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가 24일 개최한 ‘사람중심 K-콘텐츠, 해외진출 성공전략 세미나’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렸다. 정부의 캐릭터산업 지원현황과 추진방향을 알리고, 해외진출에 성공한 기업의 수출전략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이날 세미나 자료집에도 정부의 캐릭터산업 지원정책과 콘텐츠산업 규모, 매출액, 해외시장진출 지원사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수출성공 기업의 회사소개, 사업성과, 글로벌 진출전략 등도 포함됐다. 

캐릭터시장은 이미 많은 경쟁업체로 레드오션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기에, 새로운 무대를 개척한 기업의 전략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해당기업의 전략이 훌륭하다면 캐릭터산업 종사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기대가 실망을 바뀌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세미나 발제자로 참석한 한 기업의 대표가 발표한 글로벌진출 전략의 내용이란게 너무 뻔해서다. 차별화된 아이디어로 자사의 부족한 부분을 메울 파트너를 찾아라는게 글로벌진출 전략의 전부였다. 파트너십 구축에 인력, 비용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세미나 발제내용이 실무상 발생한 사례를 포함 구체적인 내용이 많았다면, 그에 상응하는 질문도 나왔을 테다. 그런데 발제 후 질문자는 세사람에 불과했다. 한 회사 대표는 “대표님 회사 작품이 미국·중국·유럽 등 전세계 96개국에 방영중인데, 처음 해외진출 때 많은 해외기업들과 어떻게 접촉하고 계약을 맺었는지, 그 과정이 궁금하다”고 물었다. 중소기업들이 해외진출을 할 때 겪는 가장 현실적인 고민거리다. 이에 발제자는 “방송제작은 해외지원이 많으니 이를 잘 활용하고, 만약 경험이 없다면 부족한 부분을 메워줄 파트너를 잘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개발 공동제작을 준비한다는 한 직원은 “해외 공동제작을 진행할 때, 어떤 부분을 주로 고려해야 하는지 알려달라”고 했다. 첫 질문에 대한 답이 부족했던지 좀 더 구체적으로 물어봤지만, 발제자의 대답은 첫 질문에 대한 답과 다르지 않았다. 발제자는 “공동제작 전 우리회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한다. 기획회사라면 제작 쪽에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처음부터 같이 하자고 할 순 없겠지만 여러 행사에 참여하면서 알아보고, 본인들이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답했다.

세번째 질문자로 나선 모 소프트회사 직원은 저작권문제에 대해 물었다. 이에 발제자는 디자인저작권은 까다로운 판별과정을 거치지만, 현재까지 우리 회사는 저작권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발제자의 답변에는 질문의 요지인 ‘어떻게’가 빠져있었다. 기업이 실제 겪을 수 있는 문제인 자금, 인력, 접촉수단·방법, 법·문화차이, 갈등해결 등에 대한 조언은 어디에도 없었다. 실질적인 해외진출 전략에 대한 언급없이 해외진출 현황과 성공기업의 성과 얘기로 가득했다. 이번 세미나에 참석한 40여명의 회사대표와 직원들은 과연 무엇을 얻어 갔을까. 그 시간은 누구를 위한 시간이었나.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