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이든 재건축이든 개발이 결정된 후, 우리 모두의 밝은 미래를 담보하는 듯한 휘황찬란한 이미지 뒤에 우리가 놓치고 가는 인간적인 순간들을 포착하는 예술가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

◇공사장의 미술=작가 정직성은 공사 현장의 기계음 그리고 무질서한 현장을 추상적으로 그리는 작업을 한다.

정직성은 지금까지 40여번 이사를 하며 수많은 건축 현장들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가 지켜본 건축의 현장은 캔버스 안에서 단순화되고 중복, 중첩되어 전개된다. 공사의 현장과 직조하는 그의 감성은 건조하지만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작가 김지은은 보다 건축 현장의 느낌을 구체적으로 표현한다. 건축에서 쓰이는 방수천과 위장막, 폐목재와 콘크리트와 같은 실제 건축적 재료들을 작품에 활용한다. 이처럼 흔히 경험할 수 있는 건축 재료를 작품에 도입해 완성된 작품은 실재 우리 주변의 모습이 자연스레 연상되며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김지은이 다양한 국가의 레지던시에서 활동하며 지켜본 도시의 개발과정은 오늘날 한국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차피 사라져버릴 건축 현장의 구조물은 곧 초고속 자본주의의 논리로 사라져버릴 우리의 집과 마찬가지처럼 보인다.

아르헨티나의 건축가이자 예술가 토마스 사라세노는 건축현장에 대한 나름의 돌파구를 제시한다. 그는 작품을 통해 모두가 고민하는 환경과 기후 문제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토마스 사라세노 ‘에어로신 10.4 &15.3’ 2015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설치 전경, 그랑팔레, 파리, 프랑스, 2015.   ©AAC

도시의 개발 현장은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모두의 꿈이 실현될 것 같은 현장일 수도 있겠지만 정직성, 김지은 작가가 본 공사 현장처럼 우리가 차마 느끼지 못하는 감정들이 복잡하게 존재하는 곳이다.

물론 모두가 이 감정을 공유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 단순히 자본의 논리와 개인의 사욕에만 급급하지 않고 힘없는, 혹은 그저 침묵하고 있는 이들의 감정도 마땅히 사회에서 존중받아야 한다.

◇새건축과 새개발=올해 초 아시아문화의 전당에서 전시를 한 아르헨티나의 건축가이자 예술가 토마스 사라세노는 이러한 건축의 현장에 대한 나름의 돌파구를 제시한다.

토마스 사라세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모두가 고민하는 환경과 기후 문제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공기, 태양열, 바람으로 움직이는 에어로센과 구름 위를 부유하는 도시를 제안한 클라우드 시티와 같은 그의 대표 작품을 살펴보면 그러하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막연히 추상적인 제안이 아닌 실제 구현이 된다는데 방점을 찍을 수 있다. 토마스 사라세노의 작품들이 사회에 던지는 생경한 방안들은 다소 황당해 보일 수 있으나, 실제 작동을 가능하게 한 작가의 기술과 재치는 그의 작품에 가치를 더하고 있다.

재건축과 재개발의 논리로 교착되는 도시개발 논리도 마찬가지다. 물론 개발도 지금까지 다양한 기회를 다수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자본은 창의적이고 부동산 게임으로만 작동되는 것이 아니다. 사고의 폭을 확장해 모두가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도시의 새로운 개발 논리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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