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성장을 기치로 내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활성화정책은 겉돌고 있다. 재벌과 대기업의 경제력집중을 완화하기 위한 경제민주화 정책은 슬그머니 사라진 지 오래고,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어 낼 연구개발(R&D)의 조세혜택도 대기업 쏠림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한마디로 중소기업이 R&D 조세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고, 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은 여전한 셈이다.

 

최근 중소기업연구원이 발간한 ‘중소기업 연구개발 조세지원의 현황 및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R&D 조세지원을 받는 대기업 비중은 2010년 59.4%, 2011년 61.1%, 2012년 62.8%로 커지고 있다. 2011년 실적 기준으로 R&D 조세혜택의 40.4%를 상위 10개의 대기업이 차지했다. 이 가운데 1개 대기업이 25.1%, 5개 대기업이 36.4%를 차지한다. 반면 그사이 중소기업 비중은 2010년 40.6%에서 2011년 38.9%, 2012년 37.2%로 갈수록 쪼그라 들었다. 정부가 기업들에게 제공하는 R&D 조세혜택이 중소기업보다 소수 몇몇 대기업에 집중됐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R&D 조세지원마저도 이처럼 대기업 독점이 심각한 가운데 정부는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R&D 분야의 조세지원을 폐지하거나 축소를 추진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그나마 부족한 지원마저 받지 못하게 됨으로써 직접적인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농후하다. 보고서가 분석한 해외 주요 국가들의 R&D 조세지원 정책동향을 보면 이들 국가들은 조세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앞으로 10년간 총 1000억달러의 세제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고, 일본은 세액공제 한도액을 상향 조정했다. 또 프랑스는 중소기업에 한해 R&D 후속활동에 대해서는 20%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있으며, 영국은 중소기업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높이고, 결손 중소기업에 대한 조세환급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소기업 성장과 미래 먹거리를 만들기 위한 R&D 지원의 필요성이 누차 강조돼 왔지만 실상은 반대로 가고 있음을 이번 보고서는 시사하고 있다. R&D 조세지원은 R&D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돕기 위한 것이다. 이런 혜택이 대기업에게 쏠려있다면 심각한 왜곡이 아닐 수 없다. 대기업들은 이미 너무 많은 것을 갖고 있다. R&D 능력도 마찬가지다. 이제 능력을 갖춘 대기업에 대한 조세지원책은 과감히 폐지하고 본래 취지대로 중소기업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경제력 편중과 왜곡된 경제질서를 중장기적으로 바로 잡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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