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유통 대기업과 카드사, 밥그릇싸움 멈춰라

2025년
5월 24일(토)

중기이코노미TV 경영정보 오피니언 우린 중기인 예술을 읽다 핫클릭

보내는 기사	재벌·유통 대기업과 카드사, 밥그릇싸움 멈춰라

오피니언사설

재벌·유통 대기업과 카드사, 밥그릇싸움 멈춰라 카드를 사용못해 소비자 피해 발생하면, 그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

기사입력2019-03-05 17:42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제한된 땅에 먹을 게 부족해진 탓인지, 공생관계였던 공룡들이 서로 잡아먹겠다고 난리다. 이 괴물들이 지금껏 공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카드업계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등을 쳐 발생한 초과이윤을 재벌대기업과 사이좋게 나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벌대기업에게 1%미만 카드수수료 ‘특혜’를 주기 위해,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2%대 수수료를 부과했던 ‘차별’을 정부가 시정하면서 공룡들 간 전쟁이 시작됐다.

현대차·기아차가 카드수수료 인상에 반발하며 신한·KB국민·삼성·롯데·하나 등 5개 카드사에 가맹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4일 밝혔다. 이에 앞서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도 수수료 인상을 수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각 카드사에 보냈다. 여기에 이마트·롯데마트 등 유통대기업과 항공업계도 수수료 인상안을 거부한다는 언론보도까지 나온다. 카드수수료을 둘러싼 카드업계와 재벌대기업 간 갈등이 깊어가는 모양새다.

카드업계와 재벌대기업 간 전쟁에서 어느 한편의 손을 들어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렇더라도 재벌대기업들이 한 목소리로 카드수수료 인상을 거부하는 행태가 몰염치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카드수수료 인상폭의 적정성 여부는 따져봐야겠지만,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수수료 인상은 지난 1월 정부가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신용카드 우대수수료 적용대상을 전체 가맹점의 96%까지 확대한데 따른 카드업계 자구책 성격이 있다는 말이다.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 방안에 따라 연매출 5~10억원 규모의 편의점은 연간 200만원이 넘는 수수료 지출이 줄어든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26일 이같은 내용의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금융감독원의 ‘주요업종의 가맹점별 수수료 및 마케팅 비용 현황’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국내카드사가 대형가맹점에서 수취한 카드수수료는 총 4조53억원이다. 같은 기간 국내카드사는 대형가맹점에서 받은 수수료의 절반이상(2조8949억원)을 마케팅비용이란 명목으로 대형가맹점에 되돌려줬다. 최대 1.8%인 대형가맹점의 명목 수수료가 0%대 실질 수수료로 둔갑했던 비밀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겐 그림의 떡이었던 마케팅비용을 독식하는 혜택을 누렸다면, 미안해서라도 지금은 입을 다무는 게 일반인의 상식이다. 언제까지 시장독과점 지위를 악용해, 카드사에게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차별해 달라고 억지를 부리겠다는 것인가.

재벌대기업과 유통대기업은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으로 이제 자리잡아가는 새로운 카드수수료 체계를 수용해야한다. 법정화폐와 유사한 기능을 가진 카드, 그 사용에 따른 비용은 소비자와 생산(유통)자, 정부 모두가 공평하게 부담해야 한다. 특히 카드 의무수납제를 시행하는 우리사회에서 카드사용을 통해 많이 벌면, 더 많은 수수료를 부담하는 게 원칙이다. 아울러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생존이 벼랑 끝에 몰린 지금, 비교적 여유있는 대형가맹점에게 최소한의 양보를 요구하는 게 무리인가. 거창하게 사회적책임 이행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시장에서 작동돼야 할 공정의 원칙을 지켜달라는 것뿐이다.

특히 현대차가 카드수수료 인상을 거부하는 이유 중 하나로 밝힌, 카드업계 대비 자사의 낮은 영업이익률 주장은 너무 좀스럽다. 카드사 전체의 영업이익률이 아닌, 수수료 취급에 따른 손익을 근거로 제시했다면 그나마 설득력이 있었을 터인데, 그리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는 게 정확한 진단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카드수수료 지급액의 절반이상을 현대차 등이 가져갔으니 말이다. 현대차가 앞으로도 영업이익률 주장을 유지하려면, 똑같은 이유로 납품단가 인상을 주장하는 협력업체의 요구를 먼저 수용해야 한다.

현대차의 카드수수료 인상 거부, 그 자체 당부와 관계없이 현대차의 주장 중 수긍이 가는 대목이 없지는 않다. 현대차와 협상과정을 거치지 않고, 카드사가 일방적으로 수수료 인상을 통보했다는 부분이 그렇다. 일부 카드사들이 수수료 인상의 근거가 되는 자료와 설명도 없이 수수료 인상을 강행했다는 현대차의 주장도 검증돼야 할 부분이다.

카드수수료 인상을 둘러싼 카드업계와 재벌대기업·유통대기업 간 갈등이 지속되면 가장 큰 피해자는 소비자다. 이들 양자간 싸움은 모두 자기 밥그릇을 키우고자 하는 것이기에, 그 갈등에 따른 피해는 자신들이 감당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카드를 사용해야 하는 국민에게 애꿎은 피해가 간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양자 모두에게 엄중히 물을 것임을 경고한다. 카드업계와 재벌대기업·유통대기업 모두 한발씩 물러서 빠른 시일내 소모적인 갈등을 종식시켜 주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