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1일 긴급관계기관회의를 열어 ‘경기동향에 대한 선제적 보완방안’ 후속대책을 내놨다. 9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긴급민생대책회의'에서 나온 경기진작 방안을 일부 확대한 것이다. 하반기에 쓰기로 한 예산 중 중앙정부 몫 6조원, 지방정부 몫 1.8조원을 상반기에 당겨씀으로써 내수시장을 살리겠다는 것이 이들 발표의 골자다.
2014년 우리경제가 심상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수출은 느는데 민간소비가 꽁꽁 얼어붙은 탓이다. 1분기 실질총생산이 0.9% 커졌지만, 민간소비는 0.3%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율 0.6%의 절반이다. 수출이 1.7% 늘어난 것에 비하면 심각한 절름발이 현상이다. 경제의 안정성에도 심각한 위협요소다. 정부가 예산 당겨쓰기라는 고육책을 내놓은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특히 내수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행·운송·숙박 등 업종의 중소기업에 특별자금 공급을 늘리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내수부진의 주된 원인인 양 꼽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 참사 이후 국민들이 이심전심의 마음으로 여행과 유흥을 줄였다고는 하나, 이미 그 이전부터 내수부진의 경고등이 들어와 있던 터다.
엄밀한 진단도 없이 선뜻 처방전부터 내놓은 과정도 이해하기 어렵다. 9일 ‘선제적 보완방안’을 내놓을 때 내수부진이라는 증상(症狀)이 어느 정도 심각한 것인지와 구체적인 병인(病因)은 무엇인지에 대해 정부가 진지한 탐색과 고민을 했는지 의문이다. ‘규제 완화’라는 목표만 보고 개별 규제의 존재의의, 부작용, 형평성과 같은 ‘옆’은 돌아보지 않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분초를 다퉈 결정해야 할 일과 시간을 두고 이해득실을 가려야 할 일이 무엇이었는지 국민 모두가 학습한 바 있다.
세월호 참사는 아직 진행중이지만, 대한민국이라는 배는 여전히 전진해야 한다. 그러나 도처에 산적한 근본적 병인들을 세월호 참사로 간단히 치환해 버리는 것은 희생자와 가족에 대한 불경일 뿐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모든 탑승객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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