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대기업의 매출 경쟁으로 인해, 입점한 상점의 점주와 노동자의 건강권·휴식권이 박탈되면 안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기휴무를 확대해 유통대기업에 종속된 노동자, 점주들이 상생해야 하며, 지역상권의 버팀목인 중소상인들과 함께 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얘기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전국네트워크(경민넷)와 중소상인·노동·시민사회단체는 30일 BGF 리테일(CU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마트, 백화점, 시내 면세점 등 대형유통매장의 명절 당일 휴일 의무화 및 월 4회 휴일 지정과 편의점 자율영업 도입’을 촉구했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전국네트워크와 중소상인·노동·시민사회단체는 30일 BGF 리테일(CU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마트, 백화점, 시내 면세점 등 대형유통매장의 명절 당일 휴일 의무화 및 월 4회 휴일 지정과 편의점 자율영업 도입’을 촉구했다.<사진=참여연대>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가 대규모점포에 대해 ‘영업시간 제한을 명하거나 의무휴업일을 지정해 의무휴업을 명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적용 대상을 대형마트와 SSM으로만 제한해 백화점, 면세점, 아웃렛, 복합쇼핑몰 등 기타 대규모점포는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일부 백화점의 경우 자체적인 휴무제를 운영하고는 있지만 지역이나 매출에 따라 차이가 있고, 여전히 ‘연중무휴’를 내걸고 운영중인 매장이 적지 않다.

편의점의 경우도 가맹사업법 개정으로 3개월 이상 심야시간(오전 1시~6시) 적자가 지속되면 심야영업 중단을 요청할 수 있지만, 심야영업을 하지 않으면 100만원에 달하는 매장 전기료 지원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본사가 사실상 영업을 강제하고 있다는 것이 경민넷의 주장이다.

경민넷은 기자회견문에서 “소비자 입장에서, 명절은 물론 주말에도 쉬지 않는 마트나 편의점이 편리하다. 주말에도 쉬지 않는 마트나 백화점은 단지 쇼핑이 아니라 여가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며, “하지만 누군가의 편리함을 위해 누군가는 휴식할 권리를, 가족들과 보낼 시간을, 여느 사람에게 ‘당연한’ 주말의 여가를 포기해야 한다. 저녁이 있는 삶, 워라밸 같은 말들이 서비스노동자, 편의점주, 자영업자들에게는 공허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2월,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에 입점해 아동복매장을 운영하던 한 점주가 매장 재고창고에서 자살을 시도했다. 동료들은 그가 ‘매출이 하루 이틀 빠져도 좋으니 쉬고 싶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전했다. 365일 연중 무휴로 영업을 강제한 복합쇼핑몰 방침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이유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노동자의 자기착취를 강요하는 영업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했다. 유통대기업의 매출 경쟁에 노동자, 점주의 희생이 용인되는 방식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형마트, 백화점, 시내 면세점 등 대형유통매장에 명절 당일 휴일을 의무화하고, 최소 주 1회 휴일을 지정하는 한편, 편의점주들의 자율영업을 허용하자는 것이 경민넷의 요구다.

CU편의점 점주들이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사옥 앞에서 63일째 농성중이다.<사진=참여연대>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민넷 등은 CU본사 앞에서 63일째 야외농성 중인 CU편의점주들과 함께 상생협의에 응하지 않는 CU본사를 규탄했다. 이들은 “장시간 노동으로 가정을 돌보지도 못하고, 일을 할수록 몸도 돈도 축나는 점주들의 타들어가는 마음을 본사는 끝끝내 외면하고 있다”며, “CU본사는 하루빨리 점주들과의 상생협의에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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