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이 살아야 한국이 산다. 중국부상은 중소제조업에 직격탄이 될 것이다. 이대로 가면 죽는다. 제조업 육성은 시대적 사명이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 등이 공동 주최한 ‘제조혁신과 일자리 창출’ 컨퍼런스에서 한국ICT융합네트워크 주영섭 회장은 제조혁신 지지부진이 지속되면 한국경제는 죽는다고 경고했다.

주영섭 회장 눈에 한국 정부와 민간 모두 안일하다. 제조업 경쟁력이 중국에 역전당해 2015년 5위로 내려앉았으며, 세계시장에서 실질적으로 경쟁하는 국가는 독일·일본·중국·미국·한국 등 5개국이므로, 사실상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은 꼴찌라는 설명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정작 한국에선 4차산업혁명이란 말만 시끄럽지, 제조업 혁신 전략이란걸 눈을 씻고 찾아도 볼 수 없다는 애기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게 더 큰 문제다. 주 회장은 “중국이 추진중인 ‘제조 2025’가 성공하면 한국제조업은 사라진다. 그전에 한단계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조 2025’는 중국이 제조업을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기 위해 추진중인 핵심산업육성 프로젝트다. ‘제조 2025’는 핵심부품의 자체 국산화율을 2025년에는 70%까지 끌어올려, 2035년까지 중국을 제조업 강국 중등 수준까지 이끌고, 2049년에는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국가가 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중국정부는 각종 보조금과 혜택 등 지원공세를 펴고 있다. 중국 제조업 핵심 기지인 광동성 정부는 성내 제조업체의 공장자동화를 돕기 위해 2015년부터 올해까지 약 155조원을 지원하고 있다. 저장성은 2020년까지 성내 3만6000여개 기업에 약 131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한국은 어떤가. 신산업에 치우쳐 제조업을 간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정의당이 주최한 ‘규제혁신 5개 법안에 대한 긴급좌담회’에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김종보 변호사는 “4차산업혁명이란 표제 아래 IT산업이 과도하게 부각된 나머지 제조업의 중요성이 간과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은 여전히 제조업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데, 제조업 분야에서 어떠한 기술혁신을 이루어낼 것인지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는 혁신성장 기치를 내걸고 신산업 육성에 골몰하는데, 어째 신기루 쫓는 듯하다.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규제혁신법안의 핵심내용은 어떤 신산업이 새로 나올지 모르니, 일단 규제를 풀고 문제가 발생하면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규제대신 정부가 사업전 검증을 거쳐 위험을 방지하겠다는 것인데, 담당기관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도 처리됐는데, 핵심은 은산분리 원칙을 완화해 산업자본의 은행소유 지분한도를 기존 4%에서 34%로 늘린다는 것이다. K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자본확충을 확충할 수 있도록 허용해, 과점상태인 은행산업에 상호경쟁을 자극한다는 구상이다. 은행의 사금고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은산분리 완화대상은 시행령에 위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쟁없는 은행은 기업투자에 소극적이기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기업대출을 늘리겠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의 기업대출 비중은 0%다. 기업대출 확대 측면에서 어떤 자극도 줄 수 없다는 얘기다.

정부와 여당이 혁신성장 일환으로 추진하는 규제완화 정책은 기대효과에 비해 위험이 크다. 혁신을 위해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건 맞지만, 성과를 알 수 없는 규제완화가 혁신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이렇듯 신산업만 주목해, 이렇다 할 제조혁신 전략에 대한 고민조차 하지 않는게 지금 상황이다. 이제부터라도 제조업의 혁신성장 정책을 정비해야 할 때다. 신산업 육성과 제조혁신을 균형있게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중국부상에 대비하기 위한 정부의 제조혁신 종합계획 마련이 시급하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기사 ㅣ 韓 제조업 경쟁력 “경쟁상대 중 꼴찌라 보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