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 공동화가 심각해지자 전국적으로 도시재생 형식을 빌려 활성화 방안을 찾고 있다. 이 사업 초기단계인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성과를 보이며 가능성을 키웠다. 실제 도시재생을 추진했던 일부 지역은 원기를 되찾기도 했다. 아사직전 원도심을 되살렸던 대표적인 도시재생 유형에 문화가 가미된 특화거리가 있었다. 공실이던 상가에는 문화·예술인이 자리 잡았으며, 활기를 잃은 상가 곳곳에는 다양한 문화예술 작품으로 볼거리가 가득했다. 

이에 맞춰 자치단체는 ‘특색거리’란 미명하에 끼워맞추기식 거리조성에 나섰고 예산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특화거리 대부분이 거대자본만을 위한 공간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많다. 그만큼 주변 소상인과 새로운 출발에 나선 청년사업가가 설자리는 점점 줄고 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서울 용산구 해방촌 5거리에 자리한 신흥시장에서 방송인이 운영하는 책방.   ©중기이코노미

이런 상황은 입소문이 퍼진 특화거리 곳곳에서 발생한다. 대한민국 속 중국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인천 차이나타운. 애초 인천의 근대화 역사를 곁들인 특색 있는 거리로 시작됐지만, 이젠 ‘뻔한 거리’가 됐다. 

몇 달 전 언론에 회자됐던 방송인 홍석천씨 역시 특화거리의 현실을 지적했다. 당시 일부 언론은 사회적 관심사였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홍씨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홍씨가 정작 하고 싶은 말은 자영업자 살리기와 서울 용산구 경리단길을 비롯한 골목상권 살리기 해결책이었다. 원도심 활성화 1선에 섰던 문화·예술인들과 젊은 창업자들이 정착 단계에 들어서기도 전에 쫓겨날 처지가 됐다는 얘기다. 높은 임대료가 문제라는 말이다. 

◇특색 잃은 특화거리 자영업자의 현실=최근 알음알음 유명세를 탔던 신흥시장, 한 연예인이 운영하던 한 책방 주변. 상인들은 ‘혹시나’ 하는 바람이 ‘역시’가 됐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서울 용산구 해방촌 5거리에 자리한 신흥시장 풍경.   ©중기이코노미

인천광역시 중구에 자리 잡은 차이나타운. 최근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 대다수는 흔히 볼 수 있는 판박이 풍경에 실망을 느낀다고 말한다. 볼거리 먹을거리를 다양화해 방문객 유입을 최대치로 올리겠다는 나름 전략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역효과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차이나타운에서 간식거리는 판매하는 한 상인은 “상권이 너무 무분별하게 조성됐다. 목 좋은 곳은 자본이 있는 대규모 가게가 차지했다”며 “다양성을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상가들이 들어서다 보니 상생보다는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수도권에서 예쁜 카페거리로 유명한 경기도 용인시 보정동 카페거리. 상인들은 자본에 의해 특색있는 거리가 잠식되는 것을 우려해 나름 내부 장치를 마련했다. 

보정동 카페거리 상가번영회 우경수 전 회장은 “(보정동 카페거리는) 인근 큰 길과 일정 간격을 두고 있다는 공간적 특성 때문에 특색을 이어가는데 유리하다”며 “상인들도 이런 특색을 잃지 않도록 자체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선택을 안하는데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들어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자치단체, 누굴 위해 예산 지원=애초 자치단체가 특화거리 조성에 예산을 들이는 이유는 명료하다. 상권기능 회복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다. 활성화라는 말에는 지역 소상공인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기대도 포함됐다. 나름 낙수효과와 비슷한 흐름으로 종착된다는 논리다. 이를 위해 주차타워·도로 등 기반시설을 비롯해 재건축비용까지 지원 폭을 넓혔지만, 예산 지원 효과는 엉뚱한 방향으로 귀결되는 경우도 많다.

수도권에서 예쁜 카페거리로 유명한 경기도 용인시 보정동 카페거리   ©중기이코노미

용인시는 보정동 카페거리를 용인시의 대표적인 명소로 만들기 위해 초창기부터 문화의 거리로 지정한데 이어 주차장 설치, 예산 6억원을 들여 환경개선사업도 진행했다.

하지만 개선사업 이후 일부 상권만 활성화가 되고, 나머지 지역은 오히려 소외감을 키우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나마 활성화된 지역도 지가상승에 따라 건물주의 배만 불렸다는 지적이 용인시의회에서 나오기도 했다. 

이런 지적과 함께 투자대비 효과가 잘 나지 않자 일부 자치단체는 예산을 줄이고 있다. 큰 예산을 들인 특화거리가 사실상 건물주와 대형업체 돈벌이로 귀결된다는 비판에 따른 결정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란 특화거리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원도심을 되살릴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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