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 공화국? 담합 공화국?

2013년 시공능력평가 순위와 과징금

종합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아니다. 2위 삼성이 빠졌다. 여기에 현대산업개발, GS건설, 삼성물산, 태영건설, 한양, 코오롱글로벌(구 코오롱건설)을 더하면? 각종 관급공사에서 담합행위를 하다 공정위에 해당 사실이 적발된 업체들 중 공정위 부과 과징금 합계가 가장 많은 11개 업체의 순서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말까지 공정위가 관급공사 담합사실을 적발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등을 부과한 9건을 중기이코노미가 분석한 결과, 과징금을 가장 많이 부과받은 건설사는 2013년 시공능력평가 1위 현대건설이었다. 총 378.61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대우건설이 354.04억원, SK건설이 328.83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업체 중 삼성물산(2위)은 과징금 8위, 7위 롯데건설은 과징금 12위, 10위 한화건설은 과징금 19위로 상대적으로 과징금이 적었다. 적발된 담합의 빈도와 정도가 약했다는 의미다.

반면 8위 SK건설은 과징금 순위 3위, 20위 코오롱글로벌은 11위, 26위 한양은 10위에 올라 대비를 이뤘다. 물론 담합 사건의 경우 과징금을 비롯한 공정위 조치내용은 확정 과정에서 변동될 수 있다.

코오롱글로벌, ‘들러리 전문’ 간판 바꾸나?

같은 기간 담합으로 적발된 건수를 기준으로 하면, 포스코건설과 코오롱글로벌이 각 6건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건설, 대우건설, SK건설이 각 5건으로 뒤를 이었다. GS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은 각 4건, 대림산업과 삼성물산은 각 3건을 기록했다.

특히 코오롱글로벌은 소위 B설계도 등을 이용해 담합 파트너 업체의 낙찰을 돕는 ‘들러리’로 3회나 출장해 들러리 전문건설사로 자리잡게 생겼다. 반면 포스코건설은 짬짜미 판에서 낙찰자로 내정된 횟수가 4회로 가장 많았다.

들러리 서면 다른 공사에 낙찰자 옹립

하수처리장 등 담합 적발 사례

이번에 취합한 9건의 담합 사례는 크게 ▲하수처리시설 등 ▲지하철 및 도시철도 ▲경인운하 사업으로 나눌수 있다.

먼저 하수처리시설은 대형과 중견건설사가, 폐수종말처리서설은 중견 및 중소 건설사가 주로 담합에 참여했다. 사전에 낙찰자와 들러리를 정하고, 여기에 또 다른 업체가 공동수급(컨소시엄) 업체로 가담하는 경우도 있다.

이 분야에서는 특히 포스코건설과 코오롱글로벌, 효성에바라, 한솔EME의 담합이 잦았다. 올해 3월3일 적발내용이 발표된 공촌하수처리장과 광주전남혁신도시 수질복원센터 사업은 포스코건설과 코오롱글로벌이 한 곳씩 교대로 낙찰자와 들러리를 맡으며 일감을 따냈다. 당연히 투찰률이 높았다. 진위와 연천에서는 99%가 넘었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94~95%를 기록했다.

지하철공사 입찰, ‘담합선물세트’

도시철도 및 지하철은 대형 건설사 및 중견건설사의 ‘짬짜미 천국’이다. 올 들어서만 인천도시철도 2호선과 대구도시철도 3호선, 부산지하철 1호선 연장구간 등 3곳에서 대형 담합이 적발됐다.

가담업체들은 대부분 낙찰자와 들러리 역할을 교대로 맡고, 구간을 나눠 ‘충돌’을 막았다. 들러리 업체는 소위 B설계도를 제출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담합업체 간에 경쟁을 하기도 했다. 대구 3호선 사업의 4공구에서는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일감을 놓고 경쟁을 벌여 결국 현대건설이 낙찰자로 선정됐다.

담합의 재구성

대구도시철도 3호선 입찰의 나눠먹기 낙찰사, 들러리, 낙찰사 그리고 탈락사.<자료=공정위, 중기이코노미 취합>

담합을 해놓고도 수주를 못받는 아이러니한 일도 있었다. 담합 끝에  7공구에 투찰한 현대산업개발은 담합에 가담하지 않은 화성산업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특히 올해 벽두에 발표된 인천도시철도 2호선 사업에서의 담합은 ‘종합선물세트’였다. 도급 순위 상위 9개업체와 두산건설, 쌍용건설, 코오롱글로벌 등 중견기업이 낙찰자와 들러리를 맡았고, 금호산업은 코오롱글로벌 담합 낙찰에 컨소시엄 사업자로 나섰다.

인천도시철도 2호선 담합 적발 사례(2014.1.2)

중견 업체는 ‘담합 2부리그’

예를 들면 포스코건설과 롯데건설은 201공구와 215공구에서 낙찰자와 들러리로 각각 옷을 바꿔 입어가며 일감을 따냈고 현대산업개발, SK건설, 대우건설, 현대건설, GS건설은 ‘기차놀이’ 하듯 한곳씩 뒤를 이어 낙찰자와 들러리로 나섰다. 두산건설과 코오롱글로벌 등은 대형건설사가 나서지 않는 공구에서 ‘짬짜미 2부리그’를 열었다. 포스코건설은  공정위 조사를 막기 위해 하드디스크를 교체하고 자료를 삭제하기도 했다.

이렇게 인천 2호선 담합에 가담했다 적발된 업체만 21곳, 검찰에 고발된 업체도 15곳이었다. 21개 업체의 과징금 총액은 1322.85억원이었다. 적발된 지하철 및 도시철도 사업 3건에서 담합 낙찰자들의 투찰률은 최저 93.97%에서 최고 99.96%까지였다.

경인운하 투찰률, 약속이나 한듯 89%

경인운하 사업 담합 적발 사례(2014.4.3)

마지막으로 이명박 대통령 시절인 2008년 재정사업으로 전환된 경인운하사업도 눈에 띄는 담합 사례다. 2008년 12월부터 ‘빅6’ 업체간 모임을 꾸려 전체 6개 공구 중 4개 공구의 일감을 이들 업체가 나눠먹었다.

이 와중에 4공구에서 들리리로 출연한 남양건설은 당시 파트너였던 동부건설을 들러리로 내세워 동복계통 자연유하식 도수터널 건설공사 입찰을 따내기도 했다. 경인운하 건에 총 11개 업체가 낙찰자 및 들러리 행세를 하다 적발됐고, 부과된 과징금 규모만 991.21억원에 달했다. 입찰조건이 후했는지 투찰률은 약속이나 한듯 89%대였다.

부정당업체 피하려 가처분소송 내기도

담합 적발 건수 상위업체

단위:건, 억원.<자료=공정위, 중기이코노미 취합>

공정위는 건설업체의 담합이 사실로 드러나면 시정조치를 내린다. 시정조치는 크게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로 나뉘는데, 시정명령은 ‘~을 할 것’과 ‘~을 하지 말 것’으로 다시 나뉜다. 시정명령을 준수하지 않고 담합을 하다 재차 적발되면 행정처분을 가중처분하고, 형사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으면 검찰에 고발하기도 한다. 과징금은 담합 행위에 참여한 비중 등을 고려해 부과한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61조의2에 따라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은 기업은 처분일로부터 60일 이내에 과징금을 내야 하고, 기간 내에 납부하지 않으면 연 0.085%의 체납가산금을 부과받는다.

해당 기업이 공정위의 시정조치에 불복하는 경우 행정심판을 청구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행정소송의 경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함께 하는 것이 보통이다.

한편 공정위는 공공기관 발주 사업에서 담합이 적발된 업체는 조달청에 통보한다. 조달청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27조에 따라 이와 같은 기업을 부정당업체로 지정하고, 기업에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제한 자격 통보’라는 문서를 발송한다. 이 법 시행령에 따라 담합으로 공공기관의 입찰에서 담합한 사실이 확인된 업체는 최대 2년까지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모든 입찰에 참가가 제한된다.

부정당업체 지정에 이의를 제기할 때에도 행정심판을 청구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역시 행정소송에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함께 낸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공공기관 사업 입찰은 여전히 가능하다. 기업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경우, 입찰참가제한 자격 통보 문서에 적힌 날짜대로 입찰 참가가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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