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구 변호사(김범구 법률사무소·특허법률사무소, 한국무역협회 상담위원)

이에 B는 A에게 이 사실을 통보하고 상환을 청구했지만, A는 B에게 “신용장 원본을 분실했으며, 신용장통일규칙에서는 신용장 원본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면 신용장 매입의뢰에는 반드시 신용장 원본이 필요한가?

◇문제점=수익자가 매입은행에 대해 신용장을 매입의뢰(Negotiation)하는 경우, 그에 대한 필수서류로 반드시 신용장의 원본이 포함돼야 하는지가 문제다.

과거 신용장 취급을 엄격하게 관리했던 시절과 달리, 지금은 원본 없는 신용장 개설통지도 빈번해졌고, 수익자가 신용장을 보관하던 도중 분실하는 경우도 흔하지는 않지만 간혹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신용장 매입의뢰 필수서류에 반드시 신용장 원본이 포함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규정=신용장통일규칙(UCP 600) 조문 중 이와 관련 있는 내용이 있다. ▲UCP 2조에 신용장(Credit)은 그 명칭과 상관없이 개설은행이 일치하는 제시에 대하여 결제(honour)하겠다는 확약으로서 취소가 불가능한 모든 약정을 의미한다고 돼 있다.

신용장을 매입의뢰(Negotiation)하는 경우, 그에 대한 필수서류로 반드시 신용장의 원본이 포함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판례=제6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UCP 600) 제2조와 제9조 제a항의 규정 내용에 비추어 보면, 통지은행의 신용장 개설통지란 통지은행이 수익자에게 개설은행의 신용장 개설 사실과 그 내용을 알리는 것에 불과할 뿐 반드시 신용장의 원본 제시나 교부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며, 또한 매입은 단지 지정은행이 ‘환어음 및/또는 서류’ 자체를 매수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매입을 하면서도 신용장 원본의 제시나 교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없다는 게 우리 판례의 입장이다.

따라서 통지은행이 수익자에게 신용장 개설통지를 할 때 신용장 원본을 교부하지 않거나 혹은 매입은행이 수익자로부터 신용장 관련 서류를 매입할 때 신용장 원본을 제시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러한 신용장 개설통지나 매입도 여전히 적법·유효하다는 것이다.

또 제2조는 “매입(Negotiation)은 일치하는 제시에 대하여 지정은행이, 지정은행에 상환하여야 하는 은행영업일 또는 그 전에 대금을 지급함으로써 또는 대금지급에 동의함으로써 환어음(지정은행이 아닌 은행 앞으로 발행된) 및/또는 서류를 매수(purchase)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 다음, “제시(Presentation)는 신용장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개설은행 또는 지정은행에 대한 서류의 인도 또는 그렇게 인도된 그 서류 자체를 의미한다”고 규정하여, 신용장 개설통지나 매입에 있어서 신용장 원본의 제시나 교부를 명시적으로 요구하지 않을 뿐 아니라, 매입의 대상도 ‘환어음 및/또는 서류’로만 특정하고 있다(대법원 2012.1.27. 선고 2009다93817 판결)는 것이다.

◇결과 및 시사점=원본 없는 신용장 개설통지 및 매입의뢰(Negotiation)도 가능하지만, 은행의 업무미숙지 등으로 인해 불필요한 일을 반복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신용장 보관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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