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刹那無常_Adolf Hitler’ 90.9×72.7cm, oil on canvas, 2018.

하지만 막상 대화하며 세부적인 기억을 끌어내다 보면, 우리는 서로 다른 경험과 기억들로 오바마를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비단 오바마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통령이나 유명인, 하물며 당장 나의 주변인에 대한 이미지 또한 그러할 것이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이미지와 개인이 느끼는 이미지 간의 괴리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작가가 있다. 이미지 속에 담긴 이미지를 끌어내는 김한 작가를 만나보자.

Q. 간단히 자기소개를 해달라.

저는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이미지를 회화적으로 재현하는 작가 김한입니다.

Q. 주로 인물을 주제로 한 작품을 제작하는데, 작품세계를 좀 더 자세히 소개해준다면?

제가 인물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영정사진을 보고 시작하게 되었어요. 기존에 제가 알던 할머니의 이미지와 사진 속 할머니의 이미지 사이에 괴리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더불어 그 사진을 보고 다른 조문객분들이 생각하는 할머니의 이미지는 각자 또 달랐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어요.

그 이후 인물사진 이미지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우리가 대중적으로 접하는 이미지들도 서로 느끼는 차이가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이에 착안해 유명인의 얼굴을 그린 다음, 그 위에 제가 느끼는 인물 이미지에 대한 색을 글레이징 기법으로 덮는 작업을 하게 되었고, 현재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해가고 있습니다.

Q. 표현에 있어 글레이징 기법에 관심 갖게 된 계기가 있었는가?

글레이징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우리가 어떤 사람을 떠올렸을 때 잘 기억나지 않는 부분들이 생기게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 기억 속 저 아래서부터 떠오르는 이미지를 안개가 덮인 느낌으로 표현해보고 싶어서 사용해보게 됐어요. 글레이징 기법의 특성이 위에 칠한 색 밑으로 아래 그려진 이미지가 보이게 기름을 많이 섞어 이용하는 기법이라서, 제가 생각하는 이미지 표현에 접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연구해보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그림 속 인물 선정에 어떠한 기준이 있는가?

‘VJ-Day in Times Square’ 116.8×91.0cm, oil on canvas, 2018.

Q. 자신에게 기억에 남는 작품을 하나 소개해 준다면?

최근에는 유명한 역사적 현장 속 사진 이미지를 이용해서 작업을 해보고 있어요. ‘VJ-Day in Times Square(2018)’는 그 연구작업 중 첫번째 결과물이라서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그리고 기존 초상 이미지 작업은 가족이나 지인들이 색감의 느낌 때문에 어둡고 무섭다고 하는 경우들이 있었는데, 이 작품은 키스라는 카테고리로 작업을 해보려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키스라는 주제의 이미지 자료들을 수집 후 진행하다 보니, 최근 어머니가 아름답다고 좋아해주셔서 저도 좋았고 기억에 남게 된 작품입니다.

Q. 개인적으로 블러 효과 때문에 게르하르트 리히터가 떠올랐는데, 영감을 받거나 좋아하는 작가가 있는가?

해외작가 중에서는 말씀하신 사진회화를 하는 리히터를 좋아하고요. 국내작가로는 김수연 작가를 좋아해요. 특히 김수연 작가의 작품은 저랑 비슷한 면이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잡지 속 이미지 일부분을 오리고 구기거나 변형시켜 그것을 사진 찍고 다시 재현해 내는 콜라주 형식의 작업을 선보였었는데, 그런 이미지에 대한 접근법이 제가 하는 작업과 공감되는 지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어요.

Q. 작품 표현에 있어 사진이나 다른 기법을 활용할 수도 있을 텐데 회화를 고집하는 이유는?

제 작업내용 중 하나가 실제 대상이 이미지화되고 그게 매체화되어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인데, 보통 사람들은 실제 대상을 제대로 파악한다기보단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이미지를 받아들이게 된다고 생각해요. 이에 대해 스위스 정신의학자 칼 구스타브 융이 페르소나가 입혀진다고 이야기했었는데요. 그 페르소나가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정보와 이미지를 토대로 사람을 바라보게 된다는 현상을 다뤘기 때문에 저는 이를 차용해 그렇게 사회적으로 이미지화된 인물사진을 다시 회화로 그리며 제가 느낀 해석으로 표현하는 행위 자체를 중요한 개념으로 작업하고 있거든요. 사진과 같은 매체를 이용하면 저에 의한 재해석이 아닌 기존 이미지를 똑같이 재생산하는 형태로 보일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있어 회화방식을 활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이 글을 읽는 감상자가 김한의 작품을 보고 느끼길 원하는 것이 있는가?

보통은 “사진 같다. 잘 그렸다” 라고 얘기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셨는데, 그런 테크닉적인 측면이 아니라 ‘왜 사진처럼 그렸을까? 왜 그 위에 색이 덥혀있을까? 왜 그 색을 선정했을까?’와 같은 궁금증을 많이 갖고 상상하며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Q. 작가로서 앞으로의 계획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작년에는 공모를 많이 지원해서 다양하게 전시를 해왔는데, 올해는 이를 좀 줄이고 논문을 먼저 마무리 지을 계획입니다. 그리고 작업을 할 때 전시의 폼을 많이 생각하며 작업을 하는데, 앞으로는 제가 직접 기획을 해서 공간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선보일 수 있는 전시를 준비하겠다는 게 현재의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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