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피자 가맹본사와 가맹점주협의회가 지난 8월 9일 서울시청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주재로 상생협약식을 맺었다. <사진=미피구매협동조합>

미스터피자 점주들이 설립한 국내 1호 프랜차이즈 구매협동조합, ‘미스터피자구매협동조합(미피구매협동조합)’에 거는 프랜차이즈업계의 기대가 크다. 지난 8월 설립된 미피구매협동조합은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미스터피자 가맹점주가 조합원으로 참여해 물품구매, 식품제조 및 유통사업, 매장관련 서비스 등의 사업을 하는 협동조합이다.

“본사의 갑질에 대항해 수년째 본사와 점주들 간의 싸움이 반복됐습니다. 급기야 지난해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이 구속기소되면서, 점주들은 본사發 리스크에도 점주들이 흔들리지 않을 대책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모았죠. 미스터피자 가맹점주협의회 120여명이 모여, 장시간 토론을 통해 구매협동조합을 만들자는데 합의를 했습니다.”

미피구매협동조합 이동재 이사장은 우여곡절 끝에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스터피자 본사와 점주들은 과거 상생협약을 맺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점주들은 본사가 보다 책임의식을 갖도록 서울시의 중재를 받아 지난 8월9일 상생협약식을 체결했다.

상생협약에는 냉동새우, 베이컨, 샐러드 등 25개 품목을 2019년 1월부터 점주들이 자체적으로 구매하기로 합의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한정된 품목, 본사 불참…아쉬움 남아

“사실 아쉬운 부분도 많습니다. 애초에는 미피구매협동조합이 전품목 구매를 담당하고 본사가 함께 참여하는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지만, 치즈나 도우 같은 필수물품 상당수가 빠지고 허용된 품목은 본사구매 품목 중 25~30% 정도죠. 또 본사가 협동조합에 참여를 안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본사의 상생의지도 의문이 듭니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본사의 부정적인 이슈들로 점주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기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생각합니다.”

미피구매협동조합 이동재 이사장은 우여곡절 끝에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한다.   ©중기이코노미

미피구매협동조합은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가맹점주를 조합원으로 하는 식자재구매조합을 목표로 한다. ▲중간 유통마진을 최소화해 양질의 식자재를 제공하고 ▲유통단계의 거래 투명화로 경제민주화를 실현함과 동시에 ▲가맹본부는 마케팅과 영업에 전념해 가맹점의 매출 상승과 안정적인 경영을 지원하는 새로운 모델을 창출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자율구매가 가능해진 필수물품 외에도, 그동안 점주들이 개별적으로 구매했던 물품들도 공동구매를 통해 저렴하게 구입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프랜차이즈, 구매협동조합 통해 수익구조를 로열티 중심으로 전환

구매협동조합 모델은 프랜차이즈 ‘본국’인 미국에서 이미 오랜시간의 시행착오를 통해 정착된 모델이다. 1990년대 가맹점주들은 원재료값 폭등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구매협동조합을 결성해 위기를 타개했고, 구매협동조합 확산은 미국 프랜차이즈산업의 수익구조를 유통마진에서 로열티 중심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가져왔다.

프랜차이즈 버거킹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의 버거킹 구매협동조합(RSI)은 버거킹 본사(BKC)와 하나 이상의 버거킹 매장을 운영하는 가맹점사업자를 조합원으로 1991년 설립됐다. BKC는 브랜드 소유자로서 브랜드전략, 마케팅프로그램, 제품사양, 식품품질 및 안전표준, 공급업체 및 유통업체 승인 등을 책임진다. 상품의 품질을 정의하고 소비자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부분을 담당한다. RSI는 미국내 버거킹 레스토랑의 독점 공급망 관리 및 유통 협력업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식품, 포장, 장비, 보험료, 장난감 및 유통서비스 등 레스토랑 운영에 필요한 기본적인 모든 것을 협상·계약·공급한다. RSI는 협동조합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사업으로 발생한 이익은 가맹점사업자에게 배당을 실시한다.

미피구매협동조합 내년 1월1일부터 본격 활동

미스터피자 가맹점주협의회는 8월 9일 본사와의 상생협약을 체결하고 미피구매협동조합 설립을 위해 발기인대회를 개최했다. <사진=미피구매협동조합>

“아직은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기 전이라 반신반의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피구매협동조합은 식자재뿐 아니라 조합원이 가맹점 운영에 필요로 하는 기술적인 모든 지원을 정확하고 저렴하게 공급해 가맹점의 경쟁력을 최대화함으로써, 상생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 설립목적이기 때문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많을수록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죠. 미피구매협동조합에 거는 기대도 많습니다. 최초의 가맹사업자 구매협동조합 성공모델이 되면, 전체 프랜차이즈와 자영업 사장님들에게도 확산돼 전체 물품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당사자들의 상생을 위한 노력과 더불어 제도적인 보완도 필요하다. 현행법상 필수물품 정의가 불명확해, 가맹점 본사가 무분별하게 필수물품을 지정하고 과도한 폭리를 취하는 폐습이 계속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동재 이사장은 국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필수물품의 정의를 명확히 해, 필요 최소한도로 그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가맹점 본사가 부당하게 필수물품 구입을 강요하는 행위를 별도의 불공정행위로 신설하여 엄격하게 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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