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세계의 금융위기를 끝으로 신자유주의는 실패했다. 시장확대와 경제성장에만 급급했지, 소득분배와 사회안녕을 아예 등한시하는 경제철학과 국가정책 때문이었다. 2000년 새로운 세기에 들어서 강행됐던 ‘워싱턴 합의’ 10대 정책들 역시 붕괴됐지만, 그것들의 흔적을 지우는 일은 사실 만만치 않은 과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들은 하나같이 부자소득과 재산증대에만 치중했지, 애초부터 빈자의 복리증대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더욱 심화시켜, 그것을 마치 자본주의체제 불멸의 원칙인양 끌고 간 것이다. 

이는 자본주의 이론의 시조인 영국 아담 스미스 교리의 핵심인 ‘만인의 이익 중시’에도 분명 어긋난다. 스미스의 가르침에 반하는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예를 들어 ‘민영화’는 부익부를 심화시키고, ‘긴축재정’은 빈익빈을 재촉하는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를 비롯해 어떤 정부든 신자유주의와는 거꾸로 가는 기조가 만인을 위한 공공정책이란 사실을 알아야한다.  

신자유주의 정책 가운데 특히 ‘탈규제’ 조치들이 국민들에게 남긴 후과는 천인공노할 수준에 이른다. 한 예로 최근에 일어난 사립유치원의 비리·부패를 들 수 있다. 어린아이들의 교육을 볼모로 삼아 학부모들을 노심초사 불안에 떨게 한 사건이다. 마침 정부가 강력히 대응하고 합리적인 규제 대안을 마련해, 일단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친시장 탈규제’ 정책으로 망가뜨린 교육시장을 정부가 다시 세워야 한다.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교육계에 만연된 탈선을 바로잡는다면, 궁극적으로는 1%대 99%로 회자되는 부의 격차를 해소하는 토대를 만들 수 있다.

‘개천에서 용(龍) 난다’는 속담이 있다. 재산과 권력을 쥔 기득권계층을 용에 비유해, 가난하고 힘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자신의 노력으로 재산을 쌓고 권력도 얻는 현상을 표현한 말이다. 이처럼 개천에서 태어나 용이 되는 어려움의 정도를 수치화한 ‘개천용 불평등지수’를 개발하는 등 분배문제를 연구한 교수가 있다. 

서울대 분배정의연구센터 주병기 교수는 ‘한국사회의 불평등(2019)’이란 제목의 논문에서 개천용 불평등지수를 개발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스카이(SKY) 대학에서 재학생의 70%가 금수저(기득권계층)라는 한국장학재단의 자료에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부모의 수저(경제력)에 따라 자식의 수저가 결정되는 부의 세습이 당연시되는 사회에서는, 계급·계층 이동 사다리를 타고 개천에서 용이 되는 신화는 찾기 어렵다. 신자유주의가 실패한 기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개천용 불평등지수는 부모의 학력·소득 수준이 자녀의 학력·소득 수준을 어느 정도로 결정하는지 상관관계를 알려준다. 주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이 지수가 15~20% 수준이었지만, 점차 올라 2013년에는 35%로 껑충 뛰었다. 부모의 학력·소득이 자식의 학력·소득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더 커졌다는 의미다. 

부모의 부가 자식에게 전승돼, 자식 간 소득의 격차가 동시에 교육 격차와도 연계된다는 사실이 주 교수의 연구결과 확인됐다. 이는 곧 재산이 상습되는 사회에서는 개인 간 교육·소득 격차 해소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 준다. 

이제 개인 간 소득의 불평등을 넘어 부의 불평등이 어느 정도인가를 살펴보자. 주 교수가 인용한 김낙연 교수의 ‘한국의 부의 불평등’ 자료를 보면, 한국의 소득 상위계층 10%가 부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10% 소득 상위가 70%가 넘는 부를 점유한 미국 다음으로 한국에서 부의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재산의 집중도가 심화되면 될수록 사회의 불평등은 더욱 구조화된다. 결국 이는 정치와 함께 국가 전체의 변화를 요구하게 된다.

주병기 교수는 재산이 세습되는 공화국에서 벗어나기 위한 몇 가지 정책을 제안했다(연합뉴스, 2019.3.10.). 그는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정부의 소득재분배 기능 강화, 고용형태(정규직-비정규직)·기업규모(대기업-중소기업)에 따른 임금격차 축소 등으로 소득 불평등을 해소해야한다고 했다. 

병행해, 민간의 과도한 교육비(사교육비) 지출을 줄이고, 대학입학 전형에서 지역균형선발과 기회균형선발 등을 정착시켜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 사다리’가 치워지지 않도록 하자는 주장도 했다. 그는 특히 가구 및 지역 환경별로 자기학습 기간 격차나 사교육 격차 때문에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 방안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취약계층 학생들의 방과 후 자기학습 환경을 개선하거나, 사교육을 대체할 수 있는 교육콘텐츠를 개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우리의 대안은 다음에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