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사회적경제생태계조성사업단과 서초구협동조합협의회가 19일 주최한 ‘협동조합 갈등의 이해와 해결전략’ 교육에서 조율 컬렉티브 김홍석 대표는 “협동조합은 오너가 한명이 아니다. 개별 조합원의 생각이 다양하다보니 운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우선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과 수익에 대한 분배문제를 설립이전에 논의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운영단계에서는 슬슬 내빼는 사람이 생기기도 하는 등 예상하지 못한 여러 행태가 나타나면서 합의에 이르기가 쉽지 않다. 진성 조합원을 모으기 위해 일정기간 유예를 두고 관계를 시작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조율 컬렉티브 김홍석 대표는 서초구사회적경제생태계조성사업단과 서초구협동조합협의회가 19일 주최한 ‘협동조합 갈등의 이해와 해결전략’ 교육에서 “사업체는 오너가 지향하는 목표에 따라 전략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협동조합은 오너가 한명이 아니다. 개별 조합원의 생각이 다양하다보니 운영이 쉽지 않다”며 고충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협동조합 생각하면 근심스럽다”…조합원 갈등 고충

이날 설명회 참석자는 대부분 협동조합을 운영중이거나 준비중이었는데, 주거공동체 ‘위스테이 별내’ 한 조합원은 “현재 갈등이 있진 않기만 입주자(조합원)들이 다양한 욕구를 갖고 있기 때문에 향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전에 갈등을 예방하고 사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스테이 별내’는 국내 최초 협동조합 아파트다. 아파트가 경제적 이익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새로운 도시공동체 모델이 됐으면 한다”고 소개했다.

이날 교육에서는 협동을 직접 체험하자는 의미에서, 임의로 짠 조별로 종이비행기를 만들어 우위를 겨루는 시간도 있었다.   ©중기이코노미

김홍석 대표가 참석자들에게 협동조합을 생각하면 떠오는 감정을 물었더니 한 참석자는 ‘곤란하다’고 답했다. 그는 “코딩강사 7명이 모여서 협동조합 승인만 받으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무산됐다. 지금은 4명만 남았다. 계속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성남시 사회적경제 지원센터 한 관계자는 “협동조합 조합원들이 갈등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얘기가 있어서 관련 교육과 워크숍을 계획하고 있다”며, “협동조합을 떠올리면 근심스럽다. 협동조합이 성장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협동조합과 함께 고민해 지원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협동조합이 갈등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건 당연하다며 격려했다. 그는 “협동조합에서 협동을 빼면 그냥 조합이 된다. 그런데 산업사회는 200년이상 경쟁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현대사회에서는 협력을 잘한다는 이유로 인사고과가 좋아서 승진한 경우가 거의 없다. 경쟁을 바탕으로 사람을 훈련하다. 사회생활에서 협력하는 법을 교육하지 않는다. 나름대로 터득해야 한다. 노하우를 가지고 협동조합을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체험을 통해 체득하는 갈등해결 노하우가 소중한 자산

한국에서 협동조합은 걸음마 단계에 있다. 지금의 협동조합 모두가 선구자인 셈이다. 김 대표는 “협동조합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 정도다. 지금 시작하는 분들 모두가 선구자다. 운영이 잘 되든 안 되든 모든 내용이 다음 사람들에게 남겨야 할 자산이다. 체험을 통해 체득하는 갈등해결 노하우가 소중한 자산이다. 많은 실수를 축적해서 물려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흔히 협동조합의 공동체적 가치에 대한 환상을 가진다. 김홍석 대표는 콩깍지를 벗겼다. 그는 “협동조합을 자본주의의 대안이라고 보는 입장이 있는데, 보완재에 가깝다고 본다. 주식회사는 자금마련이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기업의 확장과 성장을 목표로 한다. 현재와 같이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협동조합은 주식회사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고려해 기업형태를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료=조율 컬렉티브 김홍석 대표>

일과 수익 분배 설립단계서 합의…진성 조합원 확보도

협동조합의 방점은 ‘협동’에 찍히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협동은커녕 협조도 만만하지 않다. 한 참석자는 “조합원들에게 협동조합이 1순위가 아니다. 일터와 가정의 후순위로 밀린다. 실제 조합내에서 일하는 사람은 적다. 참여도가 다른 것이다. 경제적인 수익이 있어야 한다는 내부의견이 많은데 사업에 공모해서 일을 받기까지 누군가 희생해야 한다. 그런데 사업을 따는 일에는 소극적이다. 그렇다고 열심히 하는 조합원에게 지지와 호응을 보내는 분위기도 아니다. 방관하다가 잘되면 참여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밥상에 숟가락만 얹으려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호소했다.

협동조합도 기업이기 때문에 경제적 측면을 외면할 순 없다. 여기서 일과 수익의 분배 문제가 생긴다. 김 대표는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단계에서 일과 수익 분배에 대한 합의를 모아야 한다. 참여도가 달라도 똑같이 배분할지, 참여도에 비례하게 배분할지 구체적인 내용은 업종과 개별 조합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만, 협동조합 설립이후 운영하는 과정에서 분배에 대한 합의를 모으기란 쉽기 않기 때문에, 사전에 논의하는 쪽을 추천한다”고 했다.

예비조합원제도를 두는 것도 방법이다. 김 대표는 “예비조합원제도를 통해 진성 조합원을 만드는데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이날 한 참석자는 자신이 속한 협동조합이 예비조합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 협동조합은 주식회사에서 전환했다. 뜻이 맞는 사람들만 모였다. 대신 조합원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2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서로 알아가고 의지를 확인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기사 ㅣ ‘사회자본’…협동역량을 경쟁해야 하는 시대
• 관련기사 ㅣ 프랜차이즈 상생, 협동조합 점주단체 공동구매
• 관련기사 ㅣ 소규모 협동조합, 고객·시장 타깃대상 좁혀라
• 관련기사 ㅣ 협동조합 설립, 5명만 모이면 된다고?…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