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퇴직자들의 재취업 심사를 형식적으로 해 와, 재취업 제한 대상자도 문제없이 재취업 해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기이코노미

15일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정무위원회)이 공정위로부터 ‘공정위 퇴직자의 재취업 현황’을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09년부터 2018년 7월말까지 10년간 총 44명의 재취업자가 취업제한(승인)여부 확인 요청 검토의견서에서 취업가능으로 평가를 받았다.

취업제한여부 확인요청에 대한 검토의견서(이하 검토의견서)는 공정위가 작성해 인사혁신처로 보내는 문서로, 재취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퇴직 전 담당했던 업무와 취업하려는 기관 간에 관련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자료인데, 공정위가 어떻게 작성하느냐에 따라 재취업 여부가 판가름 나고 인사혁신처 또한 이를 기반으로 재취업에 대해 심사를 하게된다. 따라서 공정위가 작성해 인사혁신처에 발송하는 검토의견서는 재취업 성패를 가늠하는 결정적 변수가 된다.

그러나 재취업을 희망하는 44명에 대해 공정위가 작성한 검토의견서를 분석한 결과, 공정위는 단 한건의 예외 없이 취업이 가능하다고 작성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재취업 심사요청자 44명 가운데 4명을 제외한 40명은 인사혁신처의 심사를 통과해 재취업에 성공했다. 40명 중 75%에 이르는 30명은 대기업 또는 대형로펌에 취업했다.

특히 이 가운데는 취업심사 대신 ‘승인’도 2건이나 있었지만, 공정위는 이에 대해서도 취업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취업 ‘심사’는 퇴직 전 담당했던 업무가 재취업 하려는 기업과 관련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하는 것이고, ‘승인’은 관련성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꼭 취업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관련된 기술이나 지식을 독보적으로 보유하지 않는 한 재취업 가능성이 낮은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이같은 사실을 무시한 채 승인을 요청한 2건에 대해서도 재취업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서류를 작성해 인사혁신처에 제출한 것이다.

대전사무소장 출신이 대전지역에 기반한 계룡그룹 재취업

유동수 의원은 “재취업자 입장에서 의견서를 작성하는 공정위의 행태와 인사혁신처의 형식적인 심사 행태가 개선되지 않는 한 세월호 사건에 따른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공정위 퇴직자들의 재취업은 여전히 지금처럼 관행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기이코노미

하지만 양 모 과장은 퇴직 전 9개월간 대전지방공정거래사무소 소장을 역임한 것은 물론 이에 앞서 1년간 서울사무소 건설하도급과장과 1년7개월간 카프텔조사국 카르텔총괄과, 또 1년 동안 시장감시국 서비스업감시과 등에서 근무한 바 있다.

양 모 과장이 하도급과 담합 등 공정위의 중요 업무를 두루 경험한 것은 물론 마지막으로 대전사무소장을 역임했다는 점에서, 대전을 지역기반으로 하는 계룡건설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인재인 셈이다. 특히 4대강 사업과 관련해 담합사건을 일으킨 계룡건설과 건설하도급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계룡건설 자회사인 KR건설 입장에서, 담합과 하도급 업무 경험이 있으면서 대전사무소 소장까지 역임한 양 모 과장은 최적의 솔루션이었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단지 취업 예정회사가 계룡건설이나 KR이 아닌 계룡실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업무 연관성이 없다는 의견서를 작성했다.

유 의원은 “대전사무소장 출신이 대전지역을 기반으로 한 계룡그룹에 아무 문제 없이 재취업한 사실 등을 보면, 공정위의 의견서 작성이 얼마나 재취업자의 입장 또는 그들에게 유리하게 작성됐는지 확인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세월호 영향으로 2014년 12월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됐지만,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실정”이라며, “재취업자 입장에서 의견서를 작성하는 공정위의 행태와 인사혁신처의 형식적인 심사 행태가 개선되지 않는 한 세월호 사건에 따른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공정위 퇴직자들의 재취업은 여전히 지금처럼 관행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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