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대주주 적성 심사 확대 및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독립성 강화, 금융회사 임직원 보수 공시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법률안이 여전히 여야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법안 소위에 묶여있다. 불투명한 CEO 선임과정은 금융사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CEO 리스크로 금융이 부실화되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공공성 측면에서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법률안의 통과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민병두·전재수·김병욱 의원이 29일 공동주최한 ‘한국 금융 선진화를 위한 지배구조 발전 방향 토론회’에서 “금융산업은 그동안 끊임없이 낙하산 인사, 관치금융 등 금융지주회사 체계를 둘러싼 다양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해 왔으며,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금융산업의 미래와 그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매우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재산을 바탕으로 경영하는 금융회사가 주주와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면서 안정적·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견고한 지배구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금융산업 실적 호조 보이고는 있지만=지난해 한국 금융은 은행권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왔다.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10조499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성장했다. 금융지주사가 이처럼 좋은 성적을 거둔 배경에는 예대 마진 증가와 같은 영업실적 요인 뿐만 아니라 소비자 신뢰가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권이 일시적으로 우수한 영업실적을 올렸다 할지라도, 핵심 경쟁력인 소비자 신뢰가 없었다면 지속성장 한계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문제에 관심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한편, 2017년도 기준으로 국내 5대 은행의 자산건전성은 양호하나 수익성 및 자본적정성은 열위에 있으며, 총자산이익률도 미국·중국과 같은 주요국 수준을 여전히 하회하고 있다. 국내은행의 수익성이 최근 들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이는 금리 상승기의 이자이익 확대에 주로 기인한 측면이 있는 만큼 향후 수익구조 다변화 및 해외사업 확장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수익창출 기반을 마련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사회 전체 구성의 다양성·전문성 확대 필요=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 연구위원은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 개선방안’ 발제에서 이사회 전체 구성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재 국내 금융사들의 이사회는 전반적으로 규모가 작고, 사외이사들이 특정 직군·배경에 편중된 경우가 적지 않게 발견돼, 이사회 전체 차원에서의 다양성과 전문성이 미흡하다. 주주총회 이전에 개별(사외)이사 후보에 대해서는 추천 사유가 제시되는 편이지만, 이들 구성원이 전체로서 어떻게 다양성과 전문성을 갖는지에 대해서는 이사회측의 별도 설명이 전혀 없다는 것이 송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해외 주요국의 경우 이사회 전체 구성의 다양성과 전문성 확대가 강조되고 있는 추세로, 주총 전 회사의 이사회가 개별이사뿐만 아니라 이사회 전체 구성에 대해서도 다양성과 전문성을 공시자료를 통해 주주에게 충실히 설명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정부, 지난해 금융사지배구조법 개정법률안 발의=정부는 지난해 9월 금융사지배구조법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주요 내용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독립성 강화 ▲임원 보수 공시 강화 ▲감사업무 실효성 제고 ▲감사위원 선임요건 및 업무 전념성 개선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제도 합리화 ▲이사회 구성 및 운영 방식 개선 ▲내부통제·위험관리 실효성 강화 등이다.

이사회 전체 구성의 다양성과 전문성 확대와 관련해, 개정법률안은 이사회 구성의 집합적 정합성 제고를 강조하고 이를 위해 ▲다양성·전문성 있는 이사회 구성 의무 ▲주총 소집통지 시 금융회사가 이사회 전체 구성의 다양성·전문성 측면에서 호부의 적격성을 설명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송 전문위원은 개정법률안은 최근 국제적 추세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이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 제고를 위해 실질적인 의미가 있다며, 적절한 공시 규정 마련, 모범사례 제시 등을 통해 법 개정 취지가 실현될 수 있도록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사의 보상·경영승계에 대한 투명성 강화해야=이사의 보상과 관련해서는, 현행 자본시장법상 이사 보상관련 공시 규제는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상체계, 성과보상 기준, 절차 등 공시는 미흡하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의결권 행사시 이를 활용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개정법률안은 보수총액, 성과급이 고액인 임직원의 개별보수를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공개토록 하고, 대형 상장금융회사는 임원 보수지급 계획을 임기 중 1회 이상 주총에서 설명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송 전문위원은 사외이사, 감사(위원)의 성과 보상 금지는 독립성과 위험관리 제고 측면에서 바람직하지만, 이사보수 한도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의 왜곡 문제를 방지하는데는 다소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사보수 한도 안건에 대한 효과적인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하려면 적어도 대상 이사 전체에 적용하는 보상 정책, 체계를 주총시 공개·설명하도록 할 필요가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비구속적 주총 결의사항으로 하는 방안을 적극 강조해야 한다고 했다.

경영승계 및 임원 추천 관련 공정성·투명성 확대와 관련해서는, 현재 임원추진위원회(이하 임추위)에 대표 이사 등이 참여해 임원 후보 추천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관한 우려가 남아 있고, CEO승계 프로그램의 투명성이 부족하며, CEO승계 전 과정에서 이사회(임추위)의 실질적인 역할이 모호해 소위 낙하산 CEO를 추천·선임할 우려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개정법률안은 임추위 위원이 자신의 후보추천 여부를 정하는 결의에 참석하는 것을 금지하고 임추위 2/3 이상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것을 의무화 했다. 

이에대해 송 전문위원은 임추위의 사외이사 비율 상향은 임추위 구성의 독립성 제고에 기여할 것이며, 임추위 위원 본인의 후보 추천 여부를 정하는 회의 참석을 금지해 결의과정에서의 이해상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대표이사는 임추위 참여 없이도 중장기에 걸친 경영승계 과정에서 실무적이고 실질적인 측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을 감안해, 이해상충의 우려 등을 극복할 수 있도록 임추위 전원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안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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