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셋 중 둘이 주휴수당 못 주는 현실”(파이낸셜뉴스, 1.25), “주휴수당 지급 못해”…소상공인 10명 중 6명 ‘범법자’로 내몰린다(서울경제, 1.24) / “주휴수당까지 주면 망한다”…편의점·PC방 ‘알바 쪼개기’로 버텨(한국경제, 1.24), 소상공인 10명 중 8명 “주휴수당 탓에 근로시간 쪼개기 계약”(뉴시스, 1.24)

주휴수당 때문에 소상공인 대다수가 편법을 사용하거나 ‘범법자’가 되고, 망하기 일보직전이란 내용의 어제오늘자 신문기사 제목이다. 동일한 내용이 23일부터 방송을 포함 중앙지·지방지를 불문하고 셀 수 없이 쏟아졌다. 이들 기사의 출처는 모두 소상공인연합회가 실시한 ‘주휴수당 관련 소상공인 현황 실태조사’ 결과다. 

이번 실태조사에 대해 소상공인연합회는 올해 1월 10일부터 21일까지 소상공인연합회 회원 및 일반 소상공인 총 2750명을 대상으로 했고, 조사방법은 온라인조사라 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4.2%(1710명)는 현재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또 77.2%(2094명)는 주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쪼개기 계약’을 한 경험이 있다. 1주 15시간미만 노동자에게 주휴수당청구권이 없음을 알고, 15시간이상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15시간미만으로 줄였다는 조사결과다.  

소상공인연합회 조사결과가 사실이라면, 대한민국이란 국가는 존재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10명 중 6명 이상의 소상공인을 범죄자로 만드는 주휴수당정책을 펴는 나라가 정상적인 나라인가. 또 10명 중 8명에 가까운 소상공인이 망하지 않기 위해서는 편법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최저임금정책을 펴는 정부가 제정신인가. 정부가 소상공인을 국민이라고 생각한다면, 실태조사 결과에서 확인된 이들의 절절한 요구(‘주휴수당제 폐지’, 97.8%)를 수용해야만 한다.  

그런데 소상공인연합회 조사결과가 왜곡 또는 과장된 것이라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특히 ‘기승전-최저임금’ 논리로 ‘문재인’을 공격하는 보수·극우 언론의 먹잇감이 된다면 이건 심각한 문제다. 주휴수당·최저임금 정책에 대한 국민여론을 호도해, ‘소득주도성장론’의 최소한의 근거조차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지난 1년내내 반복됐던 ‘을 간의 전쟁’을 멈출 수 없고,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사회 계층간 불평등만 심화·확대되기 때문이다. 

주휴수당 지급 여부를 조사해 서울시가 지난해 4월 발표한 ‘2017년 소규모사업장 근로자 근로인식 조사 결과’는 소상공인연합회 조사결과와 완전히 상반된다. 서울시 조사는 커피전문점, 편의점 7개 업종 등 서울 소재 소규모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해당사업장 노동자 3444명을 1:1로 조사한 결과다. 소상공인연합회 조사는 온라인이고 사업주가 대상인 반면, 서울시 조사는 노동자를 직접 대면한 조사다.

서울시 조사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노동자의 67.4%(2321명)가 주휴수당을 받았다. 소상공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64.2%의 사용자가 주휴수당을 주지 않았는데, 서울시 조사에선 67.4%의 노동자가 주휴수당을 받았다. 양자의 조사결과를 종합하면, 사용자 10명 중 6명이상이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았음에도, 노동자 10명 중 7명 가까이가 주휴수당을 받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조사결과에 오차가 있음을 감안해도, 소상공인연합회와 서울시 조사 결과는 양립 불가능하다.    

서울시 조사결과가 틀렸을 수도 있지만, 소상공인연합회 조사결과 역시 잘못된 것일 수 있다. 그럼에도 10명 중 8명이 쪼개기 계약을 했다는 소상공인연합회 조사결과는 과장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10명 중 6명이상은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미 주휴수당을 주지 않기 때문에, 근로시간을 15시간미만으로 쪼갤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런데 거의 모든 소상공인이 쪼개기 계약을 했다하니, 소상공인연합회 조사결과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소상공인연합회는 회원사 및 일반 소상공인 총 275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고 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소상공인연합회는 회원사 이외 설문조사에 참여한 일반 소상공인이 몇명인지 밝히지 않았다. 소상공인연합회 입맛에 맞는 회원사의 의사가 과잉 대표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더욱이 소상공연합회 회원자격은 소상공인 개인이 아니고 조합, 업종 등의 단체다. 회원자격을 가진 단체의 대표자와 이해관계가 동일한 개별 소상공인이 온라인을 통해 실상을 왜곡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 기가 막힌 사실은 소상공인연합회 조사에서 올해 주휴수당을 포함한 희망 시간급으로 소상공인 절반(48.5%)이 ‘6000원~7000원’이라 응답했다는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설문문항에 시간급으로 ‘6000원~7000원’을 예시했기에 나온 답이다.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소상공인연합회가 정말 말하고 싶었던 게, 바로 이 대목이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시간당 6000원만 주고 일을 시키고 싶은데, 정부가 왜 ‘최저임금 1만원’ 운운해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드냐고. 

최저임금 및 주휴수당 정책 관련 주무부서, 고용노동부는 도대체 뭘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소상공인 열에 여섯 이상이 법을 위반했다고 스스로 말했다.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해줘야 할 게 아닌가. 열에 여덟 가까이 근로시간 쪼개기 편법을 사용했다는데, 정말 이런지는 조사해야 할 게 아닌가. 소상공인연합회 조사결과가 사실이든 아니든, 이와 관련한 실태조사를 통해 현실 적합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고용노동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다. 

소상공인정책을 총괄하는 중소벤처기업부의 나태 또한 질책받아 마땅하다. 소상공인연합회 조사결과가 사실이라면 고용노동부를 괴롭히든, 문재인 대통령께 호소해서든 주휴수당을 없애는 일을 하라고 중기부를 만들었다. 또 사실이 아니라면 여론을 호도하면서까지, 이 문제를 제기한 소상공인연합회에 엄중한 경고를 하는 게 중기부 본연의 역할이다. 어떠한 해결방식이든 소상공인연합회 조사결과에 대한 검증작업은 필수였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중기부는 노동부와 똑같이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무책임한 정책으로 소상공인 대다수를 죽이는 무능한 정부의 수장이 됐다. 대통령이 제시한 정책방향이 마음에 들지 않아, 관료들이 집단으로 태업을 하는 게 아니라면 이럴 순 없다. 관료들의 무사안일, 복지부동 탓에 애꿎은 문재인 대통령만 욕을 먹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