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연합뉴스 등 다수 언론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교체설을 보도했다. 후임자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특정했다. 특히 연합뉴스가 “검증에서 결격사유가 발견되지 않으면 다음 달에 발표하는 안을 청와대가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는 여권 소식통의 전언을 기사화해, 경제팀 컨트롤타워 교체설은 사실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 MBC를 포함 일부 언론은 청와대 관계자 말을 인용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경질설도 제기했다. 후임자 실명을 거론하고, ‘김&장의 전쟁’까지 들먹이며 문재인 정부 경제팀의 대폭 수술을 기정사실화했다. 

1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우리는 함께 잘 살아야 한다”면서 “국민의 노력으로 우리는 ‘잘 살자’는 꿈을 어느정도 이뤘다. 그러나 ‘함께’라는 꿈은 아직 멀다”며 회한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이제 우리 사회는 공정하지도 않다. 불평등이 그대로 불공정으로 이어졌다. 불평등과 불공정이 우리 사회의 통합을 해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로막기에 이르렀다”고 지적하고 “경제적 불평등의 격차를 줄이고, 더 공정하고 통합적인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함께 잘 살아야 한다’, 평이한 단어의 조합이지만 되새길수록 가슴에 울리는 문장이다. 이전 정부와 달리 민주주의 파괴세력에 맞서, 국민이 저항권을 발동해 만들어낸 촛불정부 수장이 한 말이어서 그런가보다. 같은 이유로 촛불광장에서 어깨걸었던 동지와 이웃, 모두가 ‘함께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했고, 촛불정부가 그 바람을 이뤄줄 것이라 믿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시정연설에서 “지난 1년6개월은 ‘함께 잘 살기’ 위해 우리 경제와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했던 시간이었다”고 회고하고, “구조적 전환은 시작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김동연 부총리, 능력의 출중함과 무관하게 뼛속까지 기획재정부 사람이다. 그랬던 그였기에 촛불정부 경제팀의 최고책임자 자리는 어울리지 않았다. ‘함께’라는 가치보다 ‘성장’이란 결과를 추구하는 기재부사람이 ‘소득주도성장’이란 국정과제를 안고 가기엔 애초부터 무리였다.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과의 갈등은 김동연 부총리가 걸었던 인생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언론보도에 근거한 가정이지만, 김동연 부총리가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으로 바뀐다. ‘왜’라고 자문해보지만, 전혀 답을 찾을 수 없다. 반면 바뀌면 지금과 달라지는게 뭔지 자문했지만, 너무나 뻔한 답이 나온다, ‘지금 이대로’ 밖에는 달리 생각이 나지 않는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전임자와 똑같은 길을 밟았던 정통 기재부사람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까지 역임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숫자에 능하고 기획력과 부처장악력 또한 김동연 부총리 못지않음을 잘 안다. 그렇더라도 지금 이 시점에,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문재인 정부 경제팀의 컨트롤타워여야 할 이유와 명분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통해 ‘우리사회가 가야 할 방향과 목표’를 “우리는 함께 잘 살아야 한다”고 했다. 소득주도성장의 최종 목표이기도 하지만, 국가경제 성장 과정에서 ‘우리’를 소외시키지 않고 ‘함께’ 가겠다는 대통령 자신에 대한 다짐으로 보인다. 내각 경제팀의 수장이 기재부 관료에서 또다시 기재부 관료, 이래선 곤란하다. 기재부관료가 수십년이상 ‘성장제일주의’. ‘시장만능주의’를 설파한 결과물이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대통령 스스로도 우리사회가 공정하지 않고, 불평등·불공정한 사회라고 했다. 실패는 한번으로 족하고 개혁추진을 위해 주어진 시간도 그다지 많지 않다. 

촛불정부 경제팀 수장에게 가장 필요한 덕복은 능력과 숫자보다, ‘함께 잘 살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철학을 뼛속깊이 각인했는지 여부다. 극우·보수 야당과 언론의 ‘기승전-소득주도성장’ 비난을 되치기로 제압할 수 있는 강한 의지를 가진 개혁론자여야 한다. 후일은 모르겠지만 지금 이 시점에, 성장제일주의와 시장만능주의에 매몰된 기재부사람이 촛불정부 경제팀을 이끌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소득주도성장이 결실을 맺어야만 우리사회에서 불공정과 불평등을 제거하고, 통합적인 사회를 나아갈 수 있다. 소득주도성장이 실패하면, 촛불정부 또한 역사에 실패한 정부로 기록된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이런 이유 때문이라도 촛불정부 경제팀 수장은 소득주도성장을 힘있게 추동할 수 있는 개혁진영에서 찾아야 한다. 

이미 우리는 극우·보수 야당과 언론의 집요한 공격과 ‘김&장의 전쟁’ 여파로 ‘소득주도성장’ 밑그림을 그렸던 홍장표 경제수석을 잃었다. 그래서 청와대내 장하성 정책실장의 존재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정부 의지를 가늠하는 잣대로 해석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같은 우려를 차단하고 소득주도성장 추진에 대한 정부의 메시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 필요한건 장하성 정책실장의 ‘경질설’이 아닌 ‘신임설’이어야 한다. 언론보도가 사실임을 전제로 다시한번 강조한다. 김동연 부총리를 또다른 기재부사람으로 바꾸는 이유를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개혁적 인사를 찾을때까지는 김동연 부총리는 유임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