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수수료 개편안이 발표됐다. 대형가맹점과 최대 1.5%p까지 격차가 났던 불공정한 카드수수료 문제는 십수년간 중소상인·자영업자를 힘들게 했던 불공정 이슈 중 하나였다.

한국마트협회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상인단체들은 환영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은 카드수수료 인하로 카드사 수익악화가 예상되며, 이로 인해 소비자혜택이 축소 될 수밖에 없다는 카드사 입장을 전했다. 카드사 경영악화에 따른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대량 실업자가 발생한다는 겁박도 함께 덧붙였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원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카드수수료 개편방안 당정협의에 참석하는 의원들에게 사회적 합의 정신에 의한 카드수수료 정책 공동요구를 위한 합의문을 전달하려다 국회 관계자들에 의해 저지당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대형가맹점의 실질 카드수수료는 0.7%대로 알려졌다. 지금껏 중소상인이 적용받았던 평균 카드수수료율 2.3%와는 비교조차 할 수조차 없는 낮은 수준이다. 더구나 카드수수료 원가에 포함되는 마케팅비용은 대부분 대형가맹점에 사용된다. 마케팅비용이 카드수수료 원가에 포함되기에, 소수 대기업 전용 마케팅비용을 대다수 중소상인이 대신 부담한다는 공정성 시비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이런 이유로 중소상인단체의 요구는 대기업과 차별없는 카드수수료를 적용하고, 카드수수료 원가산정의 공정성 확보 등 카드수수료 체계를 바로잡자는 것이었다. 이같은 문제의식에 동의해, 카드사노조와 상인단체는 대형가맹점의 수수료를 인상해 정상화하고, 하한선을 법제화하자는 내용의 합의문을 지난 23일 작성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카드수수료 개편안 내용에는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 인상은 없었다. 오히려 대형가맹점과 일반가맹점간 부당한 수수료율 격차 시정을 위해 일반가맹점 수수료율을 인하하면서, 초대형가맹점 수수료율도 덩달아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했다.

카드수수료 인하로 본사와 함께 수수료를 나누던 편의점과 가맹점본사들은 수수료 인하분 만큼의 반사이익을 얻었다. 카드수수료 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BGF리테일과 GS리테일 등 편의점사업자 주가는 일제히 상승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27일 의원총회에서 “자영업자 단체들과 카드사 노조들도 대형가맹점의 수수료를 올려 상생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며 “그럼에도 정부가 대형가맹점 수료를 2%이내로 묶기로 하면서, 유통대기업은 어물쩍 이득을 그대로 챙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낮은 수수료에 할인 마케팅비용까지 돌려받아 이익을 챙긴 대형가맹점의 카드수수료는 올리는 것이 공정하다”고 강조했다.

카드수수료 개편은 카드사와 소비자 그리고 가맹점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고르는 계기가 돼야했다. 소비자는 카드사용에 따른 편의와 혜택을 누려왔고, 카드사는 수수료수익을 챙겨왔다. 카드결제율 70%이상인 현실, 사실상 공공재로 기능하는 카드사용으로 발생하는 비용 모두를 가맹점만이 부담하는게 합당한지 돌아봤어야 했다. 특히 벼랑 끝에 몰린 소상공인·자영업자가 가장 큰 부담을 떠안고 있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번 개편안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대기업의 양보가 필요하다. 스스로 수수료율을 인상해 카드사 수익 감소로 따른 소비자 혜택 축소, 구조조정 등 악순환의 고리를 끊도록 사회적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 편의점 등 가맹점 본사 또한 이번 수수료 인하로 얻는 수수료 감소 이익을 가맹점주와 나눠, 함께 상생할 수 있다는 신뢰를 보여주기를 당부한다.

이번 카드수수료 개편안은 앞으로 3년간 유효하다. 수수료 협상권이 없는 중소상인들이 3년 후 또 거리로 나오는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중소상인에게 수수료 협상권을 보장해야 한다. 이 책임은 금융위원회와 카드사가 양보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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