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 서비스 시행여부를 놓고 택시업계와 정부 간 갈등이 지속된다. 승차거부·불친절·부당요금 등 택시이용객의 불만을 등에 업고, 정부는 소비자 편의를 제고한다는 명분까지 가졌다. 이참에 정부와 여당은 공유경제 확대를 위한 물꼬까지 튼다며, 택시노사의 거듭된 경고도 외면하고 카풀 서비스 시행을 밀어붙였다.

카풀 서비스 시행과 관련 지금까지 나타난 결과만 놓고 평가하면, 정부와 여당은 명분과 실리 모두 잃었다. 택시노동자들은 ‘反노동親기업’ 성향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발언에 환호했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겐 물세례로 응징했다. 틈만 나면 노동조합을 ‘공공의 적’으로 매도했던 자유한국당의 그간 행태를 돌아보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카카오 카풀 반대 제3차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마친 택시기사들이 스마트폰 불빛을 켜고 마포대교를 건너고 있다.<사진=뉴시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1일 tbs교통방송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법인택시가 하루 12시간 일을 하는데, 노동시간으로 인정받는 것은 5시간”이라며 “나머지는 사납금을 내고 남는 것을 가져가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평균 월급이 215만원 정도다. 12시간 일하고 215만원 받는 것은 최저임금도 안되는 조건”이라며 “우리사회에서 이렇게 낮은 임금체계를 가지고 있는 업종은 택시밖에 없다”고 했다.

아마추어도 이런 아마추어가 없다. 사정을 이렇듯 꿰뚫고 있음에도, 밥그릇을 빼앗는 카풀 서비스 시행을 택시업계가 그냥 앉아서 당하리라 생각했단 말인가. 보통 일반인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는 정책집행이 반복되고, 그 뒷수습에 허둥지둥대는게 일상화됐다. 최저임금 인상에 앞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소득보전대책을 제시하지 않아 1년내내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에 시달렸다. 부동산투기억제책을 찔끔찔금 내놓는 사이 서울집값은 전정부지로 뛰었고, 뒤늦게 낸 9.13 부동산대책 약발은 여전히 미지수다. 정책집행 선후를 분간하지 못한 무능이 반복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1년만에 반토막이 났다.

카풀 서비스 연착륙 방안,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이미 알고 있다. 김 장관은 교통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택시노동자의 상황이 굉장히 열악하기 때문에 어제와 같은 시위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카풀이 아니라 더 한 것들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택시노동자 처우는 절대 개선되지 않는다”며 “사납금제를 폐지하고 완전월급제를 시행하지 않는 한 택시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는 절대 개선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곡을 찔렀다. 카풀 서비스를 시행해도 임금 등 노동조건이 괜찮다면 택시노동자가 이 추운 겨울에 거리로 나설 일은 없다. 현행 법에서 택시노동자의 임금체계는 완전월급제가 원칙이고, 사납금제는 불법이다. 그럼에도 사납금제 운영에 따른 처벌규정을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정하는 등의 입법미비로 불법이 관행이 됐다. 이런 이유로 김 장관은 완전월급제를 강제할 수 있도록 법률을 정비해 사납금제를 없애겠다는 대안을 냈다.

완전월급제, 택시노동자에겐 ‘꿈’으로 각인된 임금형태다. 완전월급제 하에서는 택시이용객에 대한 승차거부·불친절·부당요금 사례는 발생하지 않는게 정상이다. 월급이 보장된 상태에서 일반적인 택시노동자라면 승객을 골라 태우고, 부당한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 완전월급제는 택시노동자와 택시이용객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임금체계다.

카풀 서비스 시행과 맞물려 완전월급제가 다시 수면위로 떴다. 수십년간 완전월급제 시행을 염원했던 택시노동자 입장에선 절호의 기회다. 어떤 형태로든 택시노동자와 택시업계 그리고 정부 간 완전월급제 시행을 위한 협의는 시간문제여서다. 또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면 택시노동자도 시험대에 오른다. 완전월급제 시행을 위해선 돈이 필요하고, 그 돈은 원칙적으로 택시노사가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완전월급제가 시행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택시사업자가 자신의 장부를 까지 않아서다. 택시노동자의 노동시간을 ‘관리’하지 못한다는 표면적인 이유도 있지만, 실상은 복마전과 다름없는 회계를 통해 돈을 벌기 때문이다. 완전월급제 시행은 택시노사 모두의 양보와 타협 특히 택시사업자의 경영투명성 확보가 전제돼야만 가능하다. 만약 택시사업자 손익이 그대로 드러나지 않으면, 완전월급제 시행을 위해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야 한다.

경고하지만 노사담합으로 택시사업자의 장부를 분식하면, 완전월급제 시행도 물건너가고 택시업계 전체가 공멸한다. 모처럼 찾아온 완전월급제 시행을 관철할 수 있는 기회다. 필요에 따라선 국민적 동의를 거쳐 국민세금 투입도 고려할 수 있다. 물론 전제는 택시노사 모두의 헌신이 국민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완전월급제 시행을 위한 협의과정에서 택시사업자 욕심을 통제해 주길 당부한다. 만에 하나 택시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몫을 국민세금으로 메운다면, 그에 따른 후폭풍은 최저임금 인상보다 덜하지 않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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