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떨어지면 집 가진 사람들이 난리가 난다. 당장 빚내서 집을 장만했던 사람들이나, 부동산에 투자한 사람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정권의 지지율도 흔들린다. 반대로 집값이 오르면 집 없는 사람들의 한숨이 늘어나고 정권의 부동산정책을 비토한다. 그래서 부동산정책은 매번 ‘부동산 살리기’와 ‘집값 안정’이라는 딜레마에 빠진다. 정권에 따라 조금의 차이는 있었지만, 부동산 급락을 막고 폭등을 견제하는 정책을 반복했던 이유다.

9월13일 문재인 정부 출범후 8번째 부동산대책이 나왔다. 다주택자 세금을 높이고 대출을 규제하고,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3.2%까지 올리고 다주택자 부담을 늘리는 방안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이 정도의 방법으로 뛰는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대출을 조인다지만, 대출없이도 아파트 수십채를 살 수 있는 투기꾼은 얼마든지 있다. 공급을 늘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구상,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투기꾼의 먹잇감만 늘릴 공산이 크다.

이번 9·13 부동산대책은 2005년 노무현 정부의 8·31 부동산대책과 닮은꼴이다. 노무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늘리고, 도심지역 규제완화로 수도권 아파트공급을 늘리겠다고 했다. 8·31 부동산대책에 대해 당시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은 줄기차게 세금폭탄론을 제기했고, 정권의 지지율은 곤두박질 쳤다. 반면 아파트값은 폭등해 2006년 전국 주택가격은 전년대비 11.6%나 올랐다. 이번 9·13 부동산대책 역시 이런 우려가 없지 않다. 자유한국당 등 수구·보수 야당과 야합한 극우·보수 언론이 또다시 세금폭탄론을 들고 나왔다. 9·13 부동산대책의 약발 또한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도 곳곳에서 나온다.

불충분하다. 방향은 공감이 가지만 급등하는 집값을 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대책이다. 사문화된 토지공개념을 다시 도입하겠다지만, 부동산투기에 따른 불로소득을 환수하겠다는 의지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투기를 근절할 가장 확실한 해법은 집을 사 돈 버는 구조를 깨고, 돈을 벌어 집을 사는 구조로 바꾸는 것이다.

옳은 방향이라면 좀더 확실한 정책을,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했으면 한다. 세금폭탄론에 주춤하고 공급확대에 목을 맨 토건족의 유혹에 빠지면, 부동산대책은 점점 더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2005년 집값을 잡겠다고 만들어진 위례 신도시. 지금은 투기광풍 지역의 중심이 됐다. 또 이런 신도시를 지어 집값을 잡겠다고? 박수칠만한 부동산대책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