제 샌드박스제를 운영중인 외국의 경우에는 업계 의견수렴을 거쳐 테스트기간을 6개월이내로 설정한다. 연장시 최대 4년까지 허용하는 민 의원안은 테스트기간이 외국에 8배 길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통상 새로운 서비스가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안착하기 위해서는 5년정도 소요돼, 2년은 서비스사업 검증기간으로서 과도하게 짧다는 입장이다. 벤처투자가 활성화되지 않은 한국에서 신생 핀테크기업이 단기간내 투자자금을 모집하기 쉽지 않다는 주장도 편다.

특례허용기간이 길어지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여부에 따른 과도한 특혜, 기업간 격차가 심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민 의원 발의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서 정무위원회 전상수 수석전문위원은 “최대 2년의 기간연장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점, 지정기간이 지나치게 장기화할 경우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지 못한 기업에 비해 과도한 특례가 될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해 입법정책적 결정이 필요한 영역으로 사료된다”며 “핀테크산업 시장여건과 기존 핀테크기업의 시장 테스트 소요기간 사례에 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료=의안정보시스템>

심사기간이 짧아 부실심사가 우려되기 때문에 최대 4년의 허용기간은 너무 길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 의원안에 따르면 심사기간은 원칙적으로 30일이다. 1차 연장(최대 2회, 최장 60일)을 통해 최대 90일까지, 2차 연장(최대 1회, 최장 30일)으로 최대 120일까지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에대해 정의당 정책위원회 김용신 의장은 “심사기간이 짧아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혁신서비스사업자 유효기간을 최대 4년으로 하는건, 경우에 따라 현행 법령 위반을 장기간 허용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평가했다.

혁신금융사업자 요건 신생·중소 기업으로 제한해야

규제개혁이 자칫 대기업 중심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 의원안에 따르면 혁신금융사업자가 지정기간을 거쳐 인허가를 받으면, 해당서비스를 최대 1년간 배타적으로 운영할 권리를 가진다. 베타적 운영권을 보장하는 취지는 혁신금융사업자에게 우선권을 부여해 혁신서비스개발 유인을 도모하려는 취지다. 아울러 사업모델이 공개된 경우 대기업 또는 기존 금융회사가 모방출시할 가능성을 일정기간 차단하고자 함이다. 

배타적 운영권이 대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상수 수석전문위원은 “혁신금융사업자 요건을 신생기업으로 제한하지 않아 기존 금융회사 또는 대기업도 지정될 수 있다. 기존 금융회사 등에 대한 배타적 운영권 인정이 오히려 신생 핀테크기업의 활발한 서비스제공을 어렵게 할 여지가 있다”며 “신생 핀테크기업에 대한 진입장벽 형성이라는 우려를 감안해, 사업자 유형에 따라 차등적으로 배타적 운영권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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