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위기론’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제조업 위기’란 ‘한국경제의 총체적 위기’란 말과 동의어다. 한국경제의 엔진이 제조업이기 때문이다. 

‘제조업 위기’…스타트업, 제조업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제조업 위기론이 특히 현실화된 시점은 중국경제가 부상하면서다. 중국은 한국 제조업의 주요 수요처이면서, 동시에 한국 내수시장을 놓고 경쟁해야 할 상대다. 정부와 민간이 제조업의 위기를 직시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럼에도 한국은 신산업에만 몰두, 제조업을 간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스타트업은 제조업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제조업 기술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주장이 뒤따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 등이 20일 공동 주최한 ‘제조혁신과 일자리 창출’ 컨퍼런스에서 한국ICT융합네트워크 주영섭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축소는 궁극적으로 가야할 방향이다. 추진속도가 빨라 기업이 힘들어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기업경영 악화의 근본적인 원인은 세계시장에서 제조업 경쟁력이 뒤쳐진다는 것이다. 정부와 민간은 이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주영섭 회장은 “위기 징후가 많지만 너무 패닉에 빠질 필요는 없다. 위험을 빨리 포착해서 대응하는게 중요하다. 경제는 심리다. 지나친 심리 위축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제조혁신과 일자리 창출’ 컨퍼런스를 주최했다.   ©중기이코노미

전세계적으로 저성장이 고착화된 ‘뉴노멀 시대’임을 감안해도 한국 사정은 심각하다. 주 회장은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모든 주력산업 수출액이 현격하게 떨어졌다.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금융위기보다 나쁜 상황으로 가고 있다. 자동차부품 분야는 경쟁력 있는 산업이었는데, 적자기업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4월 발표한 ‘한국 주력산업의 위기와 활로’에 따르면 국가별 제조업 경쟁력을 나타내는 CIP 지수, 2014년까지 한국의 CIP 지수 비교에서 중국에 앞섰으나 2015년 추월당했다. 중국은 2005년 세계 17위에서 2010년 6위로 급상승했고, 2015년 한국(5위)·미국(4위)을 제치고 3위로 부상했다. 반면 한국은 2009~2014년 4위를 유지했으나, 2015년 5위로 떨어진 이후 2018년 현재까지도 중국 아래 머문다. 

5위라는 위치는 세계시장에서 꼴찌나 다름없다는게 주 회장 설명이다. 그는 “세계시장에서 실제 경쟁하는 국가는 독일, 일본, 중국, 미국, 한국 등 5개국이다. 5위라고 안심할 때가 아니다. 경쟁상대 중에서 꼴찌라 보면 된다”며 “중국부상은 중소제조업에 직격탄이 될 것이다. 종전에는 중소기업들이 ‘수출이 어려우면, 내수라도 해야겠다’고 얘기했다. 중소기업은 90%가 내수다. 그런데 2015년 발효된 한중FTA로 2025년이면 시장개방 수위가 급격히 높아진다. 국내기업에게 내수도 몇년 남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시장에서 중국을 상대하려면 기술경쟁력 확보가 절대적이란 설명이다. 

<자료=국제연합공업개발기구>

“지금까진 인건비 등 낮은 원가로 경쟁력 가졌지만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

주 회장은 이어 “한국은 패스트팔로어 전략의 덫에 빠져 기술경쟁력이 뒤쳐지는 상황에 처했다. 대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현대차는 도요타와 폭스바겐을, 삼성전자는 애플을 벤치마킹한다. 지금까지는 인건비 등 낮은 원가로 경쟁력을 가졌지만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4차산업혁명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인 산업재편을 주문했다. 주 회장은 “시장이 점점 개인중심으로 간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내용은 원가를 올리지 않는 가운데, 개개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한국은 대량생산으로 원가를 절감하는 수준에 그쳐, 개개인 수요충족이 미흡하다. 대량생산에서 맞춤형으로 사업모델을 바꿔야 한다. 소비자 욕구충족을 중심으로 경제가 재편될 것”이라며 “4차산업혁명은 중소기업에게 기회다. 수요가 제품을 창출하는 시장에서는 속도·유연성에서 대기업보다 뛰어난 중소기업·스타트업이 경쟁력을 가진다. 그러나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면 재앙이다. 시장수요를 충족하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산업과 제조업간 결합을 고민해야 한다”

한국경제가 신산업에 치우쳐 제조업을 간과한다는 지적도 했다. 주 회장은 “중국이 추진중인 ‘제조 2025’가 성공하면 한국제조업은 사라진다. 그전에 한단계 나아가야 한다”며 “신기술이 만든 새로운 산업도 중요하지만, 제조업이 탄탄하게 뒷받침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어 주영섭 회장은 “GDP에서 제조업 비중(28%)은 서비스업(53%)보다 낮지만, 서비스업의 많은 분야가 제조업과 맞물려 있다. 물류와 유통이 대표적이다. 부처간 협업이 필요한 이유다. 현재 국토교통부가 물류를 담당하는데 산업부와 협력하지 않는다. 개별 부처가 독립적인 정책을 만드는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제조업 육성은 시대적 사명이다. 스타트업은 제조업을 쳐다보지도 않고 사이버 공간에만 몰두한다. 제조업이 이뤄지는 물리적 공간을 놓치고 있다. 신산업과 제조업 간 결합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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