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고우 고윤기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이번에도 늘 다니던 치과병원을 방문했는데, 왠지 모르게 분위기가 다르다. 늘 앞에서 맞아 주던 간호사가 다른 사람이다. 직원이 바뀌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라, 별로 신경을 안쓰고 있었다. 그런데, 진료를 보러온 의사도 다른 사람이었다. 병원의 상호, 위치, 전화번호는 모두 그대로인데, 구성원이 모두 바뀌었다. 심지어 이 병원에는 필자가 그동안 진료받았던 진료기록부도 그대로 남아 있다. 사실 조금 황당했는데, ‘귀찮아서’ 그대로 진료를 받았고,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만약에 필자가 구성원이 변경되기 전에 기존의 치과에서 미리 돈을 지불하고 교정이나 임플란트 치료를 받고 있었다면, 필자가 낸 돈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기존의 의사에게 돈을 돌려받고, 새 의사에게 다시 돈을 지불하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인가?

언론에 종종 등장하는 ‘빅딜’, ‘M&A’같은 거창한 용어가 아니더라도, 우리 일상에서 회사의 영업을 양도하고 양수하는 일은 자주 일어난다. 필자의 경우처럼 의사가 바뀌기도 하고, 헬스장 주인이 바뀌기도 하며, 마사지 숍의 원장이 바뀌기도 한다.

영업양도의 법적 의미에 대해서는 보통 ‘영업의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기존의 조직적·기능적으로 결합된 영업 일체가 이전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즉 어느 특정 영업재산의 일부만을 인수하는 것은 영업양도가 아니고, 영업 자체가 통째로 넘어가는 것을 말한다.

영업양도는 기본적으로 영업의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그 운영 주체가 변경되는 것이다. 그럼 필자와 같은 기존의 거래자, 기존의 주체와 거래하던 채권자·채무자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보호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내용을 우리 상법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상법은 영업양수인이 기존의 상호를 계속 사용하는 경우와 종전의 상호를 계속 사용하지 않는 경우로 나눠 규정하고 있다.

상호를 계속 사용하지 않고 단지 영업설비 등만을 이전받은 것이라면, 양수인은 원칙적으로 아무런 책임이 없다. 다만, 자신이 양도인의 영업으로 인한 채무를 인수한다고 광고한 경우 양도인의 채무를 변제할 책임이 있다.

영업양수도 계약을 체결할 때는, 영업양수인이 인수할 채무를 모두 기재해야 한다. 또 기재되지 않은 채무에 대해서는 영업양도인이 책임을 진다는 점을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 이런 조항은 양수인의 입장에서는 나중에 양도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반면에 양도인의 상호를 계속 사용하는 경우라면, 문제가 다르다. 통상적으로 영업을 양수하는 이유는 기존의 거래처나 손님을, 내 거래처나 내 손님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하지만 기존의 사업자와 거래관계가 있었던 사람들, 특히 돈을 받아야 할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누가 돈을 갚는지 굉장히 중요한 내용이다.

거래처에 돈을 받으러 갔는데, 사장이 바뀌었다면?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황당하다. 새로운 사장은 자신은 모른다며 예전 사장을 찾아가라고 하고, 예전 사장은 새로운 사장에게 모든 것을 넘겼으니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발뺌을 한다.

일반적으로 상호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영업이 양도된 경우, 기존의 권리자는 종전의 사업자(양도인)에게 권리행사를 해야 할 시기를 놓칠 수 있다. 그런데도 영업양도로 인해 영업주체가 변경됐기 때문에 영업양수자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피해자가 발생하고 거래의 신뢰가 크게 손상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상법은 영업양도 후에 지체없이 양수인이 양도인의 채무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사실을 등기하거나, 별도로 채권자들에게 개별 통지한 경우가 아니면, 영업 양수인과 양도인이 함께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물론 연대책임을 지는 범위는 영업양도 이전에 발생한 채무에 한정된다.

최근에 판결이 나온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영업양도로 주유소가 통째로 이전된 경우에 임대차 보증금의 반환, 학원이 영업양도된 경우 학원 강사의 퇴직급 지급 등이 있다. 그 외에도 서울종합예술원이라는 교육시설이 ㈜서울종합예술원이라는 같은 상호의 법인으로 영업양도 된 경우에도, 영업양수인이 기존의 양도인의 채무를 변제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영업양수인이 기존 양도인의 채권에 대해 무한정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상법 제45조는 ‘양수인의 제3자에 대한 채무는 영업양도 후 2년이 경과하면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영업양수도 계약을 체결할 때는, 일반적으로 이런 채권 부분까지 고려해서 양수도 대금을 결정해야 한다. 계약서에 영업양수인이 인수할 채무를 모두 기재해야 하고, 기재되지 않은 채무에 대해서는 영업양도인이 책임을 진다는 점을 명시해야 한다. 물론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영업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에 이런 계약이 있다 하더라도, 양수인에게 상법에 따른 청구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조항은 양수인의 입장에서는 나중에 양도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계약서 작성시 넣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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