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그 개념을 이해하는데도 교육이 필요했다. 하지만 IT강국 대한민국은 달랐다. 관공서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데이터에 숨겨진 자료까지 정리해 제공했다. 산더미 같은 자료 속에서 알맹이만 뽑아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 것이다. 근데 여기에 함정이 있다. 통계라는 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관계로 요상한 수치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는 경제통계 기사는 빅테이터를 집대성한 정답지가 아니라, 단지 그 자료를 바라보는 하나의 시각 정도로 이해해야한다. 모든 사람에게 이득을 주는 정보는 드물다. 때문에 현명한 정보 소비자라면 관련 자료를 한번 더 살펴보는 꼼꼼함과 부지런함을 가져야한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통계는 수치로 나온 것이라 분명 근거가 있는 사실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약간 더 관심을 갖고 원자료를 보면(원자료까지는 아니더라도 통계청이나 해당기관이 정리한 첨부파일만 제대로 읽는다면) 숨겨진 사실, 아니 꼭 밝혀야 할 또 다른 사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1월 고용동향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밝힌 세부 내용을 보면, 실업자는 40·50·60대 이상에서 크게 늘었다. 50대 실업자가 전년 동월대비 4만8000명 증가했고 40대 실업자도 1만9000명 늘었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60세이상 실업자 증가폭으로, 전년 동월대비 13만9000명이나 증가했다. 경제활동 및 구직 취약계층인 60세이상이 구직시장에 나서면서, 전년 동월대비 실업자 증가폭이 ‘19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직 취약계층이 노동시장에 대거 진입하는 현상을 보면서, 일자리가 꾸준히 생겨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전문가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보 소비자들이 수많은 정보를 분석하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는데 애초부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최근 나온 또 다른 자료를 보자. 지난해 대한민국 국민 1인당 소득이 3만1339달러라는 통계발표가 나왔다. 5일 환율 기준으로 3530만원 정도다. 평균의 함정을 알지 못하면, 대한민국 국민 개개인의 연봉이 3500만원 이상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4인가구라면 매년 1억원이상을 거뜬히 벌고 있는 셈이다.

이것 뿐 아니다. 통계수치로 나오는 자영업자 폐업률, 중소기업 노동자 평균 연봉도 각각 근거있는 주장일 게다. 그럼에도 대다수 국민은 쏟아지는 경제통계에 공감하지 못한다. 경제통계에 내재한 전제조건, 샘플링, 표본오차 등 모두를 고려해 해당정보를 분석하기에는 시간과 돈,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통계가 여론을 만들고, 그 여론이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 특정한 통계를 두고 언론이 부정적인 부분만 언급하거나 고의적(?)으로 왜곡한다면, 주무부서는 그 지적을 외면하지 못한다. 정작 중요한 정책은 쪼그라들고, 추진동력 또한 상당부분 상실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가 아니면 통계와 정보 속에 담긴 의미를 찾아서 분석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경제통계는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매우 민감하게 다뤄야 한다. 때문에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는 경제통계 기사는 빅테이터를 집대성한 정답지가 아니라, 단지 그 자료를 바라보는 하나의 시각 정도로 이해해야한다. 모든 사람에게 이득을 주는 정보는 드물다. 어떤 이들에겐 이로운 정보지만, 다른 편 누군가에겐 불필요한 자료일 수 있다. 그런가하면 이 정보로 피해를 입는 사람도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정보 소비자라면 관련 자료를 한번 더 살펴보는 꼼꼼함과 부지런함을 가져야한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