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 편의점, 광고대행 등 민간경합 사업들은 대부분 서비스업에 해당하며, 대다수의 분야가 자영업, 소상공인과 경쟁관계에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재)파이터치연구원은 3일 ‘공공부문의 시장사업 정당성 분석’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하고, 공공기관들이 공공성이 약한 다수 서비스업 분야에서 자영업자·소상공인과 경쟁하고 있다며, 공공부문의 민간경합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혁신성장 경제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간경합 사업은 공기업 등 공공기관이 시장에서 민간기업과 경쟁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직접 공급하는 경우로, 공공부문의 사업 중 특히 민간기업과의 경쟁이 분명하거나 민간기업과 갈등의 소지가 있는 사업을 의미한다. 정부가 민간경합 사업이라고 지칭하는 경우는 민간기업 경쟁자가 실재하고, 공익성과 효율성 등의 측면에서 해당사업 정당성에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경우로 이해할 수 있다.

◇민간경합 사업 대부분이 서비스 산업=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중앙정부 부처와 지자체를 제외한 전체 공공기관 수는 2092개이며, 확인 가능한 공공기관의 민간경합 사업은 33개 부문으로 나타났다. 이들 민간경합 사업은 자판기, 편의점, 광고대행, 승강기 검사, 골프연습장, 택배 등 대부분 유통업, 레저 숙박업, 금융업, 검사, 측정, 교육업 등으로 주로 서비스 산업에 속했다.

OECD 24개국의 공기업 사업분야가 주로 전기가스업(32%), 수송업(18%), 금융업(14%), 1차산업(13%), 통신업(5%) 등인 것과 대조적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일례로 전국에는 1만2500여개의 주유소가 운영되고 있고, 공기업이 운영 중인 알뜰주유소는 전국에 1168개다. 알뜰주유소는 4대 정유기업 중심의 주유소 수직 계열화 상황에서 가격의 안정화를 꾀하는 것이 사업목적이다. 알뜰주유소에는 낮은 원가의 유류가 공급되며, 3000만원 내의 시설개선 공사비용 등 국가재정에 의한 자금이 지원된다. 그러나 알뜰주유소의 가격인하 효과가 크지 않고, 일반 주유소와의 차별적 지원으로 공정한 경쟁이 훼손된다는 지적이 있다.

공공측량업의 경우 올해 2월 기준으로 해당 분야에서 종사하는 민간기업 수가 1483개이며, 종업원은 1만여명 정도다. 업계의 연간 매출액 규모는 약 4000억원 정도다. 하지만 준정부기관의 공공측량 사업자는 정부부처 및 지자체로부터 수의계약 수입을 얻을 뿐 아니라 공공부문 네트워크 등 민간기업에 비해 유리한 위치에서 사업을 운영한다.

◇공공자산 기반으로 경쟁할 경우 불공정=보고서는 이들 민간경합 사업들이 대부분 서비스업에 해당하며, 대다수의 분야가 자영업, 소상공인과 경쟁관계에 있다고 지적한다. 또 공공부문의 사업은 장기간 예산에 의해 축적된 자산, 기술, 정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공공적 자산에 근거한 공공기관이 그러한 기반이 없는 민간기업과 경쟁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공공기관의 민간경합 사업들이 대부분 대규모 투자나 장기간의 R&D가 불필요하다는 점에서, 소규모 민간에 맡겨도 충분히 품질이나 성능이 확보된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와함께 유통업, 레저업 대부분의 사업과 금융업, 전문서비스업 상당수 사업들은 공공성이 약하다는 점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편의점, 자판기, 골프장 사업은 물론, 여타의 경우도 민간이 대신했을 때 공공성이 훼손될 여지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공공부분 사업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돼, 부실한 고객서비스를 제공하게 되고, 이로인한 시장축소와 정체는 투자 및 혁신의 감소로 이어져 경제 전반의 혁신과 성장, 고용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공공부문 시장사업을 적정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시장의 공익성, 사업 운영의 효율성, 민간기업과의 경쟁 공정성 등 정당성 판단 기준을 만들어 관련 사업 및 기능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파이터치연구원 김승일 원장은 “공공부문의 시장사업 구조조정으로 30대 공기업 자산이 민간기업 만큼 효율화된다면 생산유발 166조원, 부가가치 51조원, 64만5000명의 취업유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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